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에르떼 Jan 28. 2024

주관과 아집 그 사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과 가까워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학생일 때는 같은 동네 같은 반이라는 이유만으로도 금방 가까워지곤 했다. 공통분모가 하나라도 있으면 절친이 되는 건 금방이었다. 그때는 친구 사귀기가 참 쉬웠더랬다.


그런데 지금은 사람을 만나고 가까워지는 게 참 어려워졌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더라도 피상적이고 일회성 만남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공통분모가 하나 있더라도 다른 것이 걸려서 마음을 열지 않고 경계하며 날을 세우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그런 편에 속하는 것 같다.


상대방과 원만한 대화를 하면서도 속으로는 이 사람이 나와 코드가 맞는 사람인지 판단한다. 코드가 맞지 않은 사람에겐 굳이 에너지를 써가며 만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내게 과한 친절을 보이면 목적이 있는 접근은 아닌지 경계하며 좀처럼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다.


새로운 사람들과 금방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때로는 부럽기도 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나의 성격과 성향을 돌아보며 내가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이대로 살아가는 것이 맞는 건가 되묻게 된다.




지금처럼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편한 만남만을 추구하는 게 괜찮은 걸까? 나와 비슷한 사람들만 만나면 내 생각과 내 가치관이 맞다는 생각이 더 확고해지고 나의 주관이 너무 뚜렷해져서 자칫 아집으로 변하진 않을까? 의견이 다른 상대방을 받아들이는 포용력이 부족해지고 나이가 더 들면 독불장군이 되진 않을까? 나는 그렇게 나이 들고 싶지 않은데 말이다. 나와 다른 의견도 수용하며 공감하고 이해하는 참어른으로 늙고 싶은데 지금의 내 생활이 나의 노년을 독불장군으로 만들까 봐 걱정이 된다.


하지만 그 또한 나의 섣부른 걱정이었다. 나와 상대방의 결이 비슷하다고 내 생각과 가치관까지 똑같은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난 이미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과도 편하게 이야기를 하며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고 있었다.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새로운 관점도 발견하고 본받아야 할 점은 본받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내 주관이 생겼지만 나와 다른 타인을 받아들이는 포용력도 넓어졌으며 이해의 폭도 넓어졌다. 내 생각만 맞고 나와 다른 의견은 틀리다고 생각했던 시절을 지나 지금은 틀린 게 아니라 다른 의견이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라고 느끼는 단계까지 성장했다. 다행히 나도 발전이라는 걸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 의견만 고집하는 사람이 될까 봐 두려운 마음에 굳이 불편하고 낯선 사람을 만나서 그들의 의견을 듣고 이해하려 애쓰지 않아도 되었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도 충분히 다름을 인정하고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으니 말이다.




마음 맞는 편안한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참 따뜻한 행복감을 준다. 내 사람들은 반복되는 일상에 상큼한 비타민 같은 존재들이다. 그들을 만나고 나면 마음속의 꽃봉오리가 활짝 피는 것처럼 행복감이 온몸에 스며든다.


자주 보지 못해도 마음만은 늘 서로를 응원하고 있는 사이, 함께 하면 서로에게 소중한 즐거움과 행복을 주는 존재. 그들과의 만남으로도 난 충분히 새로운 걸 배우고 익히고 있으며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고 있다. 앞으로도 내 사람들을 잘 챙기고 그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하며 많이 배워서 포용력이 넓고 사려 깊은 사람이 되고자 한다. 그렇게 나이 들고자 한다.

작가의 이전글 A whole new world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