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im photo May 26. 2023

철없는 한 명의 중년과 철든 두 중년의 미국 유랑기 2

고산병, 극기훈련

D+1


모두들 아주 푹 잘 자고 일어난듯했다. 나 역시도 그랬다. 친구들의 말에 의하면 내가 코를 좀 골았다고 한다.

나는 너는  잘 때 숨을 거칠게 쉬더라 하고 말했다. 서로를 너무 잘 알기에 적당한 잔소리는 웃음으로 넘어간다. 


영화에서나 보던 작은 마을의 모텔. 숙소 문을 열고 나가보니 이제야 주변 풍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2층으로 된 작은 모텔. 오래전 한국의 아파트처럼 복도식이다. 문을 열면 그 작은 마을의 모든 것이 보인다. 낮은 건물들, 오가는 사람 별로 없이 가끔 차들만 지나간다.

갈길이 멀기에 짐을 다시 챙기면서도 아침 식사는 뺴먹지 않았다. 한국에서 온 친구가 주전부리와 햇반등을 한가득 가지고 왔다. 덕분에 간단하게 햇반과 몇 가지 반찬으로 식사를 했다.


사무실에 가서 체크아웃을 하고 차에 짐을 실는데 할머니 한분이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신다. 인사를 하고 약간의 대화를 나누었다. 어디서 왔느냐 어디를 가느냐 등등 그러면서 나는 할머니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했다.

할머니와 개의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 하면서. 촬영을 하면서 개의 이름을 물어보았다.


그 개의 이름은 캣이라 했다. 내가 'CAT?'라고 물으니 맞다고 하신다. 강아지 이름이 고양이라니!


차에 짐을 다 실었다. 다시 출발이다. 나는 습관적으로 아침에 커피를 마셔야 한다. 커피를 마시지 못하면 하루종일 뭔지 모를 짜증과 피곤함과 간절함이 나를 지배한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두 친구 중 한 명은 커피를 안 마시고 또 다른 친구는 디카페인만 딱 한잔 마신다 한다. 이런! 이렇게 행복감을 주는 커피를 안 마시고 마셔도 디카페인으로 마신다니!


시골 작은 마을에 다행히 커피집은 하나 있었다. 그런데 나 때문에 커피 때문에 그곳에 갔다가 가는 것이 왠지 미안했지만 내가 고집을 부렸다. 나의 정신적 건강을 위해서.


핑크 핑크한 커피집이었다. 커피 맛도 나쁘지 않았다. 비로소 나는 심신의 안정을 취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여행 내내 식사때문에 약간의 신경전이 있었다.

좋게 말하면 서로를 너무 배려해 주는 것이었고 다르게 말하면 나는 여전히 아동틱하고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는 반면 그들은 각자의 건강 때문에 가려야 하는 음식들이 있었다.


미국에서 15년을 살면서 내 입맛이 미국화 된듯하다. 나는 짜고 달고 매운 음식을 찾는 반면 친구들은 자극적인 음식을 먹으면 속에서 탈 난다 혹은 건강에 안 좋다 하면서 피한다.

친구들은 나에게 그런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걸 다행이라 생각하라 한다.자기네는 먹고 싶어도 먹지를 못한다 한다.  아! 우리의 나이가 먹고 싶은 것을 먹지 못하는 그런 나이구나. 조금은 서글퍼졌다. 


술, 담배도 안 하는 두 친구. 술은 안 하지만 여전히 전자 담배를 피우는 나.

그러고 보니 두 녀석은 요즘 말로 상위 3프로에 속하는 몸을 유지하고 나는 적당히 배가 나온 아저씨였다.

키는 다들 나보다 큰데 몸무게는 내가 제일 많이 나간다.

내가 이제는 절제를 해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또 다른 문제는 나만 흡연자이기에 긴 장거리 여행을 하는 내내 고통(?)을 호소했다. 전자 담배이기에 냄새는 그리 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비흡연자 둘과 있다 보니 흡연을 하는 것이 죄를 짓는 기분이었다.


운전을 담당한 캐나다에서 온 친구가 중간중간 차를 세우고 쉬는 시간을 가졌지만 나의 흡연 욕구를 채워주지는 못했다. 자연스럽게 강제 금연 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내 건강을 위해 그러는 거라 둘이 약 올린다.


다시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을 향해 떠난다. 길은 여전히 한적하고 지루했다. 가끔 모퉁이를 돌 때마다 보이는 풍경에 우와~~~ 를 연발했지만 그래도 차 안에서 몇 시간씩 보내는 건 고역이었다.


Superior. MT를 떠나 옐로우스톤으로 가는 길에 우리는 우연히  Missoula. MT 란 도시를 방문했다.

올드 타운으로 들어가서 주차를 하고 설렁설렁 걸으면서 도시를 구경했다. 미줄라란 도시는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몬타나주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라 한다. 도시를 돌아다니는 내내 너무나도 한적했는데.

몬타나주의 인구가 어느 정도 인지 가늠이 되었다.


