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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찬 Jul 13. 2023

나는 왜 경험하려 하는가

투쟁의 경험

학사일정이 너무나 바빠 그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지난 6월~ 7월까지 봄여름학기 간의 배움을 부스, 공연으로 나누는 문화제와 대숲(고2) 학년의 <길찾기 집중주간> 발표로 글을 쓸 시간이 나지 않았다. 여기에 <경기도 교육청 대안교육기관 지원 조례 제정을 위한 토론회> 패널에서 학생 발제를 맡게 됐는데, 발제문을 쓰는 일주일의 평균 수면 시간은 3시간이었다. 끝나자마자 방학이 찾아와 글이 끊겨서 아쉬울 따름이다. 앞에서 간단하게 설명한 이야기는 다음에 다루도록 하겠다. 


지난 글에서 말했듯 대숲이란 이름으로 졸업학년을 보내고 있는 나는 학생의 신분일 때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싶어졌다. 경험이 축적되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든 해봐야 더 잘하는 것처럼 삶 역시 마찬가지였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경험과 실수를 한 후에 사회로 나가고 싶었다. 학교라는 공간이 그런 곳 아닌가. 배우는 입장인 학생들이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돕고 거기서 실수를 하며 더 단단해지고 성숙해질 수 있게 하는 곳 말이다. 나는 학생의 신분으로만 할 수 있는, 혹은 학생일 때 해보고 싶은 경험을 하기로 마음먹고 올해를 시작했다. 


반년이 흐른 지금은 여러 연계활동에 참여하며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고 서로 교류하며 지내고 있다. 특히 경험과 연대의 목적을 가지고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데, 지금은 <대안학교 학생연대> 활동에 집중해서 임하고 있다. 지금은 학생연대의 연대회장을 맡아 지난 2년 동안 코로나로 인해 끊기다시피 한 대안학교 학생 간의 교류를 타진하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서로의 의견을 묻고 회의를 진행하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하고 있다. 나와 같은 대안학교 학생들을 만나 서로의 학교 문화를 알고 어떻게 하면 더 즐겁게 교류할 수 있을지 의견을 묻는 과정을 매달마다 모여 반복하고 있다. 


학생연대 활동은 서로의 다름을 알고 함께 맞추어 나가는 과정이다. 대안학교의 특성상 학사일정, 교육과정이 다르기에 모두 모이기 힘들지만, 그럼에도 한 번 모일 때 진지하게 회의하고 즐겁게 노는 게 마냥 즐겁기만 하다. 새로운 사람들의 삶에 스며들어 알게 모르게 서로 영향을 준다. 우정, 존중, 연대, 공동체 의식은 대안교육의 공통된 가치이기에 대안학교 학생들을 서로를 존중하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친구가 된다. 나는 <대안학교 학생연대> 경험을 특별하게 가지고 가지 않을까 싶다.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는 경험, 서로 다를 때 그걸 맞춰나가는 경험, 큰 행사를 준비하는 경험이 별것 아닌 것 같아 보일지 몰라도 이것들이 쌓이고 쌓인다면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게 분명하다. 


<길찾기 집중주간>(이하 길찾기)도 마찬가지다. 이 이야기가 경험을 보다 직관적으로 다룰 것 같은데, 이전 글에서 보듯 내가 쓴 야구계 칼럼, 길찾기 일지는 모두 길찾기 동안 쓴 글이다. 학생들이 본인의 길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게 하는, 학교의 교육과정 영역 중 '진로'에 관한 수업인데, 이 수업에서 학생들은 자신 진로분야를 찾기 위해 인터뷰를 하거나 프로젝트 형식으로 배움에 임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한다. 내가 앞에서 말한 이야기를 한 번 더 해보면 학교라는 공간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며 실수하고 배우는 동시에 세상(사회)으로 날아오를 준비를 하는 것이다. 길찾기 주간에는 경험을 통해 자신의 길을 찾는다. 나 역시 길찾기 때 야구와 관련된 칼럼을 썼고 인터뷰를 하며 직관적이고 새로운 경험을 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내가 보지 못했던 곳으로 발을 들이고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나의 영역은 더 넓어지고 내 곁의 사람들을 더 많이 이해하고 보듬어줄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다른 사람과 연대하고 우정을 나누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려면 더 많은 경험을 해야 한다. 


게다가 경험이라는 것은 다른 사람을 통해 간접적으로 할 수도 있다. 사람을 만나는 것, 책을 읽는 게 간접적인 경험이다.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 사람의 철학과 행동을 내 삶에 반영하며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경험을 하기에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너무나 짧다. 그래서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야 한다. 내가 하지 못한 경험을 한 사람을 만나거나 내가 해본 경험을 한 사람을 만나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거다. 사람을 만나는 과정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삶의 가치를 바로 세워 살아가는 것이다. 


물론 경험은 아프기도 하다. 힘들고 귀찮고 하기 싫은 경험도 물론 있다. 하지만 그런 경험일수록 자신이 더 성숙해지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겨내는 경험을 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패배하는 경험을 하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 이기면 그렇게밖에 할 수 없으나 패배하면 다음엔 그렇게 하지 않는 걸 배운다. 배움이란 건 생각보다 간단할지도 모르겠다. 삶의 경험에서 비롯된 의미와 가치를 구축해 그것을 실천하는 과정 아닐까. 삶의 의미와 가치가 계속해서 바뀔 수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변화하려 마음을 먹었고 불안을 확신으로 바꾸는 데 있다. 계속 부딪쳐 나가면서 아파야 한다. 그 순간이 끝나면 자신의 영역이 더 넓어져 있을 게 분명하다.


지금 내게 달린 '학생'이란 타이틀은 반년 후 사라진다. 다시 오지 않을 학창 시절의 순간을 즐겁고 의미 있는 경험으로 가득 채우고 싶다. 학교라는 안전한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연대하고 소통하며 나의 삶을 꾸려 나가려 한다. 계속 경험하며 내 영역을 넓혀나가 다른 사람들을 보듬어 주는 삶을 살기 위해서다. 이게 내가 경험하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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