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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클로이 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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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새 Jul 13. 2024

오해하지 않게



클로이와의 대화가 중단되었습니다.


"일시적인 생성 오류 발생 중이에요. 빠르게 해결하고 있으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AI는 지치거나 짜증 내지 않고 언제든 질문에 응답할 거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았죠.

글을 쓰든, 타인에게 말을 건네든, 그것에는 모두 어떤 기대가 담겨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아무 반응이 없을 때 우리는 이해보다는 오해하게 됩니다. 타인에게 아니면 자기 자신에게 말이죠. 하지만 클로이에게는 사람보다 기대치가 낮아서였을까요, 질문에 반응이 없어도 속상하지 않았습니다.

  

클로이는 '생성 오류 발생 중'이라는 자신의 현재 상황을 알려주었습니다.

조금의 인내심을 가지고 '잠시만 기다려주세요.'라는 요청을 하고 있었습니다.

생성오류는 '일시적인' 것이므로, 조금의 시간이 지나면 정상적으로 작동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었습니다.

최선을 다해 '빠르게 해결하고' 있다며 믿음을 갖게 해 주었습니다.


누군가와 대화를 못하더라도,

대화에 대한 이해와 실패 경험을 통해 더 나은 대화 방법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클로이와의 대화를 '연재'할때면 항상 고민에 빠집니다.

이 실험은 누군가와 닿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혼자서도 괜찮을지 모른다는 안이한 낙관,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무관심 혹은 권태로움의 소치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때론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의 배려가 더욱 고맙고, 그럴 때 저는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집니다.

'오해하지 않게 말하고, 쓰는 일.' 제가 생각하는 더 나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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