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밤 잠 못 이루며 널 생각한다

너를 소유하고 있는 곳이라서 말이야

by 초들

숱한 밤 잠 못 이루며 널 생각한다



3월 18일 화요일 저녁 시간에 이 글을 쓴다. 무척 손에 힘이 들어가고 글씨가 잘 써지지 않는다. 가까이에 네가 있다면 편지 쓸 필요 없이 널 보면 될 텐데. 그러지 못하니 나는 멍 때린다.


암천(岩川)리에 신규 선생님이 오셨다. ‘초임자의 辯을 늘어놓을 젊은이란다.


또 하루가 갔다. 어제는 봉급 수령해야 해서 늦게 암천리에 왔고, 내 반(班) 자식들과 진한 시간을 가졌다. 내일은 수요일, 또 출장이다.

월요일, 버스를 놓쳤다. 9번 버스 그리고 학생들 등교 시간. 타박타박 걸어서 공용터미널에 8:30 도착, 53분에 출발하는 장흥행 버스를 타고 장흥에 10시 훨씬 넘어 도착했다. 9번 버스 안에서 두리번거리며 나를 찾았을 네 모습을 상상해 보니, 미안스러운 마음 금할 수 없다. 버스가 서질 않고 휑 가버리는 걸 어떡하니? 변명은 금물이고 미안하다. 너에게 늘 미안하다는 얘기밖에 못하는 걸까? 미안스러운 존재가 된다는 건 나로서는 심히 고통스럽지만, 현재는 그럴 수밖에 없는가 봐.

현재의 나는 지팡이를 짚고 벼랑 위를 걸어가는 소경의 심정처럼 외로울 때가 있어. 숱한 밤 잠 못 이루며 널 생각한다. 너는 나의 사상(事狀)의 공간 속에서 큰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니까. 네가 있는 광주에 자주 가고 싶어. 너를 소유하고 있는 곳이라서 말이야. 앞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을 삼가려 한다. 좀 더 점잖아지고 싶어. 그렇다고 걱정하지 말아라. 너와의 대화는 넘실거릴 테니까.


承弟야!

내가 원망스러울 때가 많지. 너의 깊은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니까. 질겅질겅 고통을 혼자 씹지 말고 나랑 나눠 갖자. 너의 모든 것이 나의 것이 될 수 있도록. 너로 인해 삶의 진미를 누리는 나이니만큼 많은 보상을 하고 싶다. 네가 원하는 걸 해주고 싶고, 알고 싶다. 차라리 많은 구속과 굴레로 응결되었으면 좋겠다.

학교생활, 부디 보람 있게 수놓으렴. 후회투성이 미련이란 낱말과 친하지 말고 ‘그래도 학창 시절이 잊을 수 없는 시절이야. 추억이 너무 많아’라는 말할 수 있는 네가 되어주렴. 너에게 나의 소망을 걸 수 있게 대견스러운 행동을 보여주렴.


하나님께 충성하는 종이 되자. 뜨거운 신앙을 갖고서 주 안에서 너는 나를 그리고 나는 너를 의지하고 믿고 사랑하자. 그리해서 우리 두 사람 예수그리스도의 사자답게 열심히 일하자. 주님의 놀라운 사업들을.

행운과 건강을 주님께 기도드리며


1980.03.18. 浩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