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사랑하거든
1980.04.10.(목) 7:50 pm
오늘 네 편지를 받았다. 숨김없는 너의 고운 얘기는 솜사탕처럼 부드럽고 포근했다.
시골은 조용하지.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시간, 나는 장난스레 눈을 조금 모아 가지고 부엌에 간다. 눈은 차갑다. 오래 쥐고 있으니 손 시리다. 그래서 쥐고 있던 눈을 그만 솥뚜껑 위에 올려놓고 만다. 솥뚜껑은 무척 뜨겁지. 금방 눈이 녹는다. 빨리 녹는다. 그러다 엄마에게 꾸중을 듣지. "뭐 하냐? 밥 뜸 안 든다. 방에 들어가라" "네, 어머니"라고. 바로 이런 모습이 내가 바라는 시골의 진면목(眞面目)이란다.
承弟야!
갑자기 시골, 눈, 솥이 있는 부엌. 소재가 이상하지. 우리들의 아름답지만 서러운 사랑을 표현해 보고자, 시골, 진눈깨비, 솥뚜껑을 동원해 봤다. 즉 솥뚜껑은 서러운 浩兄이고, 진눈깨비는 아름다운 너란다. 아름다운 너의 진눈깨비 사랑을 나는 서럽고 헌신적인 솥뚜껑 사랑으로 녹이는 거지. 그러나 또 다른 나는 아들로 어머니의 말씀을 거부하지 않고 잘 듣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 언젠가는 어머니께서 우리들의 사랑을 인정하고 축복해 주시겠지. 다소 억지스럽지만 그런 소망을 품고 편지를 쓰고 있다.
아참, MRA 가입, 기타(guitar) 배우기를 포기했다 해서 많은 걸 잃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되려 순수한, 아름다운 다른 세계를 찾는다고 생각하렴. 어떤 단체에서 빠지면 공허한 마음이 잠시 들지만, 새로운 단체에 소속되어 몰입하면 더 알차고 보람을 느낄지도 모른다. 요는 나 자신 그 어느 세계에서도 주체성을 잃지 않고, 모든 게 주님의 뜻이기를 바라는 자세로 임할 때, 잘 되는 거야. 세상 만물을 창조하시고 운행하시는 주님께 모든 걸 맡기면 아주 편해. 그런 게 신앙(信仰)이지.
承弟야
뜨거운 사랑으로 늘 함께하고 싶다. 그래서 오직 나는 너의 사랑을 바란다. 사슴이 목말라 시냇물을 찾듯이, 나는 너의 심원(深遠)한 사랑을 원한다. 왜냐고? 나는 너를 사랑하거든. 뜨겁게, 나의 모든 걸 다 바쳐서.
사랑에는 다양한 비유어가 많지. 사랑의 기적, 국경 없는 사랑, 목숨을 다 바친 사랑,... 이는 사랑의 무한함을 표현한 것일 거야. 위대한 사랑은 위대한 철학을, 위인을 낳아 삼라만상(森羅萬象)을 유익하게 할 거야. 너와 나의 사랑도 위대한 사랑으로 승화(昇華)되길 바란다.
주안에서 우리의 사랑이 함께 하길 기도드리며, 오늘은 이만 줄인다.
1980.04.10. 8:26 pm 널 그리는 浩兄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