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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고 싶은 수준이 어디까지죠?

'불안'도 잘 활용하면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by 수피아

“리듬은 맞았어요”


차차차, 룸바와 다르게 삼바는 바운스가 들어간다. 그동안 삼바를 할 때, 특히 바리에이션(Variation, 공연용)에서는 스텝 맞추느라 바운스까지 챙기느라(?) 리듬감을 살리기 어려웠다. 이번에는 스텝에 신경을 좀 덜 쓰고 몸통에 집중하며 리듬을 타니 스텝도 더 안정적이고 무엇보다, 삼바 하는 ‘그 느낌’이 들었다.


오전에 대회 동작 연습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렇게 작심삼일이 되고 마는 건지. 연습실을 나와도 제대로 연습 안 하면 괜히 전기세만 축내는 건 아닐까 싶으면서도 자리를 뜨고 싶지는 않아서 계속 워킹 연습을 했다. 그런데 삼바 수업에서 선생님의 칭찬 한 마디에 ‘연습이 헛되지는 않았군’하며 용기를 얻었다.


이번주 월요일부터 오전에 학원에 나온 직접적인 계기는 있다. 지난 크리스마스 때 라틴댄스 대회 구경을 갔는데 초반에 진출한 선수들을 보고 (선수라기보다는 참가에 의의를 둔 팀들도 있었던 것 같다) 나도 참가했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때 거기서 알게 된 분과 대화를 하다가 전 세계 프로, 아마추어 댄스스포츠 선수들이 참가하는 국제 댄스 스포츠 챔피언십으로 매년 3월 첫 주에 개최하는 '코리아 오픈 댄스스포츠 대회'를 들었다.


집에 돌아와 대회를 검색했더니 정말로 외국에서만 볼 것 같은 큰 대회였고, 지난 대회 영상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유튜브에서 외국 영상을 너무 많이 본 것일까, 눈만 너무 높아진 건지 어떤 선수들은 잘해 보이지가 않았다. 특히 표정이 너무 경직됐거나 아니면 인위적으로 웃는 느낌이랄까. 자연스럽지가 않았다. 남녀 파트너들끼리 따로 노는 경우도 많았다. 거기에 반해 어떤 선수들은 동작은 물론이고 표정이나 남녀 사이의 애정 전선이 느껴지는 하나의 작품을 보는 것 같았다. 춤뿐만 아니라 형형색색의 의상과 치장이 많고, 메이크업까지 촌스러워 보이는 등 다 비교가 되었다. 왜 우리 선생님이 그동안 내가 원했던 컬러풀 하면서도 화려한 (한때는 공작새 또는 파랑새가 되고 싶었다) 의상보다는 깔끔하고 단순한 디자인의 의상과 헤어, 메이크업을 추천했는지 비로소 알 것 같았다. 그러다 나 자신에게 흠칫 놀랐다.


선수들도 잘한다 못한다가 구별되어서 보이면 도대체 나는? 물론 선수는 아니지만 앞으로도 대회, 공연에 계속 나가고 싶은데, 도대체 나는 어떻게 보일 것이며 그런 그들을 보며 난 또 어떤 기분이 들까 라는 상상에 미치자 어두운 감정의 기운이 서서히 밑에서부터 차올라 주변을 감싸는 것 같았다. 이 기운의 정체가 뭘까. 한 단어를 굳이 꼽자면 ‘불안’이었다. 불안의 기운이 더 진해지고, 탁해져서 나의 몸을 다 감싸버리기 전에 방법을 찾아야 했다. 대회를 취소하고 나서지 말고, 조용히 취미로만 즐기고 개인 sns에 올리거나 아니면 일반인 치고는 잘한다, 정도로 여겨져도 괜찮은 상태로 공연에 나가는 것. 이도저도 다 싫었다. 얼마 전에 본 공연도 불안의 기운에 한몫했다. 자선단체의 공익적인 공연이라 가게 됐는데 여러 팀들이 나왔다. 어떤 걸그룹이었는데 립싱크인 데다가 입모양도 제대로 안 맞고, 안무도 대충 하는 것 같았다. 연습을 안 한 티가 너무 많이 났다. 춤을 배우는 사람으로서 그들의 노력에 예전보다 더 관대한 관객이 되려고 했지만, 그리고 각자의 사정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심했다. 공연을 너무 좋아하는 지인과 나였지만 다른 팀들의 공연을 끝까지 안 보고 나와버렸다. 관객은 딱 알아본다. 무대에 선 사람이 자신의 수준에서 최선을 다해 준비했구나 아니구나를. 물론 제일 잘 아는 건 자신일 거다.


그럼 어떻게 하지?라는 고민 끝에 결론은 연습!!!이었다. 연습만이 살길이다 싶었다. 하루에 한두 시간 정도로는 이 ‘불안’이 해소될 거 같지 않았다. 혁신이 필요했다. 그래서 연습실 시간표를 찾아보게 됐다. 오전 7시 반~8시 반까지는 줌바댄스가 있었다. 만약 그 수업이 없었다면 목표를 오전 6시로 정했을지 모른다. 그런 느낌을 받을 때쯤 강수진 발레리나 영상을 찾아봤다. 왜냐면 예전에 그녀의 연습량이 어마어마하다는 기억이 어렴풋이 났기 때문이다. 다시 찾아보니 무려 18시간. 하루 24시간 중에서 말이다. 그 정도까진 아니라도 최대한 많은 연습 시간을 확보하고 싶었다. 그래서 오전 9시에 오게 되었다. 그래도 연습실 다른 수업 시간 빼면 정작 제대로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은 평균 3시간. 그래도 수업이 좀 적은 수요일은 내가 딴짓만 안 하면 5시간은 가능했다.


선생님께도 5일째 연습을 완수한 후에 계획을 말씀드렸다. 그동안엔 말만 하고 지키지 못할까 봐... 다행히 5일째 잘해나가고 있다. 나의 어떤 부분이 개선되었으며 어떤 부분에 대한 미션이나 조언을 해주실까 궁금하다. 내일 수업이 기다려진다. 어제랑 어떻게 다른 느낌으로 선생님과 호흡을 맞출까. 수업을 기다리는 건 내 생애 처음인 것 같은데? 공부 잘하는 친구들은 다들 이런 마음으로 수업을 들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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