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오후 Oct 07. 2022

나는 내 집에서 산다. 2.

코로나-19가 시작된 시기에 이사를 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사를 했다. 이사 과정에서도 귀찮은 에피소드들이 발생했는데 그 첫번째는 살던 집에서 이사를 나가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었다.


"다른 집에서 먼저 사다리차를 대서 우리는 사다리차를 쓸 수가 없어요! 엘리베이터로 이사 진행해야 할 것 같아요."


아침 8시가 조금 되지 않아 이사업체로부터 받은 전화내용이 이 모양이다.

분명 관리사무소를 통해서 이사날짜와 시간까지 통보해두었는데 이게 말이 되나 싶은 거다.

그래서 부랴부랴 관리사무소에 내용을 전달하니 답변이 가관이다.


"엘리베이터 사용하시려면 사용료 5만원 내셔야 해요."

"사다리차 사용하겠다고 미리 날짜와 시간까지 통보했고, 이미 우리쪽 사다리차도 와 있어서 사다리차 비용을 지불한 상태인데 저더러 엘리베이터 사용료까지 내라고요? 이럴 거면 날짜 시간 통보할 때 다른 시간이나 날짜로 옮기라고 미리 말씀을 하셨어야죠."


짜증이 몰려왔지만 꾹꾹 참고 최대한 논리적으로 대꾸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사용료를 조금이라도 내야 한다는 조정 아닌 조정으로 첫번째 에피소드는 지나갔다.

이사업체가 입주할 집으로 이동하는 동안 나 역시 이동하여 매도인에게 잔금을 치루고 서류들을 받아 법무사에게 전달 후 오후부터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되었다.

2020년 2월, 유난히 눈이 많이 오던 날이었다. 게다가 전례없던 전염병이 퍼진지 얼마되지 않아 아직은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는 게 어색하고 불편하기만 하던 시기였다. 이 날의 이삿짐은 내 짐 뿐만이 아니라 동생의 짐까지 함께 이동되었는데, 동생이 구한 전셋집의 입주일자가 열흘 정도 텀이 있던 터였다. 때문에 13평의 집에 25평에서 살던 짐이 꾸역꾸역 들어가야만 했고 그 와중에 동생의 컴퓨터 모니터 한 가운데에 깊은 깊이의 흠이 긁히는 사태까지 생겨버렸다. 전에 살던 집에서 해체하여 가져온 에어컨의 배관선을 따로 보양하지 않고 이동하다 생긴 일이었다.

뭐라 하고 싶었지만, 아직은 젊은 여자 둘이 하는 이사였고 열흘 후에 하는 동생의 이사까지 맡은 업체라서 일단 참고 지나갔다. 마스크의 답답함을 참고 일을 하는 작업인원들이 안쓰러워 보이기도 했고... 짐정리를 하다보니 몇가지 누락된 주방용품들이 있었지만 이전의 이사에서도 익히 겪어 왔던 부분이라 그냥 그러려니 하고 또 지나갔다. (다회간의 이사 후에 깨달은 점들 중 하나가 정말 소중하고 중요한 물품들은 따로 캐리어에 담아서 직접 운반을 해야한다는 점이다.)


이사를 마치고 작은 방과 거실에 테트리스 하듯 짐들을 쌓아둔 후, 큰 방에서 원룸에 살듯 동생과 부대끼는 열흘이 지나갔다. 이사 중 생긴 가장 열받는 에피소드는 동생이 다시 이사를 나가기 전 날 밤에 발생했다.


"작업자가 안 구해져서 내일 이사 못할 것 같아요."


응? 이게 무슨 헛소리인가 싶겠지만 이사업체로부터 오밤중에 받은 전화내용이다.

말문이 막혀서 모든 사고가 정지된 동생은 곁에 두고 또 다시 나는 화를 누르고 최대한 논리적으로 업체 사장에게 따져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이사 전날 밤에 안된다고만 하시는 건 너무 무책임하신 거 아닌가요? 내일 작업까지 해주시는 걸 생각해서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지금 집으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생긴 실수들은 모두 그냥 넘어가 드렸는데요. 이렇게 나오시면 그 때 생긴 손해들을 청구할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LG모니터 액정 한가운데 크게 금이 갔고, 로얄알버트 티포트의 뚜껑도 분실됐고 이사 중에 바닥보양이 잘 되지 않아서 마루바닥에 흠집과 오염이 지워지지도 않는 상태인데 이것들 다 청구하면 될까요? 아, 짐을 아직 제대로 풀지 않아서 그러는데 다 풀어보면 더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계약 당시 동생이 이사나가는 비용은 대략 40만원 정도였다. 포장을 할 필요도 없고 이미 포장된 박스를 그대로 트럭에 옮겨서 이동 후 다시 내려놓기만 하면 되는 수준의 이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모니터 가격에서부터 40만원은 넘었고 생각보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젊은 여자의 응수에 결국 업체 사장은 어떻게든 지인을 불러서라도 이사를 마쳐주겠다고 꼬리를 내렸다.

아니, 이렇게 할 수 있으면서 왜 못한다고 한 걸까? 싶어 더욱 괘씸한 마음이 들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여자 둘만 있다고 보복성으로 험한 꼴 당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결국 본가에 있는 남동생에게 정황 사정을 이야기하고 다음날 아침 일찍 집에 와주길 부탁을 했고 다행히 남동생이 이사를 함께 해주어 불안함을 최대한 덜어내고 진행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게 지나고 나니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그 당시에는 참 여러 생각을 했더랬다.

'코로나19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서 내가 더 화가 났던 걸까?'

'이런 이사를 앞으로 몇 번을 더하게 되는 걸까?'

'내가 여자가 아닌 남자였다면 이런 일이 생겼을까?'


뭐 이런 것까지 여자니까 어쩌고 라고 생각하느냐 할 수 있겠지만 생각보다 사소하고 많은 경우들에서 여자 혼자이기에 겪는 부당함이 왕왕 발생한다. 그래서 여자 혼자라는 것은 타고난 기질과 상관없이 일시적으로나마 억세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부당함을 당하고만 있어야 하니까.




이사업체를 고를 때 잘 고르는 방법은 사실 없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유명업체, 대형업체를 골라도 당일에 배정되는 팀은 제각각이라 누가 올지 모르니까요.

그래서 견적을 여러군데 받아보고 가장 합리적이라 생각되는 업체를 고르는 게 최선이라 생각하는데, 그 합리적의 기준은 너무 싸지도 너무 비싸지도 않게 정당한 가격을 책정하는 곳이라 생각했어요.

가전과 가구 수를 제대로 체크하고 잔짐들에 대한 박스의 수량을 견적낼 때 내가 예상한 것보다는 많되 3배, 4배 이상 차이나는 양은 아닌 곳으로 선택했어요. 실제 박스량을 산출할 때 왜 이 정도인지 물어보고 납득이 되는 곳들만 후보지로 남겨두기도 했고요.

하지만 다시 말하건데, 당일에 걸리는 이사팀에 의해 그 날의 이사는 좌우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내 집에서 산다.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