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오던 날 시집간 우리 언니

by 두움큼

한 발 두 발 눈이 내렸다.

여린 눈발이 굵어지면서 발이 푹 빠지게 첫눈 오던 날,

엄마가 옛이야기를 꺼내 놓으셨다.


너무 아파서 도저히 내 입으로 부를 수도 없는 우리 언니 이름.

나와 네 살 터울인 내 바로 위의 언니는 첫눈이 오던 날 시집을 갔다.


결혼식 없이 혼인신고만 하고서 살겠다며 짐을 챙겨 떠난 날.

그날 언니를 보내놓고 엄마는 흩날리는 눈을 보며 많이 울었다고 했다.


아빠는 막내인 나를 워낙 예뻐하셔서 내가 잘못해서 언니와 싸웠어도 늘 내 편을 들어주셨다.

아빠 품에 안긴 나는 언니가 혼나길 바라며 더 울어버리기도 했다.

그때 언니 편을 들어주는 건 엄마였다. 그리고 언니를 위로하듯 나를 나무라셨다.


언니는 나와 달리 뚱뚱하고 공부도 못했다. 곰 같은 언니보다 토끼 같은 나는 어딜 가나 귀여움을 받았고 언니는 비교를 당했다.

내가 봐도 언니는 언니의 친구들보다 어딘가 모자라 보였고 나와도 수준이 안 맞는다고 언니를 무시했다.


지금은 알게 된 경계선 지능장애라는 단어. 그땐 그 단어를 몰랐을 뿐 가족들은 짐작하고 있었던 것 같다.

다만 아쉬운 게 있다면 그것에 대한 정보가 있었더라면 답답해하는 대신에 더 많이 이해해 주었을 텐데...

그래서 언니는 아픈 손가락이었다.


언니는 마흔을 앞둔 서른아홉에 병명도 긴 희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너무 아픈 것은 차라리 보고 싶지가 않다.

나는 아직도 언니가 너무 아파서 늘 마음 깊이에만 묻어 두고 있다.


첫눈을 보니 언니가 생각났다는 엄마는 오죽하실까.

나는 흩날리는 눈을 보며 울었다던 엄마처럼 서둘러 눈을 보러 가는 척 자리를 피했다.


언니는 첫눈 오던 날 시집을 갔고, 눈 녹듯 너무도 짧게 머물다 떠나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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