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은 당당하고, 도화꽃은 수줍다.
봄 내음이 간지러운 지, 나무의 볼이 서서히 벌겋게 상기된다.
자신의 계절을 아는 것 마냥, 만개해 버린 벚나무도 몇몇 보인다.
벚꽃은 정신의 아름다움을 뜻한다는데.
아름다운 정신이 되려면 얼마나 큰 자신감이 필요할까.
당당하게 터진 분홍꽃잎들에게서 아름다운 자신감이 느껴진다.
저 꽃들은 구경꾼들에게 구애받고자 피워낸 꽃이 아니다.
자신의 화려한 자태를 사랑할 수 있기에 피워낸 꽃이다.
벚꽃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저 도화꽃은 키도 작은 것이, 은은하게 꽃을 피운다.
누군가가 자기를 봐줬으면 싶어, 수줍게 피워낸 복숭아꽃.
모습을 숨겨 구경꾼들을 하나 둘 유혹한다.
참으로 잘 어울리는 매력이라는 꽃말.
유난히 발그레한 분홍빛이 '도화살'이 낀 여인의 얼굴을 하고있다.
보아하니 왜 사랑의 노예라는 별명이 붙은 지도 알겠다.
누군가의 사랑을 끊임없이 받고 싶어, 어딘가 아련한 느낌이 든다.
벚꽃처럼 당당하지도 않으면서 구경꾼이 다가오길 바랄 뿐이다.
'너도 한번 스스로를 사랑해 보지.'
'누군가의 사랑으로 자존감을 채우는 일은 생각보다 힘이 들 텐데.'
무성한 벚꽃이 도화꽃에게 연민의 말을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