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한바탕 비가 쏟아졌어. 몹시 흐린 밤이다. 빛이란 모두 사라져 버리고 오직 어둠으로만 둘러싸여 있다. 인적마저 끊어진 암천리의 밤이 깊어가고 있다.
나 홀로 자취방에서 너를 생각하고 있어. 네가 몹시 보고 싶구나. 너를 향한 그리움은 숨 막히는 고요함을 부른다. 차라리 까닭 모를 슬픔이 되고 만다.
承弟야!
이 편지는 시험을 치르고 있을 즈음에 광주에 도착할 것 같다. 시험공부하느라 완전 몰입의 세계에 빠져있을 너에게 방해꾼이 되지 않기를. 너의 발랄함을 묶어버리는 시험을 치르는 네가 고맙다. 우리는 서로 '만남'이란 끄나풀로 이어지더니, 浩兄이는 암천리에서 교직생활로, 承弟는 광주에서 대학생으로 고생하는 것 같다.
'만남'에는 여러 가지가 있어.
친구사이 우정의 만남, 애인사이 애정의 만남, 부모 자식사이 혈연의 만남, 보통 사람 사이의 일상 만남 등 서로 다른 만남이 있는 것 같아. 너랑 나랑은 이 가운데에서 어떤 만남일까? 또한 그 만남을 위해 어떤 노력을, 얼마나 하는 걸까? 우리의 만남은 끊을 수 없는 뜨거운 사랑이길 바란다. 너와 나는 서로 사랑하는 사람이니 끈끈한 정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우리의 만남은 고귀한 사랑으로 아름답기를 바란다. 우리의 사랑은 늘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진정한 보람을 찾기를 바란다. 인생을 살면서 사랑이 없다면, 몹시 고달프고 지겨운 여정이 되고 말 거야.
承弟야!
浩兄이는 늘 아쉬움 속에서 산다. 주님이 주신 삶의 하루하루를 보람 있게 보내지 못해서 그렇다. 그래서 주님께 한없는 부족함과 연약함을 감추어 달라고 기원한다. 주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고 싶다. 우리 정성껏 하루를 보내고 희망찬 내일을 맞이하는 미래지향적인 삶을 살자. 주님 보시기에 멋지고 아름다운 삶을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