혼자 다 해내려다 지쳐서야 알게 된, 함께 서는 법
솔직히 말하면, 나는 큰 실패를 자주 하진 않았다. 아니 실패할 생각을 잘하지 않는다. 남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부분을 챙기고, 급하게 땜질하고, 빈틈을 메우는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았다.
“아, 이건 내가 해야겠다.”
그런 마음이 들면 어느새 남들이 시작해야 할 문제를 끌어안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늘 활발하게 나서고, 사람들 앞에서는 “제가 할게요!”라고 손을 들곤 했다. 하지만 사실은, 누군가 시작하지 못할까 두려워하는 걸 그냥 지나치질 못하는 성격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의 두려움을 막아주면서, 정작 나는 내 마음속에서 실패를 겪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대부분의 일은 애초에 내가 기획부터 해야 했다. 행사 하나를 준비하더라도, 아이디어를 내고, 규정을 찾아 정리하고, 문서 초안을 쓰고, 진행의 기본 틀을 짜는 것까지 모두 내 몫이었다. 동료들이 합류하는 건 대부분 중간이나 마지막 단계였고, 실제로는 ‘시작부터 끝까지’가 내 손을 거치지 않으면 굴러가지 않았다. 누군가의 실수를 덮어야 하는 상황조차, 사실은 내가 기획자로서 짠 큰 그림 위에서 벌어지는 일이었다.
큰 그림은 잘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세심한 부분으로 들어 갈수록 빨간펜에 지쳐갔다.
“나는 왜 혼자 모든 걸 다 해야 하지?”
마치 기획자이자 실행자, 그리고 뒷정리까지 도맡는 ‘원맨 밴드’ 같았다.
사람은 적고, 부서 업무는 많고, 비효율적인 조직 구조는 매일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행사가 끝나고 집에 들어오면, 텅 비어버린 에너지 탱크를 안고 한숨을 쉬곤 했다. 사람들 앞에서는 불꽃처럼 활기차다가, 혼자가 되면 금세 불씨가 꺼져버리는 날들이 많았다. 보고서 작성도 그랬다. 다른 사람들은 하지 않는 보고서를 만들고, 전에 놓친 수치를 찾아내고, 빠진 내용을 채워 결국 완성했다. 내 업무는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지만, 누구도 하지 않는 일로, 노고가 드러나지 않는다. 나는 내가 마치 그림자처럼 느껴졌다.
그때 나를 붙잡아 준 건 의외로 작은 순간들이었다.
민원 전화를 하루 종일 받고 기운 빠져 있을 때, 옆에 같이 일하는 동료가 내 표정을 보더니 “오늘도 학생들과 힘드셨는데도, 잘!!! 버티셨습니다.”라며 웃으며 간식을 내밀었다. 그 말 한마디에 피식 웃음이 나왔고, 다시 일할 힘이 조금 생겼다.
또한 학생들 봉사 소감문보고서 마감 때, 다양한 글들을 보게 되었을 때,
“이 수업 덕분에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습니다.”
그 짧은 문장이, 내가 왜 이 자리를 버텨야 하는지를 다시 일깨워 주었다.
나는 여전히 앞에 나서고, 여전히 빈틈을 메우고, 여전히 하루치 에너지를 다 쏟아내곤 한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내가 무언가를 못해서 오는 게 아니라, 혼자 다 해내려는 순간에 찾아온다는 걸.
실패에서 얻은 진짜 배움은 단순하다.
‘혼자 다 하지 말고, 함께하라.’
사람과 연결될 때, 나는 다시 살아난다.
내 몫이 아닌 것은 못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업무를 나누어라.
앞으로도 작은 실패들은 계속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다르다. 혼자 앓지 않고, 웃으며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퇴근길에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나를 멈추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를 다른 길로 데려가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