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을 울리는 오프닝곡과 함께 시작되는 화려한 그래픽. 나는 디지몬 어드벤처를 참 좋아했다. 그때의 우린 디지몬파와 포켓몬파로 나뉘였었는데 나는 당연히 디지몬파였다. 선택받은 아이들이라는 스토리가 흥미로웠고 때로는 친구 같고 때로는 자신을 지켜주는 든든한 디지몬이라는 존재가 참 부러웠다.
태일이와 미나 등 각각의 등장인물과 디지몬 친구들의 케미도 귀여웠고 오프닝곡과 엔딩곡도 너무 좋아했다. 디지몬들은 자기 친구가 위험에 빠지면 극적으로 진화를 했는데 그 모습을 보면 감동적이고 멋있어서 소름이 돋았다. 자기가 아끼는 친구를 지키기 위해 더 센 모습으로 진화하는 그 마음이 참 소중하고 예뻐 보였다. 그리고 내게도 저런 디지몬이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드디어 나에게도 디지몬 같은 존재가 생겼다. 바로 내 차가 생긴 것이다. 내가 가고 싶은 곳들은 어디든 데려가주고 눈과 비, 한여름의 더위와 살을 에는 듯한 추위 속에서 나를 지켜주는 존재가 생긴 것이다. 타 지역으로 이사를 가며 차가 필요해진 나는 지난가을부터 차 구매를 위해 이리저리 알아보고 다녔다. 차종을 선택하고 차 색깔을 고르고 옵션을 고르는 와중에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아직은 상상 속의 유니콘처럼 저 멀리 있는 느낌이었다.
거진 10년 만에 운전대를 잡게 된 나는 미숙한 것 투성이었다. 도로 연수를 받으며 부족한 부분을 차근차근 채워나갔고 부모님과 함께 운전 연습을 하면서 자신감도 살포시 생겨났다. 드디어 장롱 속에 고이 모셔둔 나의 면허증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디지몬들이 변신 전에 디지바이스가 빛나는 것처럼 나의 면허증도 새로운 도약을 위해 빛나고 있었다. 시간 날 때마다 유튜브로 출고 브이로그, 차박 브이로그를 보면서 차와 함께할 나의 삶을 그려보았다. 말로만 듣던 차크닉도 갈 수 있고 예쁜 자연을 보며 드라이브를 할 수 있는 나날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긴 기다림 끝에 카마스터님께서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셨다. 설 전에 차를 받아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리고 대망의 그날이 왔다. 아빠와 함께 차를 받으러 갔는데 선팅샵에 다와갈수록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실제로 내 차를 마주 봤을 때 너무 좋아서 나도 모르게 방방 뛰고 있었다. 이 차가 내 차인 게 믿기지 않고 너무 감사하고 뿌듯하고 행복했다.
초보운전 스티커, 도로주행 스티커를 3개나 붙인 뒤 자동차등록소로 직접 운전해서 갔다. 아빠 차 뒤를 따라가는데 어찌나 긴장되고 두근되던지… 내 차와 처음 함께 발맞춘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자동차 등록부터 보험까지 나는 처음 해보는 일이라 모르는 것 투성이었고 정신도 하나도 없었지만 아빠가 도와주셔서 일사천리로 끝낼 수 있었다. 아빠 덕분에 난 내 차 ‘탄이’를 잘 인수받았다.
탄이를 만나며 나는 더 크고 더 넓은 행복으로 나갈 수 있는 비밀의 열쇠를 찾은 느낌이다. 여태껏 뚜벅이의 삶도 충분히 잘 살고 좋았지만 차주가 된 내 앞에 또 얼마나 다양하고 풍부한 행복이 펼쳐질지 기대가 된다. 출퇴근길과 본가로 가는 소소한 나의 일상에도 새로운 변화를 가져다주는데 또 얼마나 크고 작은 변화가 생길지 생각하니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탄이와 함께할 밤 드라이브, 통근버스 말고 나 홀로 여유롭게 하는 출퇴근길이 너무 기다려진다. 나만의 공간이 필요할 때 아늑한 실내를 제공해 주고 마음껏 노래를 부르고 싶을 때 나만의 노래방이 되어줄 탄이와 함께할 나날들이 너무 기대되고 설렌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도 예쁜 추억을 만들어나갈 생각을 하니 행복하다. 앞으로 안전하게 조심히 운전하면서 탄이와 예쁜 추억을 만들어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