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주어졌다가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아주 사소하게는 이런 것이다. 어느 날은 병원에서의 진료 시간이 30분이었는데 또 어느 날은 10분 밖에 배정받지 못하는 것. 그럼 나는 마치 20분의 시간을 잃어버린 것만 같은 기분을 느낀다. 내가 가질 수 있었던 시간을 누군가에게 빼앗긴 기분, 내가 받고 있었던 관심을 다른 누군가가 채간 기분. 박탈감이다.
비슷하게는 애정의 상실을 느낀다. 내가 중요하게 여겼던, 또는 나를 중요하게 여겼던 누군가에게서 서서히 멀어질 때의 느낌. 서로가 서로에게 중요하지 않은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고 실감하는 것. 관계의 종말은 언제나 큰 상실을 남긴다. 그리고 그 상실감은 우울을 키우는 좋은 먹이가 되곤 한다.
나에게서 사라지는 것, 크게는 이런 것이다. 가령 노래하는 능력. 그것은 오랜 시간 나를 즐겁게 했고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게 도와줬다. 하지만 그런 능력은 애초에 없었던 듯이 사라져 버렸고, 나는 사람들의 애정뿐만 아니라 나 스스로 가지던 자부심과 자존감 마저 함께 잃었다.
크고 작은 상실로부터 내가 잃어가는 것은 안정이다. 내가 혼자가 아닐 것이라는 믿음, 누군가 나를 지지해 줄 거라는 심리적 지탱, 나를 원하고 애정하는 이들의 존재, 따뜻한 관심, 나의 능력... 이 모든 것들이 부재하고 소멸할 때에 (사실관계와 상관없이 단지 내가 그렇게 느끼는 것뿐일 가능성이 높다) 안정은 깨지고 끝없는 불안이 밀려온다. 유독 잃어버리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는, 비슷한 결의 정서만 느껴도 단 시간 내에 보통의 기분에서 우울의 늪으로 곤두박질치곤 한다.
상실로부터 초연해진다는 건 무얼까. 과연 가능할 걸까.
그 모든 것들이 사라지는 동안 나는 무엇을 잘못했을까. 나에게는 어떤 책임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