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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 photo Apr 06. 2023

최고와 최악의 여행경험을 준 불가리아 Part 2

소피아 중앙역 매표소를 갔다.  중앙역은 규모가 엄청났다. 높은 천장과 오가는 사람들.

러시아어를 읽지 못하기에 그리고 나는 한시라도 빨리 소피아를 떠나고 싶은 마음에

매표소 직원에게 가장 빨리 떠나는 기차표를 달라고 했다.


그곳이 어디던지 최소한 이곳 소피아 보다는 좋을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표를 받았다. 플로브디브 ( Plovdiv , Пловдив )


기차를 타고 간다. 두세 시간인가 가니 도착했다. 기차 안에서 카메라 가방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도착을 하니 해가 지어 어둑어둑하다. 이런! 또 아무런 정보도 없이 그냥 왔다.

지난번 택시로 인한 아픔(?)을 겪은 탓에 택시에 대한 약간의 정보를 얻었다.

택시에 체크무늬가 있으면 정부에서 운영하는 택시이고 없으면 그냥 개인이나 회사가 운영하는 택시라 들었다. 가능하면 체크무늬가 있는 택시를 타라고 조언을 받았다.


역 앞에 도열해 있는 택시 중에서 체크무늬만 찾았다.

아주 오래된 벤츠 택시. 체크무늬가 있었다.

택시 기사분은 조금 연세가 있으신 분. 착해 보였다. 아니 적어도 나에게 사기를 칠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그분에게 이야기를 했다. 숙소를 찾고 있다. 비싸지 않고 편하고 안전한 숙소 그런 곳으로 태워다 달라했다.

어찌 보면 황당한 승객이었지만 그분은 열심히 나를 태우고 여기저기 호텔로 갔다.


첫 번째 숙소는 너무 비쌌다. 두 번째 숙소는 더운물이 안 나온다 했다.

결국 그 기사분이 어딘가 연락하더니 나를 태우고 갔다. 여전히 나는 카메라 가방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주택가로 택시가 들어간다. 호텔이나 유스호스텔 같은 게 없을 만한 분위기였다.

어떤 집 앞에 나를 내려준다. 집 앞에는 그 집주인 부부가 나와있었다. 민박.


정말 오랜만에 민박을 하게 되었다. 하루 숙박비는 아침 포함해서 10불.

난 방을 둘러보고 결정하겠다 했다. 방은 아주 정갈했다. 싱글베드 두 개 그리고 전형적인 가정집의 분위기.


난 오케이를 외치고 그 집에서 묵기로 했다. 그 택시기사분을 만난 것이 행운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불가리아에 대한 나쁜 기억들이 사라지게 되었다.


짐을 풀고 집주인에게 배고프다 말하면서 갈 만한 식당이 없느냐 물어보니 잠시 기다리라 한다.

잠시뒤 나를 부른다. 나가보니 집주인이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한 20년도 넘은 차. 러시아에서 만든 '라다'라는 차였다. 마티즈나 티코 정도의 사이즈.

털털거리는 그 차를 타고 또 어딘가로 나를 데려다주었다.  주택가에 자리 잡은 식당이었다.

절대로 관광객은 오지 않을 듯한 위치다. 식당에 들어가서 주인과 민박집주인이 이야기를 나누더니

나를 인수인계(?) 했다. 식사가 끝나면 식당 주인에게 이야기하라 하면서 민박집주인은 떠났다.


불가리아 음식은 내가 전혀 모른다. 식당 주인에게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말했다.

소고기를 약간 매콤하게 볶아서 등등등 그런 요리를 먹고 싶어라고 말하니. 오케이 하고 간다.


잠시뒤 요리가 나왔다. 오! 내가 말한 그대로 만들어주었다. 요리 이름은 기억이 안 난다. 하여간 아주 맛있게 먹고 있는데 식당 주인이 꼬마아이랑 같이 나에게 왔다. 보드카 한 병을 옆구리에 끼고

나와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자기는 영어를 못하니 영국에서 공부를 하다가 방학이어서 돌아온 자기 조카를 데리고 온 것이다. 나와 꼬마 아이 그리고 식당주인이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했다. 정치, 경제 문화 등등에 대해. 보드카를 마시면서. 술을 잘 못하는 내가 그 주인과 함께 이야기를 하면서 그 보드카 반 병정도를 마셨다.


나도 영어가 그리 능숙하지 않았으나 내가 개떡같이 말해도 그 꼬마아이가 잘 통역을 해주는 듯했다. 서로 계속 웃으면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식당에서 한 3시간을 보냈다.

내가 계산서를 달라고 했다. 식당주인은 친구 사이에는 돈거래를 하면 안 된다 하면서 한사코 안 받았다.

나는 결국 통역을 하고 옆에 있어준 꼬마아이에게 넉넉하게 식대를 주었다.


숙소에 돌아가려고 일어서니 식당주인이 나에게 잠시 기다리라 한다. 나를 부르길래 나가보니 이번에는 식당주인이 차를 가지고 와서 나를 데려다준다 한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민박집 앞에 도착하니 집주인이 나와 있었다. 내가 너무 안 돌아오기에 걱정되어서 나와서 기다리는 중이라 했다. 너무 착하고 고마운 사람들. 식당주인에게 내일 또 보자 하면서 헤어졌다.

플로브디브 여행 내내 나는 저녁 식사를 그 식당에서 해결했다. 매번 식사비 때문에 실랑이를 했다. 나는 지불해야 한다 식당주인은 안 받을 것이다 하면서.


내가 그 민박집에서 처음 맛본 것은 아침 식사로 식빵과 감자칩을 같이 먹는 샌드위치였다. 민박집의 아침 식사는 커피와 식빵, 감자칩 그리고 과일들이었다.


소피아에서와는 달리 플로브디브에서는 여기저기 마음 편하게 다녔다. 볼거리도 많았고 물가도 싼 편이어서 부담 없이 택시도 타고 다리가 아프면 카페에 들어가서 맛난 커피도 마셨다.


저녁이면 늘 그 식당으로 찾아가서 식사를 하고. 플로브디브에서 마지막 날.

헤어질 때 식사비와 함께 그간의 고마움을 표했다.

언젠가는 다시 만나자 하면서 그 식당 주인과 헤어질 때는 마음이 무척 뭉클했다.

내가 언제 다시 불가리아를 방문하고 플로브디브를 올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그는 작은 돌멩이 하나를 나에게 주었다. 그 돌멩이가 나에게 행운을 줄 것이고 플로브디에 왔다간 기억을 간직하기를 바란다 하면서.


그간 여러 나라와 도시를 다녔지만 나에게는 불가리아가 최악의 여행과 최고의 여행을 선사한 곳이다.

민박집주인도 그 식당 주인도 플로브디브의 택시기사도 잘 지내고 있기를 바란다.


아! 소피아에서 나에게 사기 친 택시기사는 빼고다. 난 뒤끝 있는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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