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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에르떼 Apr 28. 2023

의식의 힘

역시 마음을 다잡는 데는 충격요법이 답이다

나는 빵순이, 초코순이였다. 각종 빵들을 달고 살았으며 특히 초코류에는 환장을 했다. 단 걸 잘 먹는 것이 자부심이 되어 (지금 생각해 보면 참 귀여운 자부심이었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내가 단걸 얼마나 잘 먹는지 자랑하곤 했다. 무슨 영웅담처럼 초콜릿 먹방을 의기양양하게 펼쳐 놓았다.


그중 빠져먹지 않고 꼭 하는 이야기들이 있다.

20대 초반의 엄청난 달달이 시절들...


나는 특히나 초콜릿 바를 좋아했다.
초콜릿이 녹을까봐 기숙사 창가를 냉장고처럼 썼던 지난 날들...ㅋㅋ

그땐 단 게 당기면 바로 편의점에 가서 초콜릿을 샀다. 그것도 거의 2만 원 치를. 투플원 하는 초코바는 6개 정도 고르고 세모난 초콜릿과 벽돌 같은 초콜릿도 함께 구매했다. 무겁게 축 쳐진 봉지를 들고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은 참으로 즐겁고 설렜다. 그리고 그 초콜릿들을 그날, 몇 시간도 안되어 다 먹어버렸다는 어마무시한 이야기.


하겐다즈 사이즈의 아이스크림도 거의 내가 다 먹어치웠다. 투게더는 한 번 뚜껑을 열면 곧장 바닥을 드러냈고, 한여름에는 매 끼니마다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단 게 좋았고 달달한 음식이 몸에 들어가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그냥 뭐든 다 좋았다.


무한도전의 레전드 짤, 노홍철의 초콜릿 분수는 그 무엇보다 공감이 가고 그래서 더 웃겼다. 나를 보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그랬던 나의 식습관을 바꾼 큰 계기가 생겼다.


몇 달 전부터 어느 병원을 가든 피검사를 하면 당뇨 전 단계라며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때의 나는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렇구나. 단 걸 줄여야겠다. 뭐 이 정도?


그런데 작년 가을, 어느 한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께 들었던 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당뇨 옵니다. 그것도 5년 이내.“


당뇨가 온다고? 지금 내 나이에? 그것도 5년 내에?

드라마에서만 보던 의사 선생님의 시한폭탄이 내게도 떨어질 줄이야. 근데 그 시한폭탄, 여태껏 내가 열심히 만들어 왔던 것이란 걸 누구보다 내가 잘 안다.


단 걸 좋아해서 늘 초콜릿 바와 아이스크림을 옆에 두고 살았던 지난 날들….

영원히 건강할 거란 내 몸만 믿고 엉망진창으로 식생활을 유지했던 지난날들이 이제야 나를 단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시간들은 내게 말한다.

그렇게 먹고도 정상이길 바란 거야? 양심 어디 갔니?


의사 선생님의 당뇨 발언을 듣고 난 후 심각하게 경각심이 들기 시작했다. 당뇨라니, 당뇨라니!!!

당뇨의 무시무시한 소문들은 익히 들어서 알았지만 그 실체를 더 알기 위해 유튜브, 블로그 등등 모든 것들을 샅샅이 찾아봤다. 그리고 결론에 도달했다. 무슨 병이든 다 그렇지만 당뇨만큼은 절대 걸려선 안될 병이란 걸.


그때부터 나는 매우 의식적으로 단 걸 줄이기 시작했다. 초콜릿이 생각나도 참았다. 조금이라도 덜 달게 먹도록 노력했고 하다못해 사탕을 고를 때도 영양표기에 당 함유량을 보기 시작했다. 예전엔 줄기차게 달고 살았던 단 음식들을 멀리 하니 초반에는 힘들었지만 이제는 좀 익숙해졌다. 그래도 너무 생각이 날 땐 가끔 드문드문 단 걸 보충해 주기도 한다.


오늘은 오랜만에 치팅데이였다. (당 파티의 날,,,)

카페에 가서 단 커피와 초콜릿 푸딩, 조각 케이크를 주문하고 호기롭게 먹기 시작했다.



음? 그런데 뭔가 달라졌다.

전처럼 술술 들어가지 않았다. 예전의 내가 아니었다. 맛있게 느껴지지도 않고 조각 케이크 하나를 다 먹기도 버거웠다.

(예전엔 조각 케이크 하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아 이게 의식의 힘인 건가.

‘나는 단 걸 먹으면 안 된다. 절대 안 된다!!!’

라고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살아서 그 의식들이 힘을 합쳐 내 미각을 무디게 만든 걸까? 초콜릿 러버인 나를, 단거를 좋아하는 나를 그 의식이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결국 충격요법이 답이었던 것이다. 마음을 다잡고, 결심을 하고, 식생활을 바꾸는 데는 역시 의사 선생님의 충격요법만 한 게 없다. 그 의사 선생님께 참 감사한 마음이 든다.


나는 내 몸속에 있는 당들과 이별하고 건강한 삶을 위해 쭉 노력할 것이다.

어제보다 오늘 더 건강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초콜릿이라는 무의식에 잠식되지 않도록 계속 나를 일깨울 것이다.


초코순이, 빵순이, 달달이...

행복했다. 이젠 안녕....!


*무한도전 짤 출처 : 네이버 블로그 story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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