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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도도
Aug 08. 2024
나의 돈은 사랑이 없었다
돈은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쓰라고 했다. 열심히 벌어서 돈을 보람 있게 쓰거나 여유 있고 고상하게 살면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나는 어땠을까. 열심히는 했을지 몰라도 정승처럼 쓰지는 못했다.
비싼 물건을 애지중지 쓰는 것보다는 급하게 나가다 손톱이 할퀴고 간 자국이 남아도 그렇게 까지 신경 쓰이지 않을 가방을 좋아하고 옷은 무조건 편해야 입는다.
어느 때
잠깐
미쳐
나름 분수에 맞지 않은 옷들을 사본적도
있다. 이것들은 마음의 불편함을 조장할 뿐이었다.
그렇게 모셔온 것들을 보며 버릴 수도 없고 쉽게 입을 수도 없는 무거운 마음으로 몇 년을 보내다 결국 처분했었다. 모든 물건이 그렇다. 뭐든 갖고 다니기에 부담이 없어야 그것들과 친하게 지내는 스타일이다.
소비에 취미가 그다지 많지 않고 부득이 뭐라도 하나 사야 되면 알아보기 전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가성비와 효용성을 모두 갖춘 것을 찾아야 기에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물건은 필요해서 사는 것이지 갖고 싶어 사는 것이 아니었다. 이 정도면 물욕이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덕분에 악착같이 일해서 돈을 모아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시간이 흐름에 따라 돈이
모일뿐이었다.
그렇게 모인 돈이 소비로 이어질 때는 보람도, 여유도 고상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단지 효율성만 있었다.
돈을 쓰고 기분 좋았던 적보다는 그저 줄어드는 잔고가 애잔할 뿐이었다.
한동안 돈에 대해 잊어버리고 살았다. 그런데 우연히 돈이란 것을 돌아볼 기회가 생겨
잠시 생각해봤다
. 결론은 그동안 정승처럼 벌어 개처럼 썼다. 는 생각에 다다랐다.
나의 돈에는 사랑이 없었다. 누구를 위한 어떤 것을 위한 사랑말이다.
이제와
돌이켜
생각해 보니 왜 그렇게 살았는지
잘하지 않는 후회가 몰려온다.
앞으로의 나의 돈은 사랑이 있을까.
살다 보니 또다시 메말라 영혼을 잃어버릴까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어드는 잔고보다 더 중한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지금. 영혼 없고 사랑도 없는 돈은 앞으로 쓰지 않기로 스스로와 약속해 본다.
사진출처: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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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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