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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에르떼 Oct 22. 2024

연애와 결혼

이리도 어려운 것이었다니

20대의 나에게 결혼은 쓰나미 같았다.

모든 걸 집어삼키는 거대한 쓰나미.

나의 삶, 나의 이름마저도 무참히 삼켜질 것 같았다.


일명 K-장녀의 삶을 살아온 난 더 이상의 희생과 배려를 하고 싶지 않았다.

온전한 나의 삶이 중요했고 또 지켜야 했다.

그런 나에게 결혼은 두려움이었다.


나의 생활이 송두리째 달라지고 내 인생의 초점이 내가 아닌 남편과 아이에게 맞춰지는 게 두려웠다.

그래서 더욱 결혼을 부정하고 밀어내고 외면했다.

가족들과 주위 사람들에게 내 생에 결혼은 절대 없다며 호기롭게 외치고 다녔다.


그런 내가 빠르면 빠르다고 할 수 있는 30대 초반에 결혼을 하게 되었다. 시집 안 간다고 하는 사람이 일찍 시집간다던 옛말은 소름 돋게도 거짓이 아니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에이 설마~ 했었는데

그게 내 이야기가 되어버렸다니....ㅋㅋㅋ

역시 인생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거구나.




강철 같은 나의 결혼관이 서서히 녹슬기 시작한 시기는 20대 후반부터였다. 혼자만의 삶을 강력하게 원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퇴근 후 맥주와 라면을 먹으며 유튜브를 보는 게 행복의 배터리를 완충하는 최고의 방법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 완충의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몇 안 되는 연애를 통해 상처를 주고받고 아픔도 있었지만 결국 나는 사랑하고 사랑받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그때 내 나이 서른이었다.


여자는 나이가 스펙이다.

여자 나이 30대 초반을 넘어가면 그때부터 소개팅도 잘 안 들어온다.

좋은 남자들은 그때 가면 다 없다.


여러 이야기들은 나를 초조하게 했다.

20대 후반부터 건강한 연애를 해서 30대가 되어 결혼하는 친구들을 보며 부러움과 동시에 나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몰려왔다.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게 될까.

정글 같은 현실 속을 완전무장 하며 살게 될까?

아니면 누군가와 험준한 산 같은 인생을 함께 의지하며 살게 될까?




주위 인맥들을 총 동원하여 여러 소개팅을 나가봤지만 마음만큼 되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일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란 걸 몸소 체험하고 있었다.

체험 삶의 현장이 아니라 체험 기적의 현장이었다.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나 미래를 꿈꾸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라니...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나는 점점 자신이 없어졌다.

내가 너무 연애와 결혼에만 집중하고 있는 걸까.

차라리 마음을 다잡고 이 주제와는 동떨어져 지내는 게 오히려 낫다고 생각했다.


 ‘내 인생’의 방향성을 생각하고 나를 더 가꾸고 발전시키는 게 지금의 나로선 최선의 방법이었다.

집과 회사, 운동만 다니던 단조로운 나의 일상도 좀 더 다채롭게 만들고 싶었다.


작년부터 책을 좋아하는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이런저런 핑계로 미뤄뒀었다. 지금이야말로 오래된 숙원 사업을 펼칠 때가 왔다고 느낀 난 곧바로 실천에 옮겼다.


그리고 그곳에서 결혼이란 두려움을 이겨내고 함께 그 세상 속으로 나아가게 될 동반자를 만나게 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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