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째(09월 7일), 1부 : 우즈베키스탄, 부하라
오늘은 부하라에 가는 날이다. 타슈켄트에서 부하라는 항공으로 1시간 10분이 소요된다(해발 372m).
4시 반에 기상하여 샤워하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05시에 공항 픽업택시가 호텔밖에서 기다리기로 하였기 때문이다. 채비 끝내고 호텔 밖에 나가자 택시가 없다. 아뿔싸... 당했구나... 어제 공항에서 구매한 호텔까지 편도 티켓으로 택시를 타면서 공항 에스코트 직원에게 내일 아침 국내선 공항에 다시 와야 한다고 하자 7불 정도를 추가 징수해 갔다. 물론 영수증은 주지 않았다. 내일 아침 5시까지 호텔 앞에서 택시가 기다릴 것이라고만 하였다. 친절한 말투에 설마 영수증 안 받아도 되겠지? 당시 공항 외부라 영수증 발행할 곳도 없었고... 그런데 차는 오지 않았다. 이른 아침이라 대기 중인 택시는 없었다. 호텔 로비에서 다른 택시를 부르기로 했다. 가격은 1달러 50센트 정도이다. 이것을 7달러씩이나 주었으니. 그것도 오지도 않을 택시를... 호텔이 공항 코앞이라 걸어간다고 하자 공사 중이라고 못 간다고 하면서 표팔이 아가씨는 과잉친절까지 베풀더니... 도착한 택시를 타고 국내선 공항에 가면서 보니 인도도 있고 걷는 사람도 있었다. 어쩜 그리 대놓고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할 수 있을까?? 아무튼 특히 개도국 공항은 조심하자. 세계 어딜 가나 공항은 모든 게 비싸다. 그래 이제 그만 털어 버리자. 경각심과 함께하는 이번 여행! 결실 더욱 풍요로울 것이다. 첫 관문에서 당했지만 이 역시 길조로 받아들이자. 30년 만의 귀환을 격하게 환영해 준 우즈베크에 감사한다.
공항 체크인 모두 끝내고 이제 부하라 비행기만 타면 된다. 부하라 공항에 도착하면 한국어 구사 가능한 가이드가 기다린다. 우즈벡인의 한국어이니 만큼 큰 기대는 하지 않지만 그래도 향후 손님 응대 등 가이드의 자질을 볼 수 있을 듯해서 기대가 된다. 공항은 국내선 전용으로 대기실에 사람들로 매우 붐빈다. 협소해 보이는 공항 저 쪽으로 커피숖이 눈에 들어왔다. 찐한 아메리카노 한잔 마시고 정신 바짝 차리자. 커피 한잔의 이 행복감.. 음.. 좋다. 이제 곧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부하라에 간다!
부하라가 보인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생각보다 크다. 사막의 조그마한 도시쯤으로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크다. “부하라”의 지명은 산스크리트어로 사원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중앙아시아의 많은 종교들(불교, 조로아스터교, 이슬람)이 부하라를 중심으로 해서 발전하였을 만큼 성스러운 도시이며 동서 간의 중계 무역으로 번성한 대상(大商)의 도시이다. 13세기 몽골군이 쳐들어 왔을 때 사마라칸트는 완전히 파괴하였지만 부하라는 일부만 파괴를 하여 현재까지 유지가 가능하였다고 한다. 칭기즈칸이 칼란 미나레트(첨탑)가 얼마나 높은지 올려다보다가 투구가 땅에 떨어지고 그것을 주으려 몸을 굽혔다. 이를 보고 칭기즈칸을 처음으로 고개 숙이게 만들었고 그래서 그를 이겼다고 혹자들은 말한다고도 한다. 부하라는 낮과 밤이 모두 아름다운 인구 30-40만 명의 작은 도시이다. 7-8월 한여름에는 더위가 50-60도까지 올라간다. 따라서 조석으로 관광하고 뜨거운 12시부터 16시까지는 차분하게 점심식사 즐기면서 자유 휴식 갖는 것도 괜찮다. 습도는 없기에 호텔등 카페에서 쉬는 것도 좋다. 관광 최적기로는 매우 뜨거운 7.8월을 피하여 4.5.6월. 9.10.11월 중순까지를 추천한다. 공항에서 빠져나오니 시간이 08시 30분을 가리켰다. 실크로드의 중간 거점 고도(古都) 부하라를 지금부터 즐기자.
