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화수목금토일
이번 MT는 서해안의 어딘가로 갔는데 바다는 바람은 불어도 한적하고 좋았고, 인원이 많아 건물이 크고 넓었다. MT는 이걸로 세 번째지만 학교마다 과마다 문화가 다르다 보니 이곳만의 신선한 것들도 있었다. 레크리에이션 강사를 부른 것도 신기했고, 방마다 테마 게임이 있는 것도 재밌었다.
그런데 장기자랑이나 바비큐 파티는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인원 규모가 있다 보니 소소하게 직접 고기 구워 먹는 캠핑 같은 분위기보다는 굽는 사람들이 내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보통은 구워준 걸 먹고 다음 접시를 기다리며 한 잔씩 하는 형태였다. 그래도 옥상의 나무 테이블 한편에 동기들이랑 앉아서 얘기하고, 고기가 구워지는 소리와 자욱한 연기 속에서 그 많은 인원들이 오손도손 하는 걸 보고 있자니 대학생인 게 실감이 났다.
술을 엄청 먹진 않았지만, 나름 잘 즐기다가 새벽 1시 넘어서야 잠든 것 같다. 바닥에 깐 이불이 얇아서 자는 게 매우 불편했다. 그래서인지 학교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곯아떨어지고, 기숙사에 도착하자마자 씻고 바로 누워서 하루종일 잠만 잤다.
다행히 월요일 첫 수업은 늦게 있어서 느긋하게 쉬다가 준비하고 나갔다. 집중하다 보니 두 시간이 휘리릭 지나갔다. 월요일 수업은 이걸로 끝이라서 기쁜 마음으로 학생증을 받으러 은행으로 향했다. 학생증을 찾으러 온 친구들이 많아서 은행 내부뿐만 아니라 문 앞에까지도 사람으로 북적였다. 나중에는 은행원 분이 아예 학생증 업무를 볼 사람들만 모아서 빠르게 배부를 해주셨다. 그렇게 학생증을 겨우 받고, 기숙사로 돌아왔다.
그리고 점심으로는 동기들이랑 떡볶이를 시켜 먹었다. 떡볶이는 잘 안 시켜 먹는 편이긴 한데, 그날따라 너무 먹고 싶더라. 그러면서 수다 떨다 보니 금세 오후 4시가 되었다. 저녁에는 같이 과제를 하기로 해서 그동안 쉬기로 했다. 방에서 쉬면서 다시 예능을 틀었다. 요새는 '나혼산'의 일부 에피소드를 정주행 하고 있다.
저녁이 되고 슬금슬금 카페에 모여서 의학용어 수업 과제를 시작했다.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 앞으로 매주 이래야 하나 투덜거리면서도 과제를 잘 마치고 방으로 돌아왔다. 와서 씻고 침대에서 쉬다가 12시 즈음 잠에 든 것 같다. 화요일부터 목요일은 수업이 아침에 있어서 전날 일찍 자야 된다.
화요일 수업을 마치고 늦은 점심으로 동기들이랑 마라탕을 먹었다. 학교 근처에 마라탕 집이 있어서 요새 자주 가는 것 같다. 그리고 학교 건물을 돌아다니다가 보드게임을 발견하고 루미큐브를 두세 판 했다. 처음 하는 거라 좀 어려웠다. 다들 너무 잘하던데. 방에 돌아와서 개인 과제를 해서 제출하니 할 일이 끝났다.
수요일은 오전 수업 2시간 이후에 공강이 4시간이나 있었다. 원래는 AFPK 갱신을 위한 사이버 강의를 수강하기로 정해둔 시간이었는데, 저번 주도 이번 주도 못했다. 너무 피곤해서 한 숨자고 점심을 먹고 나면 벌써 오후 수업을 갈 시간이 되는 거다. 아무래도 이번 주말에 미리 준비를 해놔야겠다.
공강 이후의 오후 수업은 '심폐소생술'의 이론과 실기를 배우는 시간이다. 이 수업은 물리치료학과와 응급구조학과가 같이 듣는다. 수시로 들어온 친구들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CPR 자격증'을 갖고 있더라. 나는 아예 처음이지만, 교수님이 유쾌하게 강의를 하셔서 재밌게 듣고 있다. 그런데 오후 3시에 수업을 시작하다 보니 가장 졸리기도 한 시간이다. 교수님이 유쾌하신 분이 아니었다면,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 다행히 재밌게 듣고 있지만 그래도 나는 아아를 챙겨간다.
