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중간고사 맞나요
어김없이 주말이 찾아왔다. 저번 주에 글을 쓰다 늦게 잠들어서 일어나 보니 낮이 되어있었다. 얼른 일어나서 밥을 챙겨 먹고, 일을 조금 한 뒤에 나갈 준비를 했다. 스벅에서 스터디를 하기로 해서 공부할 것을 챙겨서 밖을 나섰다. 토요일은 날씨가 정말 맑은 날이었는데, 그 맑음은 맑다 못해 아주 화창했다. 기분 좋게 걸어가면서 이미 도착해 있는 동기 D에게 출발한다고 전화를 걸었다. D는 지금 스벅에 사람이 워낙 많아서 음료를 사이렌 오더로 시켜두라고 알려줬다. 알겠다고 하며 끊은 뒤에, 음료를 일단 주문했다.
도착하니 1층부터 2층까지 사람이 꽉 차있었고, 주문도 7~8개가 밀려 있었다. 사이렌 오더로 시켜두길 잘한 것 같다. 2층으로 올라가서 자리를 잡고, 바로 공부를 시작했다. 의학용어 책을 붙잡고, 접두사와 접미사를 외우고 예시용어를 쭉 정리하며 외웠다. 명확하지 않은 부분은 서로 얘기하며 잡아나갔다. 그렇게 6시 즈음까지 집중해서 공부하다 보니, 배가 고파졌다.
근처 맛집을 검색하다 부대찌개 집이 있길래, 거기서 저녁을 먹기로 하고 책과 짐을 정리했다. 자리도 정리하고, 컵을 반납하고 스벅을 나왔다. 저녁 먹으러 가는 길에 산책도 되고, 그게 외우느라 지친 머리에 환기가 됐다. 식당에 도착해 주문하고서도 계속 수다를 떨며 부대찌개를 기다렸다. 큰 솥에 4인분의 보글보글 끓여진 부대찌개가 나왔다. 다들 감탄하며, 라면사리를 잔뜩 넣은 다음에 사리가 익을 동안 열심히 찌개와 밥을 먹었다. 그리고 익은 사리를 그다음에 먹었다. 공부하고 먹어서 뿌듯하기도 하면서 너무 배고팠어서 정말 맛있었다. 우리는 먹으면서도 다 먹고 나서도 쓸데없어 보여도 재미는 있는 그런 이야기들을 계속했다. 공부하기 싫다고 괜히 찡찡대는 소리, 학교 생활에 대해 각자의 생각들, 알바 이야기 등등.
먹고 계산하고 나왔는데, 급체를 한 느낌이 들었다. 공부하면서 자세가 안 좋았던 거에 밥까지 빨리 먹어서 그런 듯했다. 나는 종종 밥을 빨리 먹곤 하는데, 수험 생활을 해서 그런 안 좋은 습관이 생긴 것 같다. 천천히 먹으려고 하는데도 종종 빨리 먹게 된다. 컨디션의 이유로 저녁에는 같이 공부하진 못할 거 같아서 일찍 헤어지고 기숙사로 돌아왔다. 소화제를 먹고 좀 쉬었다. 힘을 내기가 어려워서 혼자서라도 공부를 하진 못했지만 대신 조금 일찍 잠에 들었다. 몸이 내 마음 같지 않아서 조금 속상했던 것 같다. 왜 토요일만 컨디션이 안 좋아지는 것 같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소화제를 먹고 쉬다가 일찍 잠에 들어서 그런지, 일요일은 일찍 일어날 수 있었다. 어디 나가지는 못하고 씻고 바로 기숙사 책상에 앉아서 책을 펼쳤다. 해부학 공부도 하고 예상 문제도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집중이 잘 돼서 그대로 밤까지 열심히 공부했다. 다음 날 해부학 수업 때 할 내용도 미리 예습했다. 그래서인지 월요일 수업 내용은 조금 더 귀에 잘 들어왔다.
문제는 수업이 끝난 이후였다. 밥을 간단히 먹고, 카페에 공부하러 갔다. 공부 계획도 잘 세워뒀고 하기만 하면 되는데, 굉장히 무기력한 느낌이 들었다. 당황스러웠다. 일단 테이블에 잠시 엎드려서 유튜브를 켜고 도파민을 얻으려고 하다가 아니다 싶어서 끄고 그대로 잠시 엎드러져 있었다. 그러고 나니 잠깐 괜찮아지는 것 같더니, 금세 몸을 벽에 기대는 등의 처짐이 계속됐다. 밖에 비가 와서 그런가 싶기도 했지만, 그건 아닌 게 나는 비 오는 걸 좋아하는 편이므로 공부하는 데에는 오히려 도움이 된다. 어쨌건, 그렇게 3시간 여를 카페에서 쉬면서 보냈고, 저녁을 먹고 기숙사로 돌아왔다.
