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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난의 서재 Nov 17. 2024

2편: 첫 발을 내딛기까지
— 준비와 결심의 순간

나를 위한 작은 결심,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우리의 일상은 끝없는 파도와 같아요. 아침이면 파도가 밀려오듯 쏟아지는 일들이 나를 휩쓸어 가고, 밤이 되어서야 잠시 잔잔해지죠. 아이를 돌보고, 일을 마무리하고, 하루의 무게를 내려놓을 즈음에야 내 마음속 고요한 해안가에 조용히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고요히 스스로에게 묻곤 했어요. '나는 어디쯤 와 있을까?'

워킹맘으로, 한 가정의 일원으로, 그리고 사회의 작은 톱니바퀴로 매일을 성실히 살아가면서도, 어느 순간 나 


자신이 희미해져 버린 느낌이 들곤 했습니다. 늘 익숙하게 여겨지던 하루 속에서 스스로의 목소리가 점점 잦아들고, 감춰지는 기분이랄까요. 그렇게 나의 모습이 희미해질 때면, 무언가를 떠올리고 있었던 마음속 작은 불빛마저 흐려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 마침내, 한 가지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나를 위해서도 작은 시간을 내보자고요.


이 결심을 하게 된 날은 마치 오랜만에 뜨겁게 내리쬔 햇살을 맞이한 날 같았습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무언가 조금씩 녹아내리며 내 안에 묻어두었던 감정들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익숙지 않았습니다. "이제 와서 나를 위한 시간을 낸다는 것이 이기적일까?" 그 질문이 불쑥 올라왔지만, 그런 마음을 스스로 다독이면서 하나씩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매일 조용히 스스로와 마주하기 시작했죠. 단 몇 분이라도 나만의 시간을 가지며, 하루의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그 몇 분의 여유 속에서, 잔잔한 바다에 비친 빛처럼 내 마음속 작은 소망들이 드러났습니다.


하루하루 쌓여가는 이 시간이 선물처럼 느껴졌습니다. 마치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누듯이, 그동안 묻어두었던 나의 소망들이 조금씩 얼굴을 비추기 시작했어요. 한때는 나도 무언가를 열망하고, 꿈꾸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 모든 순간들이 천천히 내게 돌아오는 기분이었죠. 이 여정 속에서 하나씩, 내 안의 작지만 빛나는 소망들이 다시 나를 채워가고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나를 위한 이 작은 시간이 내 일상 전체를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바쁜 시간 속에서도 조금씩 더 여유를 찾으며, 하루의 소소한 순간들에도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이 생겨났어요. 그 마음이 가족에게도 번져서,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한층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내 안에 작은 불빛이 다시 켜지니,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잔잔한 빛으로 닿을 수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이 여정의 시작은 거창한 변화나, 대단한 결심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어요. 그저 나를 위한 작은 쉼을 주고, 내 안의 소중한 마음들을 다독여 주기 위한 약속이었을 뿐입니다.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이 얼마나 더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매일 저녁 나를 위한 이 시간이 쌓여서 언젠가 내 삶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힘이 될 거라 믿습니다.


오늘도 그렇게, 내 마음을 향해 조용히 한 걸음을 내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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