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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화백 Oct 11. 2022

prologue



  나는 다양한 사람들과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갈수록 점점 더 사회적 인간관계의 풀이 좁아지고 매번 만나는 사람들도 제한적이라 그냥 그렇게 지루하게 살아가는 중이다.

그런 내가 요즘 그나마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를 라이브로 접할 수 있는 통로는 진료실이다. 정확히 하자면 진료실에서만은 아니고 진료실에서 시작해 시술실로 이동하게 되니 메인 공간은 시술실이라 볼 수 있다.


  일의 특성상 한 사람의 시술이 짧으면 30분, 길면 2-3시간 정도이다 보니 자연스레 낯선 누군가와 나의 일대일 소통의 시간이 된다.

지금 이곳에서 근무하지 않았다면 고요하고 평범한 나의 삶에서 죽을 때까지 대화해 보기 힘들법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서로 간의 적정 거리를 유지한 채 대화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새로 알게 된 아이의 친구 엄마와 대화를 시작하는 것과는 아주 다른 성질의 것이다.  친구 엄마도 물론 그 살아온 배경과 환경이 나와 겹치지 않아 충분히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지만 이미 아이들이라는 공통분모가 있기에 계속해서 끈이 이어저야 하고 나의 개인정보가 노출돼있는 상황에서의 만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주제는 대부분 아이에 관한 것으로 매우 국한적이다.


진료실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마치 택시운전을 하며 승객을 태우는 것처럼 그야말로 랜덤 만남이다. 다만 개인적으로 매일 택시로 출퇴근을 하는 사람으로서 택시 안에서 나에게 말을 거는 기사님들을 반가워하지는 않는데 반대로 나의 진료실에 방문한 누군가가 나에게서 그런 택시기사님의 기운을 강하게 느끼게 될까 심히 염려스럽긴 하다.


그래도 나는 그런 것과는 다르다 주장하며 나름 구차하게 변명 아닌 변명을 하자면,

내가 택시 안에서 대화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일단 출퇴근 시간만큼은 오롯이 나만의 시간이길 바래서 이기도 하거니와 대체로 기사님들의 대화 소재가 정치적인 본인의 생각 또는 다른 운전자에 대한 비방 따위가 대부분이었던 탓인데 난 그런 대화는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그리고 나의 경우는 그분들이 대게 시술실에서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누구든 옆에서 떠들어 주는 게 더 나을 거라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록 나의 순수한 의도(다양한 나이대와 다양한 환경의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그들의 삶과 생각을 알고 싶은)와는 달리 상대방에게서 '지금 네가 시작하려는 이 대화를 나는 하고 싶지 않다'는 뉘앙스가 조금이라도 느껴지면 나는 그 즉시 중단할 수 있다. 눈치 없는 누군가처럼 끝도 없이 나불대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분명 그 정도 눈치는 탑재하고 있는 사람이다.


어찌 됐건 그렇게 만난 불특정 다수 중 기억에 남는 분들을 기록으로 한 명씩 남겨보고자 한다.



얼마 전 레고랜드에서 구입한 왕 레고사람. 나와 남편이랑 너무 똑같다며 혼자 신이 나 어느새 결제를 마쳤다. 나는 잔잔바리 맥시멀리스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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