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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메루 Oct 24. 2022

삶은 '호와 흡' 사이에

108배 제대로 하기



마음이 심란하거나 안정을 찾고 싶을 때 나는 절을 한다. 방석을 깔고 호흡을 가다듬고 108 염주를 돌리며 절을 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평안해진다. 처음에 절을 할 때는 숫자를 일일이 세면서 했었다. 그러다 보니 절을 하기 위해서 절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염주를 돌리며 하니 훨씬 수월했다. 이제는 절을 하면서 무언가를 염원할 수 있게 되었다.


절을 하다 보면 부지불식 중에 여러 가지 잡념이 떠오르곤 한다. 뜬금없이 누군가에게 받아야 할 돈이 생각나기도 하고 갚아야 할 무언가가 머릿속에 나타나곤 한다. 그럴 때는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발원에 집중한다.


108배를 실천해 온 지 올해로 10여 년이 훌쩍 넘었다. 나에게 108배는 심신의 수양인 셈이다. 20분 정도 땀을 흘리며 절을 하고 나면 몸과 마음이 개운해짐을 느낀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이어트는 어느새 일상이 되어버렸다. 골고루 잘 먹고 꾸준히 운동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 굳이 러닝머신 위에서 칼로리를 계산해 가며 힘들게 뛰지 않고도 적정 체중을 유지할 수 있다. 예전엔 살을 빼려고 스포츠센터에 가보기도 하고 탁구를 쳐보려고도 했다. 그러나 번번이 실패했다. 절 운동을 시작하면서 몸도 마음도 건강해졌다.


108배는 전신운동 효과가 있는 유산소 운동으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완벽한 운동이다. 또한 절 운동을 하게 되면 심리적으로 자기가 옳다는 생각을 내려놓을 수 있고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에 스트레스 해소에도 좋다. 나아가 자기 암시문을 가지고 행하면 무의식 개선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빙산의 일각에 해당하는 의식 세계에 집착하지 않고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무의식을 바꿀 수 있다면 정말 대단한 일이다.


절 운동은 이제 종교적 의미를 넘어서 심신의 건강에 도움을 주는 유산소 운동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바쁜 일상에 쫓겨 제대로 운동할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현대인들에게 108배는 시간적· 경제적· 공간적 이점이 많다. 절을 하기 위해서는 두 평 남짓 작은 공간과 두툼한 방석만 있으면 된다. 시간은 저녁 9시에서 11시 사이에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하는 것이 좋지만 아무 때고 편한 시간에 하면 그만이다. 먼저 호흡을 가다듬은 후 숨을 들이마시며 절을 시작한다. 완전히 머리가 방석에 닿을 때부터 천천히 숨을 내쉰다. 간혹 호흡을 무시하거나 방석을 깔지 않고 절을 해서 무릎에 무리가 가거나 호흡이 가빠서 힘들다고 하는 사람도 있으니 순차적으로 천천히 횟수를 늘리면서 하는 것이 좋겠다.


삶은 ‘호와 흡’ 사이에 존재한다고 한다. 그만큼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이 아주 중요한 동작인 것이다. 가벼이 여기지 말고 호흡법을 잘 익혀서 연습해나가는 것이 좋다. 108배를 하면 땀이 나면서 온몸이 후끈해진다. 심장의 뜨거운 기운을 배로 내려보내고 콩팥의 찬 기운을 다시 올려 보내는 동작이 반복되어 혈액이 원활하게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108배는 인간이 지닌 108가지 번뇌를 씻어 내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도대체 108이란 수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108이란 수는 원래 불교에서 매우 많음을 뜻한다. 108 번뇌란 사람이 끊어야 할 번뇌가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108번뇌는 사람의 감각과 감각의 대상이 결합해 여섯 가지 작용, 즉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분별작용 등을 하고, 이것이 각각 좋고(好), 나쁘고(惡), 좋지도 않고 싫지도 않은(平) 세 가지로 느껴 18가지의 번뇌가 있으며, 또 이 18가지 번뇌는 각각 더러움(染)과 깨끗함(淨)이 있어 36가지(18×2)의 번뇌가 된다. 다시 이 36가지의 번뇌는 과거, 현재, 미래에 모두 있다고 해서 3을 곱하여 108가지의 번뇌가 되는 것이다.


오늘도 방석을 깔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108배를 한다. 가족의 건강과 행복 그리고 나 지신을 위해 기도하며 절을 한다. 요즈음엔 하루 이틀 빼먹었다. 매일 참회하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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