기숙사에서도 계속되는 처짐에 일단 한숨 자고 일어났다. 편의점에서 사 온 과자를 까먹으며 유튜브도 봤다. 그러다가 전공 공부는 못하더라도 교양 과제는 내고 자자하는 생각에 노트북을 켜고 교양 과제를 1시간 만에 해서 제출해 버렸다. 조금 피곤했지만, 과제라도 하고 나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그리고 자려고 누워서 하루를 좀 곱씹어 봤다.
그리고 내린 내 나름의 결론은 시험을 잘 봐야 한다는 내 생각이 나를 부담스럽게 짓누른 게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시험 준비에 시간을 다 써야 해서 쇼핑몰 공부나 실행이나 제대로 진도도 못 나가니 불안한 마음이 커졌던 것 같기도 하다. 러닝도 나가고 싶은데, 멀어서 시험기간 중에 다녀오기에는 부담스러웠고, 그래서인지 체력 관리도 못하는 것 같아서 자책한 것 같기도 하다. 만나야 할 사람도 있는데, 그에 대한 부담도 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20대 후반에 1학년으로 대학을 다시 다니는 사람이 드물다 보니 이를 나눌 사람이 주변에는 거의 없다는 점도 한 몫했다.
마음의 이유를 좀 알고 나니, 해결책도 자연스레 떠올랐고 신기하게도 부담감이 사라지면서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다음 날부터는 시험공부에 몰입하기가 비교적 쉬웠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닥쳐도 잘 넘길 수 있었다. 하루 목표를 설정한 뒤에, 수업 이후의 시간을 활용해서 열심히 공부했다. 그리고 소소한 일탈도 잘 즐겼다. 화요일은 저녁 시간에 동기들이랑 칼국수 집에 다녀왔고, 수요일은 공부가 다 끝나고 편의점에서 야식을 사다가 야무지게 먹었다. 목요일 저녁 때는 또 동기들하고 마라탕을 먹으러 갔다. 사실 이 스터디 모임은 같이 뭘 먹으러 갔다가 어쩌다 생긴 거여서 원래대로라면 먹방 모임이라고 해야 맞긴 하다. 하하. 그리고 2차로 아이스크림, 3차로 노래방까지 갔다... D-4인데 이래도 되는 거야? 싶었지만 그냥 갔다. 동기 D의 말로는 우리의 텐션이 마라탕을 먹고 꽤 올라가 있는 상태라 노래방을 가서 좀 떨어뜨려줘야 된다고 했었다. 그 논리가 너무 웃겼지만 나도 동의하는 바였다.
그렇게 열심히 놀고 나서... 이번엔 진짜로 공부를 위해 맥날로 향했다. 그리고 실제로 나의 경우 새벽 4시까지 열공하고 들어와서 뻗었다. 일어나니 금요일 교양 수업에 갈 시간이라, 얼른 준비하고 다녀왔다. 수업 끝나고 점심 먹고 다시 숙면을 취했지만 말이다. 오후 5시쯤에야 금요일 분량의 공부를 시작했고, 10시 즈음 마무리했다. 글을 쓰면서 생각도 정리하고 싶고, 일찍 자야 토요일 오전부터 좋은 컨디션으로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내일이 조금 기대되는 이 마음이 D-2라 열의가 생긴 건지, 그냥 우러나는 내 의욕인지는 몰라도 좋은 상태임은 명확한 듯싶다.
이번 주도 내 나름의 다사다난함을 견디고, 한편으로는 즐거웠던 시간들을 남겼던 것 같다. 내가 한 선택들의 무게에 대해서 매일매일 확인하고 있는 요즘이지만, 그래서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 혼자서 대전에 왔지만, 많은 친구들, 선배들, 러닝크루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움을 경험하는 요즘이기도 해서 나의 영역과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도 들고 그로 인한 즐거움이 크기도 하다. 다음 주도, 앞으로도 두려워도 해내고 싶고, 즐길 수 있는 타이밍은 놓치지 않고 싶다. 그래서 그 이후의 삶도 진중하지만 즐겁게 살아가고 싶다. 그러니까 오늘도 파이팅 좀 해보련다.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