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걸 찾는 게 제일 어려워
최근 잘 쉬고 있어서 참 좋지만 너무 기숙사에 콕 박혀 있는 건 아닌가 싶어서 혼자 외출하기로 했다. 토요일 저녁 즈음 주섬주섬 준비하고, 밥도 야무지게 먹고 밖으로 나왔다. 저녁 공기가 시원해서 덩달아 기분도 더 업이 됐다. 10분 조금 넘게 걸으니 카페와 각종 음식점, 가게들이 즐비한 거리가 나왔다. 학생들이 없어서 거리도 꽤 조용했다. 대전에 내려오고 학교와 붙어있는 음식점들은 자주 갔는데 산책을 목적으로 멀리 돌아다니지는 않은 것 같아서 이 참에 조금 걸어보았다.
프랜차이즈 카페, 음식점들도 꽤 있었고 분위기 좋은 개인 카페도 많았다. 그런데 거리가 조용해서 이용할 사람들이 많아 보이진 않았다. 나는 걷고 나서, 카페도 가려고 나왔기 때문에 괜찮은 카페 한 곳에 들어갔다. 매장이 넓었고, 사람들도 꽤 있었고 조명이 아늑한 느낌이 나는 카페였다. 들어가서 카페의 메뉴와 가격대를 보니 대전이라는 지역에 비해 물가가 그리 저렴하진 않았다. 서울만큼은 아니어도 내가 살던 인천이랑 비슷했다. 대전은 더 저렴할 줄 알았는데.
아아를 마시면 밤에 잠에 못 들 것 같아 '디카페인'으로 원두를 변경하고, 생크림 카스텔라를 추가해 주문했다. 자리를 잡고 가져온 아이패드를 꺼냈다. 해야 할 일이 많았기 때문에 충전기도 꽂고 노트를 켰다. 열심히 할 일을 하고 있자니, 감사하게도 직원 분이 음료와 카스텔라를 가져다주셨다. 커피 한 모금이 너무 맛있다.
2시간 정도가 지났나 점점 집중력이 떨어져 갔다. 오늘 분량은 거의 다 해서 마지막 스퍼트를 내서 마무리하고, 짐을 정리했다. 아아랑 카스텔라는 다 먹은 지 오래였다. 음료 쟁반을 카운터에 반납하고 나왔다. 기숙사로 들어가는 길. 조금은 홀가분한 마음이었다. 그리고 들어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서 과자를 좀 사가고 싶었다. 기숙사에 거의 도착해서 과자를 사려고 해서 학교 내부 편의점을 가려고 했는데 문이 닫힌 것 같았다. 포기하고 기숙사로 가려는데.
"언니!"
오잉. 나를 불렀나. 뒤를 돌아보니 동기 L이 다가오고 있었다. 야구 보러 갔다더니 다 보고 오는 길인가 보다. L을 반갑게 맞아주고, 편의점 얘기를 하니 들어갈 방법이 있다고 한다. L도 편의점에 가려고 왔던 거라 같이 다녀오기로 했다. 알고 보니, 편의점 직원 분은 퇴근하셔서 내가 들어가려고 했던 후문은 닫혀있지만 앞문은 카드를 찍으면 들어갈 수 있고 대신 밤~새벽 시간에는 무인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CU에서 둘이 신나게 쇼핑을 하고, 다른 건물의 세븐일레븐으로 넘어가서 또 쇼핑을 했다. 그리고 만난 김에 같이 기숙사에서 야식을 먹기로 하고, 잠시 짐을 두러 방으로 돌아왔다.
먹을 거를 들고 L의 방으로 올라갔다. 나혼산을 켜두고 먹으면서 수다도 많이 떨었다. 나혼산 뭐 봤는지 기억이 잘 안 날 정도. 신기하게도 말을 계속하게 됐다. 성격은 잘 맞는 것 같다. 새벽 1시 즈음이 돼서야 피곤이 몰려와서 인사하고 내 방으로 돌아왔다. 보통은 서로 언제 만나기로 약속하고 만나는 약속이 대부분이고, 우연히 만나서 함께하게 되는 만남은 자주 없는데 전자도 좋지만 후자도 재밌는 것 같다. 무겁거나 진지하지 않아도 되고 가벼워서 부담이 없달까. 그날 하루는 홀가분하기도 했고, 재미도 챙긴 기분으로 푹 잠에 들었다.
전 날 늦게 잠든지라 일요일은 느지막이 일어나서 쉬다가 버스를 타고 시내에 다녀왔다. 대전에 놀러 온 친구가 있어서 같이 멕시카나 치킨을 먹으러 갔다. 대전이 꽤 먼데 와줘서 고마웠다. 못다 한 수다도 떨고 나서 아쉬운 마음에 자연스럽게 카페로 들어갔다. 햇볕이 잘 드는 곳이어서 밝고 앉은자리도 편했다. 담요도 있어서 따뜻했다. 낮이니까 카페인이 있는 아아를 시켜보았다. 너무 차가운 거 많이 마시면 안 좋은데, 생각하면서도 아아를 맛있게 마셨다. 잘 먹고 나서, 친구가 서울로 올라가야 해서 잘 배웅해 주었다. 그리고 나는 학교로 돌아왔다.
