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손으로 집들이 화분 장만하기
“이 무거운 화분을 다 가져다주려고? 그러다 허리 나가.”
“생각보다 꽤 무겁네! 미안, 내가 욕심을 너무 부렸다.”
오빠네가 분당에서의 생활을 뒤로하고 새집으로 이사를 했다. 입주 시기가 맞지 않아서 잠시 월세살이를 하다가 새로운 보금자리를 잡은 것이다. 이사하면 공기정화식물을 우리 자매들이 선물해 준다고 말을 뱉었다. 처음엔 인터넷으로 화분 두어 개를 주문해서 택배로 시킬까도 생각했다. 그런데 마땅한 것이 없었다. 올케언니랑 같이 양재동 꽃시장에 가서 화분과 식물을 고를까도 생각했다. 주말에도 출근하는 사람이라 바쁠 것 같았다. 내가 조금 수고를 하면 화분 개수를 늘릴 수 있었다.
파주에 조인 폴리아라는 식물원 겸 꽃시장이 생겼다는 블로그 글을 읽었다. 희귀 식물도 많고 화분도 같이 구매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는 댓글이 있었다. 거기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거리가 좀 멀었다. 옆지기에게 운을 띄웠더니 웬일로 응해주었다. 식물만 사러 가는 거면 반대고, 구경도 하는 거면 멀리 가도 괜찮다고 했다. 파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간 김에 다른 곳도 둘러보자며 출발했다.
문산에 가까운 파주에 목적지가 있었다. 문산-수원 간 고속도로가 생겨서 그나마 조금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일요일이라 사람이 많았다. 식물원 구경을 하고 화초도 구입했다. 화분은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서 그냥 왔다. 옆지기는 작고 이쁜 특별한 식물을 좋아한다. 난 오빠에게 줄 공기정화식물을 사고 옆지기는 잎 모양이 독특한 식물과 보석란을 골랐다. 방문하면 30% 할인을 해주어서 그나마 조금 저렴하게 구입했다. 독일 토분도 할인행사를 했다. 토분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지만 하나 사 가지고 왔다.
분갈이를 하려면 화분과 흙이 필요했다. 다음날 비가 부슬부슬 왔다. 한번 마음먹으면 후다닥 해치워야 마음이 편한 성격이라 빨리 화분과 흙을 사 오고 싶었다. 점심으로 짬뽕을 해 먹고 의왕 쪽에 있는 화분 집에 가보기로 했다. 첫 번째 집은 주차장이 있는 건물 안에 있었다. 무난해 보이는 화분이 인터넷보다 많이 비쌌다. 예뻐 보이는 것은 가격이 너무 나갔다. 그냥 가기 뭐해서 분갈이 흙과 난석을 샀다. 그 길을 따라 조금 올라오다 보니 인테리어 화분을 판다는 비닐하우스가 보였다. 옆지기가 들어가 보자고 해서 들렀다. 의외로 안쪽에 꽤 큰 규모로 여러 가지 화분이 있었다. 사고 싶었던 화분도 적당한 가격이었다. 화분 다섯 개를 골랐다. 옆지기는 중고지만 원래 가격이 꽤 나갔다는 균요를 샀다.
집에 오자마자 분갈이를 시작했다. 하다 보니 흙이 모자라서 다시 또 한 포대를 구입해야 했다. 두 번이나 똑같은 곳에 가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상품이 있는 곳에 가는 게 좋다고 조언을 해줘서 같이 갔다.
분갈이를 다 하고 식물을 화분에 모두 옮겨 심고 보니 흐뭇했다. 장시간 쪼그리고 앉아서 작업을 했더니 다리와 허리도 아팠지만 결과물이 보기 좋아서 괜찮았다. 언니들에게도 공기정화식물 준비를 다 했다고 카톡을 날렸다. 이제는 가져다주는 일만 남았다. 가을장마라 계속 비가 와서 날이 좋은 날 가기로 했다.
모처럼 화창한 일요일 아침 옆지기를 앞세우고 화분을 차에 실었다. 무거운 화분을 들어서인지 짜증을 냈다. 다음부터는 일 만들지 말고 그냥 택배로 해결하라고 했다. 목적지를 검색해서 가려고 네비를 켰는데 정확한 장소가 나오지 않았다. 운전하는 옆지기가 화를 버럭 냈다. 제대로 검색도 안 해 놓고 출발했다고 핀잔을 주었다. 미안했다. 내가 좀 더 세심하게 준비를 했더라면 좀 편하게 갈 수 있었을 텐데... 옆지기의 태도가 야속하기도 했다. 길을 조금 헤매긴 했지만 오빠네 집에 무사히 화분을 가져다주었다.
조카 혼자 집을 보고 있었다. 거실 한 편에 화분 다섯 개를 나란히 놓았더니 보기 좋았다. 새집이라 아직 환기가 더 필요해 보였다. 예민한 옆지기는 머리가 아프다며 빨리 가자했다. 집을 나서고 보니 나도 얼굴이 따끔거렸다. 새집증후군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듯했다. 이럴 땐 환기를 자주 해주어야 하는데...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내가 네비를 정확히 찍지 않아서 좀 돌아서 왔다. 오늘은 내가 좀 많이 허술했다. 집에 오니 허리가 아팠다. 무거운 화분을 들고 날랐더니 이제 내 몸도 늙어서 감당하기 힘든 모양이다. 저녁에 오빠가 고맙다며 화분 사진을 찍어서 보냈다. 그거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고생한 보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