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명품을 만드는가?
중국 드라마 <겨우, 서른>에서, 주인공 구자에게 명품가방은 상류층 모임의 입장권이다. 수백만 원짜리 가방도 기념사진에서 그녀를 살리지 못한다. 친구의 도움을 받아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따끈한 신상을 메고 나서야 사진에서 살아남는다.
구찌, 에르메스, 프라다, 내가 아는 명품이다. 장인 정신 어쩌고 저쩌고 하지만 결국 브랜드로 먹고 산다. 원가에 들어가는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명품이라 불리는 물건은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호구다. 가격이 비쌀수록 물건이 더 잘 팔린다. 명품을 가지면 자신도 명품이 된다 생각하는 모양이다. 나이를 먹으니 가방은 가벼울수록 좋다. 소가죽 악어가죽 다 필요 없다. 명품은 더더욱 사양한다. 가볍고 가격도 착하면 장땡이다.
30년 만에 대학 동기를 만났다. 참석한 여학우 세 명에게 그는 프라다 장지갑을 선물로 주었다. 중국에서 만든 것인데 진짜처럼 보였다. 아내가 고심해서 고른 것이라 했다. 중국은 짝퉁을 아주 잘 만들어서 진위를 구별하기 힘들다. 만만해서 아주 잘 사용하고 있다.
“자기야, 이거 프라다네! 어디서 났어?”
“응, 그거 짝퉁이야. 선물로 받았어”
“명품 매장에 근무하는 제자가 있어. 가방은 못 사줘도 지갑은 내가 사 줄게”
올해 결혼기념일에는 모처럼 데이트를 했다. 여주 아웃렛 가는 길에 저녁도 먹었다. 그동안 옆지기가 학과장 직을 맡아서 바빴다. 주로 집에서 케이크 초를 불며 간단히 자축을 했었다. 처음 가보는 프리미엄 매장은 잘 조성되어 있었다커다란 주차장, 다양한 브랜드, 럭셔리 매장. 영업을 마감할 시간대라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저마다 쇼핑백을 들고 바쁘게 오고 갔다. 주홍색 프라다 장지갑을 반값에 구입했다. 때깔도 고운 진짜 명품지갑이다. 아까워서 잘 모셔두었다. 명품을 가지게 되어 좋다기보다는 옆지기의 따뜻한 마음이 더 고마웠다.
비가 올 때 가방으로 머리 위를 가리고 뛰어가면 가짜이고, 품에 안고 가면 진짜란다. 맞는 말이다. 소중한 명품을 어찌 우산 대용으로 쓰겠는가? 난 만만한 게 좋다. 옷이고 사람이고 편해야 좋다. 이 지갑을 언제 사용하게 될지 잘 모르겠다. 지금 쓰고 있는 짝퉁이 너무도 멀쩡해서 버리기 아깝다. 손에 익어서 쓰기도 좋다.
대학 졸업반 때 교생 실습을 나갔다. 그때 처음으로 엄마가 고급 니트를 한 벌 사주셨다. 그 당시 가격이 꽤 나갔던 걸로 기억한다. 난 그 옷을 꼭 필요할 때 입었다. 지금도 내 옷장 안에 당당히 자리를 차지한다. 명품은 오래되어도 빛이 발하지 않는다. 가성비로 따지면 좋은 소재의 명품이 사구려 몇 벌보다 좋다. 나에게 명품은 이런 것이다. 이름값이 아니다. 제품의 품질이 정말로 좋아 오래 두고 쓸 수 있는 물건이다. 몇 년을 사용해도 질리지 않는 것이다. 그만의 스토리가 있는 것이다. 명품을 걸치기보다는 내가 명품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