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아이에게 더 마음이 간다

나는 따끔하게 아이들의 그른 행동을 바로 잡아준다

by 초들

어려운 아이에게 더 마음이 간다



화요일, 퇴근해서 이 글을 쓴다.


몹시 실망스러운 일이 있다. 반 아이 중, 김y석이는 무척 바보스럽다. 코흘리개라서 늘 얼굴이 불결하며 지능이 낮은 아이인데, 15살이다. 처음 이 아이를 만나면서 나는 커다란 사명감을 가졌다. 어떻게 해서든지 김y석이를 다른 아이들처럼 밝고 의젓한 사람을 만들려고 맘먹었다. 반 아이들은 물론, y석이를 아는 다른 반 아이들도 싫어하고, 혹시라도 옆에 오면 싫어서 미꾸라지 빠지듯 피한다. 하지만 나는 y석이를 그렇게 대하지 않았어. 교사이기에. 아니지. 나는 무척 y석이와 같은 어려운 아이에게 더 마음이 간다. 모든 아이를 평범하게 대하지만, 특히, 나는 y석이를 많이 위해 준다. y석이 동생, j석이가 있는데, 형 때문에 행동이 바르고 착한 동생 j석이를 아이들이 무시한다. 그런 장면을 볼 때마다, 나는 따끔하게 아이들의 그른 행동을 바로 잡아준다.


“너희들, 그래서는 안 된다. 언제, 어디서든지 너희들도 무시당할 수 있어. 서로 존중해줘야지.”


承弟야!

암천리의 하루가 간다. 내가 교육대학 재학 시절, 오후 녘 되면 까닭 모를 외로움이 밀려와 도서관에서 아리랑 동산으로, 오르간 실로, 교문으로 타박타박 걸어 나올 때가 많았다. 너는 다르겠지. 공사다망해서 분주하게 동분서주할지.

좀 피로하다. 아침부터 컨디션(condition)이 좋지 않았거든. 엊저녁 편지 썼지만, 내내 서운한 게 있어서 또 펜을 들었다. 조용한 암천리 생활을 괜스레 장황스럽게 수놓은 것 같아. 너의 마음을 몰라주고 나만 생각한 것 같아서 미안해. 매사에 너를 뚜렷이 의식하며 살고 싶다. 크든지, 작든지 모든 일에 너를 묶어서 생각하고 싶어. 금, 토요일 연휴로 쉬게 된다. 으레 너를 생각해. ‘금요일에는 무엇을 하고, 토요일은 어떻게 장식할까?’ 하고 말이야.


承弟야!

광주는 소용돌이야. 거대하고 고약하다. 매연과 공해, 소음 등으로 오염되어 있어. 하지만 암천리는 대조적이지. 조용하고 공기 좋고, 물 좋은 곳. ‘여름방학 때, 널 이곳으로 초대해서 이 모든 걸 보여 줘야지’라는 사념(思念) 속에 빠져있다. 물질문명 속에서 순수한 자연으로 돌아오는 거야. 병풍산도 물질문명으로 오염됐잖아. 하지만 암천리는 원초 자연 그대로야. 그 속에서 사는 나는 순수하단다. 하하하.

젊은이라면 모든 실상과 허상 속에서 확실한 이미지를 찾아야 할 거야. 명상(冥想). 그래 명상 중이다. 너와 나의 관계이지만 확대되는 세계는 무한하다.


承弟야!

병풍산은 나랑 나중에 가고 주님의 고난을 생각하며 지금은 기도에 힘쓰자. 고난주간이잖아. 여호와를 아는 것이 모든 지식의 근본이잖아. 주님을 많이 알려고 하는 게 지혜 있는 자의 행동일 거야.

금요일. 광주에 가면 나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될 거야. 너와의 사랑 때문에, 내 신앙생활이 결코 방해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주님의 세계를 벗어난 생활이면 가혹하게 채찍질하고 싶다. 너를 끔찍이 사랑하는 만큼.

성가대에서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을 생각하면서 찬양하기를 바란다. 지휘자 이 O 집사님을 위하는 게 아니니까. 결코 인간적인 친분을 앞세워 성가대 참여한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 나는 주님을 닮고 싶어. 어린이를 좋아했던 예수님처럼 그들을 위해서, 순수한 주일 학생들을 위해서 봉사하고 싶어.

배고프네. 저녁 식사 준비해야겠어. 이만 그친다. 상면 시까지 안녕.


1980.04.01.(화) 7:15 pm 암천리에서 浩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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