공항에서 10분여를 가자 여름 궁전이라고 하는 명소가 나타났다. 부하라의 마지막왕으로 알려진 “나솔로혼왕”이 1920년까지 이곳 궁전에서 살다가 소비에트혁명 당시 아프가니스탄으로 도주하였다가 1940년에 사망하고 그 이후로부터 소비에트 요양소로 이용되었다. 여름 더위를 피하여 제일 시원한 곳으로 여겨지는 이곳에 궁전을 지었다고 한다. 궁전 입구에 들어서자 양옆으로 수제 기념품 가게가 즐비하다. 이 왕궁에서는 왕의 생활상과 복식과 외국 사신들의 숙소인 게스트 하우스 등을 볼 수 있다. 정원에서는 공작새가 인간에 대한 경계도 없이 자유로이 즐기고 있다. 이 여름 궁전 외에도 성경 속 요셉이 지팡이를 꽂자 우물이 나왔다는 “차시마(우물) 요셉”의 명소와 볼로 하우스 모스크 무슬림 사원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예습하고 온 탓인지 가이드 설명 뇌리에 팍팍 박힌다. 여행 떠나기 전에 미리 공부하면 볼거리는 더욱 다양해진다. 이어, 주변의 독특한 건물과 잘 어우러진 고급스러운 호텔 한 곳과 게스트 하우스의 인스펙션을 마치고 18세기경 실크로 상인들이 주로 묵었다는 숙소 캬라반세라이도 둘러보았다. 예전엔 37개의 숙소가 성황리에 운영되었는데 현재는 20개 정도만 남아있다는 카라반세라이는 분위기가 한국과는 전혀 다른 이국적 색채가 강하다. 건물들은 모두가 이곳 기후에 대처한 황토 칼라로 중동풍의 건축물이다. 마당 가운데에 나무 한그루 심어 그 나무 주변을 감싸고 2층으로 올린 자연과 조화를 강조한 건물들이 많다. 또한, 돔 양식의 독특한 건물 양식이 많은데 이는 폭염을 피하고 우물의 증발을 막기 위하여 그리 만든 듯했다. 부하라의 건축 양식은 한국과는 전혀 다른 풍경으로 그 건축술의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 이곳 부하라 사람들도 한국에 가면 완전히 다른 한국 풍경에 감동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관광지 중앙 쪽에는 아름다운 '이야비하우스'라는 연못이 하나 있다. 이 연못을 둘러싸고 식당이 영업 중인데 이 연못 옥외 식당에서 오늘 점심을 하기로 하였다. 메뉴는 30년 전의 기억을 되살려 양코치(샤스릭)와 볶음밥(플로프)을 주문하였다. 추가로 토마토 샐러드와 콜라도 주문하였다. 예전에는 플로프를 길거리에서 볶고 샤슬릭은 길거리 여기저기서 구워 연기 자욱하면서 나름 운치 있었는데 현재는 이러한 풍속이 불법으로 여겨져 대부분 사라졌다고 한다. 정갈하게 나온 플로프와 사슬릭을 보자 예전보다 보기에는 훨씬 깔끔해 보였다. 그래도 나는 예전의 그 길거리 음식 풍경이 그립다(점심 11시 30분).
전망 좋은 호숫가에서 유쾌한 점심을 하고 13시에 메드레사(신학교)에 가 보았다. 메드레사는 원래 카라반세리(숙소)였으나 신학교로 개조한 곳이다. 초창기에는 마당 가운데에 낙타를 메고 주변으로는 손님들 묵을 방이 있었다 한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1층은 신학교로 그리고 2층은 숙소로 개조되었다고 친절한 가이드가 설명하여 주었다. 현재는 1층은 선물 가게로 개조되었다. 시간의 변천에 따라 그에 맞는 용도로 변화된 것이다. 밤에는 이곳 마당 중앙에서 6시와 8시에 걸쳐 2회의 민속 공연이 펼쳐지니 관광객들에게는 꼭 관람하기를 추천한다. 실크로드 중간 거점이었던 이곳에 아랍 특유의 복식으로 분주히 드나드는 상인들의 모습과 북적이던 당시 상황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이어서 우즈베키스탄에서 제일 크다는 “칼란 모스크”에 가 보았다. 가끔 TV에서나 보던 사우디 아라비아 이슬람 성지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큰 규모였다. 성지인 모스크에는 반바지 차림과 불량스러운 복장은 입장 불가라 한다. 종교답게 신성하고 경건함을 유지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한꺼번에 1만 명이 입장 가능하다고 한다. 칭기즈칸이 올려다보았다는 미나레트(첨탑)를 나도 올려다보았다. 저 높은 곳을 어찌 걸어 올라갈까 하는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미나레트는 적들이 쳐들어오는 것을 보는 망루로 이용되었고, 실크로드를 오가는 대상들에게는 등대와 같은 역할로 이정표가 되어주었고, 기도시간을 알려주는 알림이 역할을 하였고, 또한 죄수들의 처형 장소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헉!..처형?? 그렇다. 죄수들을 첨탑 위로 끌고 올라가 떨어뜨렸다고 한다. 저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죄수의 심정을 생각하니 끔찍함이 전해왔다. 설명하던 가이드 문득 나에게 종교가 뭐냐고 물어왔다. 나는 무신론자이다.
다음은 부하라에서 마지막 일정으로 20세기까지 '아미르놀링혼' 왕조가 살았다는 '아크르성'으로 향하였다. 외부로 드러난 성채를 받치고 있는 묵직한 성의 돌기둥이 상당히 위압적이다. 3-4세기경에 축조된 아프로시아 왕국의 유적이다. 이곳에 약 3천 명 정도가 거주하였으며 성은 이보다 훨씬 더 컸다고 한다. 성 내부에 들어가 보니 성 한쪽에서는 아직도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이 뜨거운 날에도 쉬지 않고 유물 발굴작업을 하는 것이다. 성내에 입장하면 다양한 유물들을 볼 수 있다.
15시가 되자 서둘러 부하라 투어를 마무리하였다. 다음의 목적지로 이동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나는 여행 상품 개발차 이곳에 와있다. 현장 답사가 끝나면 바로 차기 장소로 이동한다. 부하라에서 1박을 하고 싶은데 시간 관계상 그렇게 할 수 없다. 관광객 입장이라면 부하라에서 꼭 1박 하기를 추천한다. 부하라 일정을 마무리하고 고생한 가이드와 운전기사를 한 곳에 불러 모았다. 가이드에게 고맙다는 인사와 작별을 고하고 기사와 나는 다음의 장소 출발했다. 우리는 '누라타'로 간다.
2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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