길을 걷다 보니 강이 보인다. 눈이 녹은 탓인지 수량도 제법 되고 물살도 거칠다. 그리 폭이 넓지는 않았다.

누군가 강변에서 서핑 보드를 들고 다닌다. 호기심에 내려가 보았다. 그는 거친 강물에서 서핑을 즐기는 것이었다. 문화충격이다. 강에서 서핑이라니!

그의 서핑 실력이 보통이 아니었다. 거친 물살을 헤쳐나가 약간의 파도(?)가 치는 포인트에 자리를 잡고 안정된 자세로 서핑을 즐긴다. 잠시뒤에 한둘 서핑보드를 들고 나타나서 강으로 들어간다.

저 포인트가 핫스폿인가 보다.


다시 출발이다. 목표는 해가 지기 전에 숙소에 도착하는 것이었다. 

옐로우스톤 서쪽 입구 근처에 숙소를 잡았다.  국립공원 근처로 갈수록 내가 좀 더 자연과 가까워지는 느낌이었다. 숲은 더 무성해지고 길 옆에 흐르는 강물은 더 거칠어졌다. 눈도 더 많이 보인다.

5월인데도 여기저기 눈이 쌓여있다. 인적이 드문 길을 가는 동안은 인터넷도 안되고 GPS도 끊어진다. 

다행히 미리 지도를 다운로드하여 놓아서 길을 찾아간다. 

어느덧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입구가 보인다. 잠시 세우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 담당은 나였다.

한 친구는 운전 담당, 다른 친구는 스케줄과 내비게이션 담당 나는 사진 담당. 이렇게 역할분담이 자연스럽게 되었다. 아직도 숙소까지는 약 1시간을 더 들어가야 한다.


숙소로 가는 길에 바이슨이 어슬렁거린다. 차를 천천히 몰면서 옆을 지나갔다. 처음 보는 바이슨.

버펄로인지 바이슨인지 갑론을박을 했다. ( 나는 종종 바이슨을 바이든이라 발음했다)

국립공원에 가까워질수록 고도는 높아졌다. 해발 2000M가 넘었다. 외부온도도 영하였다. 햇빛은 따사로웠지만 약간 추위를 느끼게 만들었다. 

작년에 혼자 덴버와 로키 국립공원 주변을 돌아다닐 때 고산병으로 고생했던 기억이 문득 들었다.

그 여행 내내 높은 고도로 인해 늘 두통을 달고 지냈다. 도대체 적응 안 되는 고산병.


고산병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고산병에는 비아그라가 좋다 아니다 비아그라는 원래 다른 병을 치유하기 위해 나온 약인데 어쩌고 하면서 실없는 농담을 서로 했다.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 앞은 넓은 호수였다. 5월인데도 호수는 꽝꽝 얼어있었다.  하늘은 별 보기 좋게 열려있었다. 도착하는 순간 나의 계획 하나를 실천할 생각에 약간의 흥분 상태였다. 


국립공원에서 별 보기.


저녁은 west yellowstone vistor center 근처에 있는 관광촌에서 먹기로 했다. 

숙소에서 약 20분은 운전해서 도착했다. 본격적으로 시즌이 시작되지 않았는데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아쉽게도 많은 식당들이 문을 닫았다. 대부분 5월 12일 금요일부터 연다고 쓰여있었다. 

옐로우스톤 국립공원도 그때부터 통제하고 있던 여러 길들을 열거라 했다.


결국 푸드트럭에서 짝퉁스런 중국음식을 사 왔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물가는 정말 많이 올랐다.

셋이서 그냥 보통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팁까지 주면 거의 80불에서 100불가량이 나온다.


숙소로 음식을 가지고 와서 식사를 했다. 해가 지기 시작한다. 나는 바깥에 나가 하늘 상태를 확인했다.

옅은 구름이 껴있다. 과연 오늘밤에 별을 볼 수 있을까?


밤 11시경 다시 밖에 나가 하늘을 보았다. 다행히 북쪽 하늘은 별이 총총이다.

달도 아직 뜨지 않았다. 촬영 장비를 챙겨서 미리 생각했던 장소로 갔다. 친구 한 명이 같이 보고 싶다면서 따라 나왔다. 산속이라 날씨가 변화무쌍했다. 일단 볼 수 있을 때 보자란 마음이었다.

미리 말하지만 이번 여행 중 별을 본 날은 이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하늘이 열린 북쪽 하늘의 별을 보고 별이 너무 많이 보여서 별자리를 구별하기 쉽지 않았다. 북극성을 찾고 큰 곰자리를 확인하고 카시오페이아 자리는 아직 지평선 아래에 있는 상태였다. 

특정한 별자리 촬영은 포기하고  북쪽하늘에 있는 많은 별들을 촬영했다. 속으로 별똥별 몇 개만 떨어져 주길 바라면서.


이렇게 둘째 날이 마무리되어갔다.






작가의 이전글 철없는 한 명의 중년과 철든 두 중년의 미국 유랑기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