학교 가기 전 날인 일요일 저녁이 되면 한 둘씩 기숙사로 돌아온다. 나도 그 틈에 끼어 기숙사에 도착하고 반찬과 밥을 차려 먹었다. 그리고 최근에 구매한 전자레인지용 라면 용기가 있는데 그 용기에 라면을 넣고 돌리면 한강 라면처럼 잘 익는다. 덕분에 라면까지도 잘 먹고, 씻고 나니 하루가 끝이 났다.
어김없이 이번 주 수업도 시작되었다. 한 번은 수업 후에 교수님으로부터 식사 자리에 초대하는 연락이 왔다.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응했고 5시 즈음 만나 교수님, 대학원생 친구들과 저녁 식사자리를 함께 했다. 주된 이유는 내가 중국어를 할 줄 알고, 대학원생 친구들 중에 중국인도 있기 때문인 것 같았다. 나는 많은 사람이 모이는 술자리 텐션은 사실 좋아하지 않아서 좀 힘들었지만, 교수님도 다른 친구들도 잘 챙겨주시고 고기랑 맥주도 맛있어서 나름대로 즐기고 왔다.
이번 주는 사실 내 전공이었던 중국어에 대한 고민이 좀 많았다. 주변에서 호기심 있게 바라봐주는 부분은 감사하지만, 중국어는 내가 잘하는 분야지 좋아하는 분야까지는 아니라서 그 호기심과 관심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걸 어려워하는 것 같다. 나중에 도움이 될 수는 있을 거고, 내가 생각했던 '의료통역'을 진짜 하게 될 기회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요즘은 내가 선택한 '물리치료학'에 대한 관심을 갖고 열심히 공부해 보고 이 학문 내에서의 내 분야를 찾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다.
이렇게 내 나름의 결론을 내고 나니, 생각 정리가 좀 되면서 마음 편하게 해야 할 과제들을 쳐냈던 것 같다. 목요일은 오전에 의학용어 발표가 있어서 일찍 학교에 갔고, 끝나고선 뮤지컬 수업이라 같이 듣는 친구들끼리 수다 떨고 무대에서 노래하다 보니 금방 2시간이 지났다.
그러고 보니 나는 피아노 치는 것도 좋아하고, 그중에서는 재즈라는 분야를 좋아하는데 요새는 재즈를 듣거나 첼로 소리를 듣긴 해도 음악을 배우고 싶다거나 하는 그런 마음은 잘 들지 않아서 내가 나를 신기해하고 있는 중이다. 뮤지컬도 다른 필수교양 수업인 '체육', '디지털' 관련 수업보다 나아서 선택했지, 좋아서 선택한 건 아니라서 그저 그런 마음으로 뮤지컬 수업을 듣는다는 게 좀 어색하기도 하다. 다시금 음악이 좋아서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다. 첫 학기라 전공 외에 다른 걸 여유롭게 배우면서 지내는 생각을 할 여유가 없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해부학 동아리에서는 어깨 근육인 '어깨올림근', '승모근', '큰/작은 마름근(rhomboid)'에 대해 배웠는데 실습을 잘하지는 못했어도 재밌어서 신기했다. 어쩌면 물리치료학은 나랑 잘 맞는 분야가 맞을 지도. 동아리가 끝나고 원래는 러닝을 가야 했는데, 대전에 비가 많이 왔다. 그래서 아쉽게도 정기러닝 일정은 취소되었다. 비도 오고 해서 걷고 즐기고 싶어서 동기 2명이랑 셋이서 시내로 걸어갔다. 한 맥줏집에 들어가서 맥주랑 소주도 시키고, 안주도 여러 개 시켜서 한 잔 하고 왔는데, 그날이 근래 가장 많이 마신 날이었다. 셋 다 성향이 'E'라서 그런지 끊임없이 수다를 떨게 됐는데, 너무 웃기고 재밌었던 것 같다. 취하는 걸 별로 좋아하진 않아서 적당히 마시는 편인데, 많이 마시다 보니 자연스럽게 취기도 올라왔다. 술을 깨고 돌아가기 위해 베라로 마무리!
금요일 마지막 수업이 끝나고, 해부학 리포트를 마무리했다. 모여서 하는 건데도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끝나자마자 너무 피곤해서 꼬박 6시간을 잠을 잔 것 같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서 할 일을 마무리하고, 이제야 글을 쓰면서 이번 주를 정리해 나가고 있다. 어김없이 이따금씩 찾아오는 고민들도 해결하고, 학교 생활도 야무지게 해낸 한 주가 된 것 같다. 내일이랑 다음 주 평일 중에는 러닝크루에서 벚꽃길을 달린다고 하는데 꽤 기대된다. 꽃도 구경하면서 열심히 달리고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