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좋아하는 작가 '한강' 의 시집을 읽어 보았다.
인간 삶의 고독과 비애,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맞닥뜨리는 어떤 진실과
본질적인 정서를 단단하게 새겨낸 작품 --★
삶은 고통인가 행복인가. "고독한 사람만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쇼펜하우어의 인생론이
평소 나의 가치관이나 내가 삶을 대하는 방식과 많이 닮아 있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철학자이며
그의 책을 좋아했는데, 이번에 도서관에서 우연히 접한 한강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를 읽으며..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피 흘리는 언어가 마냥 슬프고 고통스럽게 느껴지는게 아닌, 오히려 그럼에도 꿋꿋하게 살아내려는
한 인간의 처절한 삶의 의지와 놓지 않는 희망에 대한 기대를 담은 것처럼 느껴졌던...
이 시집을 접한 어느 저녁.
<회복기의 노래>
이제
살아가는 일은 무엇일까
물으며 누워 있을때
얼굴에 햇빛이 내렸다
빛이 지나갈 때까지
눈을 감고 있었다
가만히
얼마전 이 시의 구절처럼 나도 어떤.. 갑작스러운 상실감과 평온한 일상에서 균열을 맞이한 듯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평소 많이 존경하며 매주 뵈었던 분이 갑작스레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게 되셨고,
이 일이 내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는데 그렇다고 당장 "극복"이나 "회복"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방법이나 뚜렷한 해결책이 내게는 없었다.
운명과 자연의 이치 앞에서 한낱 나약한 인간임을 또 한번 자각할 뿐이었고, 온통 흑색으로 가슴이 번진듯한 느낌으로 매일을 보낼뿐.
여느때처럼, 출근길 그런 먹먹한 마음을 담은 채 지하철 계단을 올라, 지상으로 나와 문득 하늘을 올려다 보았는데, 그날따라 유독 구름한점 없는 파란 하늘에 햇빛이 잠시 내 얼굴을 비추었다.
그 때 가만히.. 눈을 감고 잠시 길 위에 멈추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몇 초간.. 내리쬐는 빛을 온전히 모두 담으려는 것처럼.
<회복기의 노래>가 특히 인상깊었던 건 얼마전 많은 생각을 하게 된 내가 깊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