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봄, 피어나는 우리의 마음
비가 내렸다. 샤갈 전시회를 보기 위해 방문한 서래마을에서 기억에 남는 것이라고는 간단한 저녁으로 먹은 햄버거뿐이다. 주말 오후의 전시회는 동선이 조금 꼬여 있어 불편했다. 사람들이 많아 이리저리 치여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전시를 줄 서서 본 건 또 처음 겪는 일이었다. 감상이 아니라, 단어 그대로 보고만 왔다.
강렬한 네온 조명의 간판이 내 취향이다. 이곳은 수제버거로 이름난 맛집이다. 햄버거를 좋아하는 우리는 꽤 많은 곳의 수제버거를 먹어왔는데, 여전히 이곳의 맛을 잊지 못할 정도로 우리가 먹었던 곳 중 가장 으뜸이다.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풍겨오는 냄새가 침샘을 자극한다. 발을 동동거리다 보면 어느새 내 앞으로 버거와 맥주가 차려진다. 두툼한 패티와 토핑 된 치즈와 야채들이 조화를 이룬다. 꾹꾹 손으로 눌러 두 손으로 잡고 입을 크게 벌려 베어 물면 고소한 육즙이 흘러나와 입안에 고루 섞인다. 그새 나는 전시회를 잊었다. 배부르고 맛있는 한 끼는 그렇게 사람의 기분마저 바꿔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