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Unsplash의 Kelly Sikkema
8시 30분이 다가오자, 키보드의 F5(새로고침)를 간헐적으로 누른다.
30분 00초, F5를 재빨리 누르자 버튼의 색깔이 파란색으로 변하며 활성화됐다. 개인정보를 확인하고 수강 신청 버튼을 클릭한다. 여기까지 30초가 걸렸다. 이후 몇 초 지나지 않아 30명 정원 신청이 완료되었다.
왜 글쓰기 수업은 이렇게 인기가 많을까.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가 강사로 나오기 때문일까. 총 7번의 수업에서 4명의 작가가 강의한다. 내가 아는 작가는 이 중 1명뿐이었다. 작가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숨 가쁘게 올라가는 30이라는 숫자에서 일렁이는 기이한 열기를 설명할 수 없다.
5월 7일 첫 번째 수업 시간에 강사가 한 수강생에게 질문을 했다.
"선생님의 글쓰기 욕구는 무엇인가요?"
"글쓰기로 치유하는 수업이라고 해서 왔습니다."
낚인 건가. 나도 치유라는 말에 혹했었다. 물론 글쓰기의 방법이나 작가의 노하우를 들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가 가장 컸지만, 내심 '나도 치유할 수 있을까'라는 기대가 있었다. 치유하길 원하는 사람은 마음 어딘가가 어그러져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나의 상처는 무엇일까. 결국 글쓰기는 자신의 상처를 내보이는 일인 것일까. 자신의 상처를 외면한 이상 치유는 요원한 일인가.
내보이는 일이란 할 이야기가 있어야 가능하다. 글을 쓰자 막상 나에게는 이야기가 존재하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쓰다 보니 이야기가 나왔다. 땅을 파다 보니, 물이 스며 나오는 것처럼 쓰다 보니 쓰일 무언가가 나왔다. 내 이야기였다가 타인의 삶이었고 무생물이거나 동물, 심지어 모든 것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신기한 일이다. 내용이 있어서 쓰는 게 아니라, 쓰고 있으면 생각과 경험들이 밀려 나왔다.
아버지에 대한 글을 쓰고 난 뒤 통곡한 적 있다. 눈물은 솟아 나오는 게 아니라 차곡차곡 쌓여있다가 와르르 눈에서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이후에는 아버지를 생각하며 좀체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그를 생각하면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텅 빈 것 같지만, 더 이상 거기에 얽매여 있지 않다. 마음의 불편함은 여전하지만, 그것이 나의 삶을 더 이상 불안하거나 위험하게 만들지 않게 되었다.
글쓰기로 완전한 치유를 기대하지는 않지만, 그 과정을 통해 오늘을 견딜 용기를 얻는다. 쓰는 순간, 자신이 조금이나마 더 나아진 것 같은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챗GPT-4에게 '글쓰기'와 '치유'라는 단어를 제시하고 글쓰기를 시켰다.
글쓰기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거나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을 넘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내면의 평화를 찾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글쓰기를 통한 치유의 과정
자기 인식의 증진 글쓰기는 자신의 감정, 생각, 경험을 탐색하는 과정입니다.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기 인식이 증진됩니다. 이는 자신의 내면과 더 잘 소통하게 하며, 자기 자신을 치유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감정의 표현과 정리 글을 통해 마음속 깊은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감정을 정리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때로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도 글로 쓰면서 명확해질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감정의 압박이 줄어들고, 정신적인 안정을 찾을 수 있습니다.
경험의 재해석 글쓰기는 과거의 경험을 다시 생각하고 재해석하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부정적인 경험이나 트라우마를 글로 쓰면서 그 의미를 다시 평가하고, 새로운 시각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는 치유의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단계입니다.
공감과 연대의 경험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공유함으로써 다른 사람들과의 연결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는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통된 인간적 경험의 일부임을 깨닫게 해 주며, 이로 인해 위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치유 글쓰기를 위한 팁
정기적으로 글쓰기 시간을 가질 것: 일상에서 글쓰기를 위한 시간을 정해두고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판단하지 않고 쓸 것: 글쓰기는 자유로운 표현의 과정입니다. 처음부터 완벽을 기대하지 말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세요.
다양한 형태의 글쓰기 시도: 일기, 편지, 시, 단편 소설 등 다양한 형태의 글쓰기를 시도해 보세요. 각기 다른 형태가 다른 종류의 치유와 통찰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공유의 용기: 준비가 되었다면,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글을 공유해 보세요. 공유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관점을 얻고, 공감과 지지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챗GPT의 글은 전문적이고 논리적이며 가독성도 높지만, 치유의 효과는 주지 못한다. 반면, 유치하거나 논리적 비약이 심한 글이라도, 내가 직접 쓸 때 그 글은 나를 치유할 수 있으며, 치유되어 가는 나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GPT 씨가 쓴 글을 볼 때면 기가 죽는 것도 사실이다. 치유를 위하여 남의 글과 비교는 하지 말자. 당분간 아니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