수업이 끝나고 동기랑 돈가스도 먹고 수다 떨다가 오랜만에 빽다방에 가서 아이스크림도 먹고 왔다. 딸기를 추가해서 먹었는데 '딸기칩'이 아니고 '딸기시럽'이었다. 음... 아쉽지만, 그래도 맛있었다. 동기 친구는 별로라고 했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돌아와서 방 정리를 좀 해보았다. 최근에 아주 지저분해졌기 때문. 초심을 유지하기는 참 어렵다. 허허. 그렇게 치우고 나서 가족들과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수요일이 엄마의 생신이었기 때문이다. 룸메가 옆에 있어서 크게 전화 통화를 하진 못하고 가볍게 했다. 집에 가지는 못해서 케이크를 먹진 못하고 구경만 하고, 엄마한테 생일 축하한다고만 했다. 그리고 처음에 기숙사에 가져온 반찬이 다 떨어져서 말했었는데, 목요일에 택배를 부쳐준다고 했다. 호호. 맛있겠다!
사실 목요일은 한 주 중에 가장 스케줄이 빡빡한 날이다. 오전 수업이 연달아 3시간이 있고, 공강 시간에 밥 먹으면 바로 다음 수업이 있다. 교양필수로 뮤지컬을 듣고 있는데 꽤 귀찮다. 다른 교양필수도 있었지만 내 기준 뮤지컬이 그나마 제일 나았다. 이번주도 그렇게 어찌어찌 수업을 마치고 해부학 동아리 시간이 있어서 다녀왔다. 첫 시간이었어서 걱정됐지만 꽤 재밌었다. '골반', '다리' 쪽을 배웠는데 배운 것도 안 배운 것도 있어서 좀 어려웠다. 그래도 나쁘지 않은 스타트였다. 동아리 시간이 끝나고 팀원 분들과 인사한 뒤에 나왔다.
저녁을 먹어야 했는데 입맛이 좀 없어서 뚜레쥬르에서 고구마소보루를 사 먹었다. 일정이 많은 날이라 헤비한 거를 먹기도 그렇고, 잘 차려 먹기도 귀찮았던 것 같다. 그리고 바로 러닝크루가 모이는 곳으로 출발했다. 멍 때리며 버스 타고 가는 게 너무 즐겁다. 가고 오는 데 시간은 걸리지만 꽤 즐겁고, 게다가 가서 잘 뛰고 오면 그만큼 남는 거라고 생각해서 요즘은 잘 다니고 있는 것 같다.
금요일은 오전에 건강검진을 받고 왔다. 20대가 되고 나서 건강검진을 받은 적이 없는 것 같다. 했는데 기억이 안나는 걸까. 여하튼 건강검진을 마치고 동기들이랑 밀면을 먹으러 갔다. 금요일이라 학교에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그런 와중에 밥을 먹고 있자니 한적한 마음이 들어 좋았다. 나는 이후에 바로 교양 수업이 있어서 먼저 인사하고 헤어졌다.
교양 듣는 중에 너무 졸렸지만 꾹 참고 열심히 들어보았다. '커피 비즈니스' 관련 수업이었는데 꽤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시간 뒤, 이번 주 모든 수업이 끝이 났다. 이번 주도 잘 보낸 나에게 칭찬하며, 방에 돌아오자마자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저녁이 다 되어서 일어났다. 요즘은 낮잠, 늦잠 뭐든 계속 시간 나면 자고 놀고 반복하는 것 같다. 저녁에는 엄마가 보내준 반찬과 함께 밥을 잘 차려서 먹었다. 그리고 이렇게 끄적이고 있다.
점점 학교 과제도 늘어나고, 동아리 활동도 러닝크루 모임 등 할 게 많아지고 쇼핑몰 등록도 하며 일을 시작하고 있다. 수입은 기대할 수 없지만 말이다. 그래도 학교 수업이 엄청 힘들지는 않아서 쉬는 시간이 아직은 많게 느껴진다. 4월은 더 바빠질 것 같지만. 그러니 더 잘 자두고 체력을 아끼다가 4월에 열심히 포텐을 터트려봐야겠다. 나름대로 적응해 나가는 것 같아서 마음이 좋다. 물론 이번 주도 힘든 때가 있긴 했지만, 잘 넘어갔으니 앞으로도 그러겠지 생각하게 된다. 힘든 것보다 재밌는 게 많았던 한 주. 조금씩 느껴지는 여유로움이 좋다. 그래도 할 건 하나씩 해나가자.
p.s 오늘도 모두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