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내가 있는 곳으로 자주 다가와 주신다.
혼자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있으면 반대편 의자에 앉아 그날 있었던 동네 이야기를 나눠 주신다.
뭔가 할 말이 떠오르실 때면 부리나케 출근 준비하는 내 옆에 앉으셔서 또 한참 소곤소곤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솔직히 출근준비로 정신이 없을 땐 귀담아듣지 못하기도 하지만 엄마의 말동무가 되어 드리는 건 꽤나 재미있는 일이다.
어느 주말, 늦게까지 잠든 내 두 손을 몇 번이나 쓰다듬어 주신다.
거칠면서도 부드러운 엄마 손이 내 손등을 오가는 동안 이 세상에 더는 없을 묵직한 애정을 느낀다.
이마에서부터 간단하게 좀 자르라 셨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신다.
그것으로 이미 나를 깨우셨지만 완전히 깰까 봐 몇 번만 만지시고는 얼른 자리를 뜨신다.
(더 쓰다듬어 주셔도 되는데...)
나는 눈은 그대로 감은 채 엄마의 손길이 좋아서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간다.
"9시까지 20분 남았어! 빨리 나가"
오늘도 역시나 출근 전 후다닥 거리는 나를 지켜보며 삼촌은 지각방지 알람시계가 되어준다.
야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아랫목에 이브자리가 곱게 펼쳐져 있다. 엄마가 삼촌에게 시킨 일이겠지만 싫은 내색 없이 막내조카 이불을 반듯하게 깔아주었을 삼촌의 조카사랑이다.
아침마다 잘 다녀오라고, 어느 날은 맛있는 거 사 오라고, 또 어느 날은 일찍 오라고 손 흔들며 인사해 주는 모습은 괜스레 마음이 짠해진다.
우리 집 마당냥이 치즈까미는 대문 앞에서 퇴근하는 나를 맞이해 준다.
자신의 이름이 치즈고, 까미인지도 알고 내 목소리도 알고, 내 차까지 기가 막히게 알아본다.
하도 도도해서 짝사랑만 계속하게 될 줄 알았는데 치즈까미도 나를 좋아해 주니 무한감격이고 행복이다.
귀여워 죽겠는 우리 아기들. 그 무해한 존재가 우리 가족이 되어 주었다.
홈 스윗 홈.
이렇게 식지 않는 훈훈한 온기로 조용하고 단단하게 사랑을 받으니 마음이 꽉 차오른다.
사실 별다른 걸 해주지 않아도, 매일 사랑한다는 표현이 넘치지 않아도,
엄마, 삼촌, 치즈까미, 흰둥이가 그 자리에 존재해 주어서 그 자체로 즐거운 나의 집.
복작복작 시끌시끌해도 빨리 가고 싶은 우리 집.
존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