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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mongTV Jun 28. 2024

1-1. 테를지를 즐기다.

아리야발 사원, 대자연의 호연지기 승마


엉거츠 산 중턱에 위치한 아리야발 사원에 오른다. 보기에는 높지 않아 보이지만 막상 오르다 보면 숨이 막힌다. 고지대이기에 그렇다. 사원 정상에 오르면(해발 1722미터) 장관이 펼쳐진다. 찐푸름의 녹색지대에 깊은 계곡에 줄이어 들어선 새한얀 게르가 마치 바둑판에 흩트러진 흰돌과 같다. 저 멀리 전망의 끝자락에는 아득한 곳에서 거북바위가 변형된 완전히 다른 형태로 눈에 들어온다. 전방으로 확 뚫린 전망을 보노라니 내가 마치 새로 태어나 날고 있는 듯하다. 긴 호흡으로 맑은 공기 최대한으로 흡입하여 본다.  정상에서 보는 풍경은 어딜 가나 멋지다. 배산임수의 빼어난 자리의 절정에 위치한 아리야빌 사원!! 나는 이곳에서 멋진 풍경에 셀프 압도되어 또 다른 기운을 품는다.  오늘도 이곳에서 또 다른 기를 실컷 받고 간다.

이어서 승마장으로 이동이다. 드디어 말을 탄다. 뻥 뚫린 초원을 누리는 승마는 몽골 여행 중에서도 백미로 꼽힌다. 일행들 모두 기대에 한껏 부풀어 올라있다. 테를지의 초원이 마치 녹색 물감을 확~ 뿌려 놓은 듯이 온대지가 녹색으로 선명하다. 자연 색상에 눈이 편안해지고 머리는 맑아 자고 가슴은 한껏 부풀어 오른다. 친구들이 푸른 초원에서 승마를 즐긴다. 츄~츄츄.. 나는 이전에 많이 탔기에 타지 않고 일행들만 말에 태워 코스를 다녀오게 하였다. 그런데... 아니.. 이게 무슨.... 와우... 승마팀 귀환을 기다리며 차에 있는데 초원에서 어마무시한 흙먼지 일으키더니 회오리바람의 엄습이다. 이내 강력한 폭퐁우 몰려온다. 순간 세상도 칡흙같이 어두워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켜보는 나에게도 공포감 엄습한다. 그러면 승마팀은..? 급하게 차를 몰아 승마팀을 찾아 이동하였다. 비상시를 대비한 긴급 구조팀이 되어 출동한 듯하다. 저 멀리서  어두컴컴 비춰오는 하늘과 산은 연묵 색깔의 잔뜩 화난 수묵화와 같다. 몽골 기상은 이처럼 예고 없이 상상을 초월하는 현상을 만들어내곤 한다. 지금은 특별히 늦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환절기인 탓에 기상상태에 대하여 더욱 감을 잡을 수 없다. 어둠이 깔린 상황에서 승마팀을 찾아 헤맨다. 아니,.. 저기 웬 대피소? 대피소 비슷한 곳에 비에 젖은 생쥐처럼 모두 대피하여 있다. 어린 여자 마부의 표정은 급 놀랜 듯이 상기되어 있다. 추위에 덜덜 떨고 있다. 여차하면 울음을 터뜨릴 분위기다. 일행들 모두 변화무쌍한 자연 현상에 대하여 기겁을 한 듯이 보인다. 하나둘 차에 오르고 차에 오르자마자 각기 할 말 가득하다는 표정이다. 실은 나도 오늘 같은 이러한 자연현상을 처음 접하였다. 갑자기 내린 소나기에 회오리바람으로 흙먼지를 하늘 높이 빨아올리고 갑자기 어두워지고.... 마치 텡그리(하늘) 신이 노하는듯해 보였다. 일행들 게르에 도착하고 난로 위에서는 오늘의 저녁식사 허르헉이 압력밥솥에서 칙칙 소리 내며 익어가고 있었다. 난롯가에 둘러앉아 젖은 옷 양말 벗어젖히고 말려가면서 수다는 이어졌다. 오늘의 일이 시간 지나면 모두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오늘따라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원주민 수제 치즈가 유난히 맛있다. 그렇게 30분여 지나자  난로의 온기 탓일까 분위기 이내 차분해졌다. 밖을 나가보니 언제 폭풍우 몰아쳤냐는 듯이 햇볕이 쨍쨍하다. 저 멀리 펼쳐진 산세는 윤곽 또렷하고 비 온 뒤의 싱그러움으로 더욱 강력한 자태 뽐낸다. 아아.. 비 온 뒤의 풍경이란... 깨끗하다. 선명하다 그리고 햇볕은 강하다. 이런 것을 보고 청명이라 하나보다.

드디어 허르헉 요리가 나왔다. 허르헉은 몽골 전통 양고기 찜이다. 10년 전에는 한국인들에게 몽골에서 양고기에 대한 호불호가 확실히 갈렸다. 이후 급격히 보급된 양꼬치와 요리법의 진화 탓인지 이제는 한국 사람들이 모두 양고기에 적응을 한 듯하다. 먹는데 거리낌이 없다. 테이블 위에 양고기가 차려졌다. 길게 삐져나온 갈비뼈에 더덕더덕 붙은 양고기가 미각을 돋운다. 준비한 고추장에 한국 김을 곁들여 보드카 한잔씩 들이켰다. 캬아~... 일행들 감탄사에 각기 한 마디씩 더한다. 이보다 더한 디너는 없으리.. 이보다 풍성한 양고기는 지구상에 없으리.. 이보다 흥 잘 돋구는 보드카는 없으리... ㅎㅎ. 즐거운 저녁 시간에 얼씨구절씨구 하다 보니 어느덧 포만감은 충만하고 숙소로에 귀환 시간이다.

승마 때의 공포는 사라진 지 오래고 각기 모두 환한 밝은 모습으로 숙소에 도착했다. 우리가 묵을 숙소는 원주민의 전통게르와는 결을 달리하는 첨단 게르다. 바닥은 전기온돌과, 샤워, 수세식 화장실이 모두 게르 내부에 구비되어 있다. 주몽에서는 이러한 첨단 게르를 럭셔리 게르라 칭한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밤 9시경이 되자 모두 한 게르로 모였다. 준비한 라면을 끓였다. 몽골 게르에서 늦은 밤 옹기종기 모여 앉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먹는 라면 맛은 일품이다. 쭉쭉 늘어나는 라면 면발만큼 얘깃거리도 길어진다. 웃고 즐기는 사이 어느덧 북두칠성은 게르 정중앙에 걸리었다. 행복했던 오늘 하루가 이렇게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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