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에 꽂아 둔 제비꽃처럼
살던 곳을 떠나 낯선 곳에서의 머무름은,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 다른 정보에 의존하여 시작된다.
그 과정에서 깨닫게 된 사실은,
사람들이 '주관적으로' 전달하는 정보란 또 달리 '주관적인' 나에게는 그다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다른 사람이 주는 정보에 많이 기대어 어떤 의사결정을 하기에 이를 때에는
어김없이 후회가 뒤따르는 것이다.
그러니, 낯선 곳에 이르러 무언가를 할 때에는
최선을 다해 가장 정확한 정보에 접근해야 하고, 나만의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정보를 잘 모으는 것, 합리적인 기준을 세우는 것은 사람의 역량에 따라 확연히 달라지겠지만.
내 역량과 깜냥에 맞아야 그게 내 것이다. 그래야 그 책임도 내가 진다.
이러한 태도는 여행을 기록할 때에도,
내가 주체가 아니라 아이들이 무언가를 할 때에도
어김없이 똑같이 적용되어야 하건만.
누군가 훅하고 자신의 가치와 경험을 세상 최고인양 들이밀 때의 그 기분을 느낄 때, 아차!
나 역시 누군가에게 겨우 내 수준의 허접한 가치와 경험을 무지막지하게 들이밀었겠구나, 부끄럽다.
이곳에 여행의 기록을 남기는 것은,
그저 순간이고 찰나인 행복의 순간을 잠시 잡아두고 싶어서다.
산책길에 만난 작은 들꽃을 책갈피에 꽂아두고 두고두고 보았던 것처럼,
햇빛처럼 빛나는 저 시간을 잠시라도 멈추어 고이고이 오래오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