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서툴러서 미안하다
나의 마음은 하늘 같은데
사랑에 서툴러서 미안하다
보슬비가 하염없이 내린다. 계절의 짙은 내음을 온 피부로 절감해 보는 요즈음, 암천리(岩川里)는 고즈넉하다. 대자연이 던져주는 순수함 앞에 서보니, 나는 갈급함과 허전함을 금할 수 없다. 그대로 그렇게 접어두고 대범하게 살고 싶지만, 무척 힘이 든다.
사랑!
사랑 때문에, 나는 고민한다. 행복한 고민이라고 사람들은 그렇게 얘기할지 몰라. 너와 나, 묘한 인연으로 만났고, 야간열차에 피곤한 몸 싣고 서울까지 무박 1일로 다녀왔던 여정이 또렷하다.
“병풍산 갈 거야?” 충동질하는 너. 그러한 너를 전혀 미워할 수 없고, 함께할 수 없어 그저 아픔으로 받아들인다. 나는 산골짜기에 살면서 새로운 앞날의 청사진을 너와 결부시켜 그려보니, 막차가 출발한 텅 빈 정거장처럼 공허한 마음이다.
承弟야!
나는 별로 대단찮은 사람이다. 그냥 너를 사랑하려고 혼신의 힘을 다할 뿐이다. 너는 나를, 나는 너를 사랑하기에 희열에 싸여 춤춰야 하는데, 되려 움찔움찔한다. 어쩜. 너처럼 큰 사람(?)을 대하기엔 너무 벅찬가 봐. 하지만 나는 묵묵히 살아간다. 내 나이 지금 23살, 젊다. 비록 지금은 어려움 형편 속에 갇혀 있지만, 언젠가 현실을 박차고 일어날 날이 올 거야. 그날이 오면 우리의 사랑은 더욱더 활활 타겠지.
주님을 위해 살고 싶다. 이 세상은 나그네의 길이요. 우리는 순례자일 뿐. 모든 것을 뿌리치고 주님을 위해 살아야 한다. 너와의 사랑, 세상의 뭇사람들은 사랑이 제일일지 몰라도 나는 주님을 먼저 생각하련다. 너는 이해할 거야. 내가 외로워질 때, 더욱더 주님을 찾는다는 것을.
병풍산, 가고 싶은 마음 있을 때 가렴. 항상 네게 이런 기회가 주어지는 게 아닌데, 내가 마음대로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잖아. 후회 없이 너대로의 기회를 살려 나가렴.
나는 신앙생활, 사생활을 너와 함께 많이 개조해서, 더 나은 바람직한 생활로 이끌어 가고 싶다. 또 앞으로도 그러고 싶은 마음 변함이 없다. 너를 알게 되면서, 나는 이미 새로운 운명(運命)을 시작하고 있음을 잘 안다. 운명이란 개척 가능성이 있기에 두렵지 않다. 엎어지고 넘어지고 일어서는 오뚝이 인생을 나는 살고 싶다.
承弟야!
진심으로 너를 사랑한다. 언제든지 넉넉히, 너를 대해주고 싶다. 사랑에 서툴러서 미안하다. 나의 마음은 하늘 같은데, 마음 같지 않다. 4월 4일 금요일, 오전 광주 도착이다. 네 시간이 허락된다면 만나고 싶어. CCC 모임 때문에 불가능하면 그만두고.
너의 학창 시절의 모든 것에 주님의 돌보심 있기를 기도드리며.
1980.03.31.(월) 浩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