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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도 그리울 우리 엄마

by 두움큼

계절이 바꿔서 그런지 엄마 얼굴이 까칠해지셨다.

조금 야위신 듯도 하고 숨을 쉴 때 쇳소리가 자주 들린다.

굽은 허리에도 잰걸음으로 잘 걸으셨는데, 앉고 일어서는 것도 힘들다며 호흡이 가빠지셨다.


온몸이 가렵다고 효자손을 찾아 등을 긁다가 갑자기 바지를 걷고는 다리를 연신 긁으신다.

겨울 철 건조해져서도 있고, 아무래도 혈액순환이 잘 안 되서인지 몸이 가려우신가 보다.

그 모습이 또 왜 이리 짠하고 가여운지 살 아프게 그만 긁으셔라 바디로션을 듬뿍 발라 드린다.


세월이 야속도 하지.

피부결 하나는 타고났다 자신하던 엄마였는데...

팔목을 잡아 보시더니 이젠 살도 다 빠졌다고, 팔뚝 살 늘어진 것 좀 보라신다.

유달리 머릿결마저도 푸석하고 힘이 없어 보인다.


뜨거운 것도, 차가운 것도 못 먹어

이가 안 좋으니 김치도 우걱우걱 못 먹어 고기도 싫다 하신다.

그 좋던 먹성도 한 때라고 그저 먹을 수 있을 때 끼니 거르지 말고 부지런히 먹으라신다.


같은 여든두 살의 할머니라도 도시에 사셨던 할머니들보다

자식을 열이나 낳으시고, 한평생 농사만 지으신 엄마가 십 년은 더 나이 들어 보여 마음이 저리다.


그래도 엄마는 여든둘 인생이 바람처럼 지나갔나 보다.

마음은 아직도 청춘이라 할머니라는 걸 인정 못하시는지 지팡이를 짚으라 해도 '지팡이는 중늙은이나 드는 것'이라며 내 팔을 잡으신다.


작년과는 또 다르게 나이 들어 가시는 엄마의 모습들,

엄마의 손을 내 손 위에 얹어놓고 가만히 만져본다.

아직도 부드러운 엄마 얼굴을 몇 번이고 쓰다 듬는다.


반짝이던 엄마의 젊은 날을 붙들어 주지는 못하지만 지금도 내 눈에 곱고 귀엽기만 한 할머니,

틀니를 빼고 웃을 때는 얼굴이 아기같은 정많은 할머니,


꿈에도 그리울 우리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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