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인생이 너무 서글퍼요.

by 두움큼

작은 아빠가 입원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신이 오락가락하신다고, 제일 친한 친구였던 동네 아저씨도 못 알아본다고 했다.

설마...

신장 투석으로 병원을 오가셨지만 몇 주 전만 해도 멀쩡하셨다.

주말엔 아침부터 나를 보러 우리 집에 오셨고,

며칠 있으면 봉급날이라고 나보다 더 25일을 기다리셨다.


작은 아빠 병문안을 다녀오고 나는 심장이 조여왔다.

어떻게... 하루아침에 이렇게 될 수 있지.

수저질도, 거동도 못하시고 본인이 나고 자란 영월을 가본 적이 없다신다. 기가 막힌다.

작은 아빠는 칠십 평생 농사만 지으시다가 신장이 나빠지면서 두 해전에 드디어 일을 안 하시게 되었다.

고작 두 해남짓. 한평생을 밭에서 살다 이제 좀 아픈 김에 쉬어 보겠다는데

그마저도 그렇게 어려운 것인지 어디에라도 따지고 싶었다.


엄마가 할머니에게 시집살이를 고되게 할 때 형수를 챙겨준 것도,

아빠가 돌아가시고 혼자 남은 엄마를 돌봐 준 것도 작은 아빠셨다.

그래서 엄마는 작은 아빠가 아빠 다음으로 비빌 언덕이었을 거다.

차마 엄마에게 작은 아빠의 상황을 정확히 말할 수가 없어서 나쁘지 않다고, 금방 좋아질 거라고 말했다.


큰언니도 작은 아빠에게 미음을 먹여 드리며 '빨리 나아서 집에 가자!' 했다.

(작은 아빠는 큰언니 말을 잘 들어주니까... 제발 그 말도 들어주세요.)






어느 날 작은 아빠가 말씀하셨다.

"나도 형(우리 아빠) 나이만큼만 살면 되겠다."

"아니, 백세인생이라는데 손녀들 시집가는 것도 봐야지!"

택도 없는 소리를 한다는 듯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너무 힘들게 일만 해서 고달프다 하셨다.

그 고달픔이 훈장처럼 남아있는 작은 아빠의 손을 보면서 그때도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눈물을 참았다.


병원에서 병원복을 입고 있는 낯선 작은 아빠의 모습을 보니

어쩌면 우리 엄마도, 나도 인생의 마지막 모습이 낯선 병원, 낯선 병원복, 낯선 냄새 속에 있게 될 수도 있다.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몸 상하는 줄도 모르고 일만 하다 결국 힘없고 병들어 병원에서 맞이하게 될 마지막은 너무 가혹하다.


희생이 싫다. 고단한 인생이 너무나 서글퍼진다.






병과 아픔은 연말연초를 가리지도 않네요.

2026년 1월 1일 새해에

조금은 우울한 이야기지만 가족의 쾌유를 빌어봅니다.


모든 가정에 평화와 건강이 함께하길.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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