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은 너란다

바로 너뿐이다

by 초들

그리운 사람은 너란다




보고 싶은 承弟야!

몇 시간 동안 안녕. 염려 덕분에 오후 5:30 무사히 암천리에 도착했단다.


암천리(岩川里)는 비 온 후라서 시냇물 색이 푸르고, 물소리가 거세게 들려. 며칠 전의 풍경과 다르다. 나무뿌리가 뽑혀 도로 위에까지 흘러 내려왔고, 길 위에는 큰 구멍, 작은 구멍이 숭숭 뚫려 흙탕물이 고여있어. 이리저리 피하느라 땅만 쳐다보고 곡예 운전 했다. 이 길을 자주 다니다 보니, 이젠 자전거 운전을 잘한단다.


‘사람이 죽었데. 어떤 어른이 물에 휩쓸려 떠내러 갔는데, 유치면 부근에서 시신을 건졌단. 암천리는 비가 올 때마다 비 사연(事緣)이 생기네. 무섭다.



그래도 나는 암천리로 달려왔다.


무얼 위해서일까? 그것은 承弟! 널 위해서다. ‘뭔 생뚱맞은 말이냐?’라고 묻고 싶겠지. 그래. 암천리 생활이 우리들의 만남을 직·간접적으로 도와주고 있단다. 내가 교사를 하며 돈도 벌고 있는 곳이 암천리이잖아. 돈 없이 너를 만난다면, 아무래도 힘없고 처량해지며 무미건조(無味乾燥)해질 텐데. 예를 들어, 우리 두 사람의 만남의 시간이 길어질 때면, 택시 타고 공용정류장에 간다. 평소 시내버스를 타고 정류장에 가는 내가 급할 때, 택시를 탈 수 있는 것은 돈의 힘이다. 돈이 큰 역할을 한다. 만일 내가 돈 많은 부자라면, 우리들의 행동반경이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거야. 돈은 사랑의 마술사(魔術師)이거든.



承弟야!

괴롭지? 하지만 꿋꿋이 참고 견뎌 나가야 한다. 우리에게는 불타는 희망이 있잖아. 든든한 浩兄이가 항상 네 곁에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말고, 오늘보다는 밝은 내일을 더 힘차게 가꾸어 나가길 바란다. 가난과 고통 뒤엔 환희와 즐거움이 있는 법. 지금 우리는 어려울지라도, 우리들의 미래는 행복할 것임을 상상하며 살자. 우리 반드시 위대한 사람이 되자.

부모님, 오빠, 동생들에게 ‘와, 대학을 가더니, 연애하더니 더 어른스럽구나’라는 얘길 듣도록 하자. 너는 너대로 충실하고 나는 나대로 열심히 살아갈 거야. 누구든지 우릴 보고 칭찬을 먼저 할 수 있게 서로를 가꾸어 나가자. 작은 일, 큰일 다 잘해보자. 너랑 나랑 오직 위대한 사랑의 승리를 위해 고군분투하자. 적당히 하지 말고 투철하게, 뛰어나게 하자. 매사를 보다 노력하는 자세로 살자.

단조로운 암천리에서 생활하노라니, 사람이 그립다. 그런데 그리운 사람은 너란다. 바로 너뿐이다. 오로지 너를 위해 사는 나의 마음을 잊지 말고 더더욱 사랑해 주렴. 피곤한 육신과 영혼을 너로 인해 다 풀어 버리도록 해주렴. 내가 너에게 더 따뜻하고 아름다운 마음씨를 갖고 살고 싶다. 그렇게 살아갈 수 있도록 네가 마음 써주렴.

오늘은 여기서 그친다.


1980.04.07.(월) 7:30 pm 암천리에서 浩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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