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그분과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결혼 시기를 정했을 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7개월 남짓이었다. 이듬해 봄에 결혼을 하고
싶었기에 남은 시간 동안 결혼 준비를 해야 했다.
결혼 준비 과정에 대해 잘 몰랐던 우리는 설명을 듣고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 결혼 박람회에 갔다.
플래너님께서 결혼 준비에 필요한 항목들이 담긴
A4 용지를 주시며 설명을 이어가셨다.
항목은 꽤나 많았다. 크게는 스드메가 있었고
잔잔하게는 스냅사진과 DVD 업체 정하기,
그분의 예복, 양가 어머님의 한복 등등 신경 써야
할 항목이 꽤나 많았다.
하지만 그 항목들은 신혼집을 구하고
인테리어를 하는 거에 비하면 정말 간단한 것이었다.
인테리어 업체를 돌아다니며 가격 비교를 하고
업체를 정하는 건 생각보다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우리는 정말 감사하게도 시부모님께서 집을
마련해 주셔서 집을 구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문제는 인테리어 업체 선정과 공사 진행이었다.
구축 아파트라 리모델링이 필요했는데 전체를
다 진행하기엔 비용 부담이 되어 일부만 하기로 했다.
기본적인 도배, 장판과 조명 그리고 욕실 2곳과
주방 싱크대만 리모델링하기로 결정하고 해당
업체들을 알아봤다. 욕실 리모델링 업체를 제외한
나머지는 블로그와 평점으로 후기를 보고
비대면으로 상담을 진행했다.
욕실 리모델링 업체는 타일과 도기 등등
실제로 물건을 봐야 했기에 하루 날을 잡고
4군데 정도를 다녔다. 지도로 근처의 업체를
알아보고 후기가 좋은 곳들만 찾아갔다.
고급스러운 욕실보단 지금보다 깔끔하기만 하면
된다라는 마음이 컸기에 가성비로 공사를 진행하길
원했다. 여러 업체를 돌아다니며 전반적으로
어떻게 가격대가 형성되었는지 확인하고 그중
가성비가 제일 나아 보이는 업체를 선택했다.
그때까지는 매우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그날의 선택이 우리를 이렇게 힘들게 할 줄은 몰랐다.
상담해 주시는 분의 프로페셔널한 모습과 우리 아파트
욕실 공사 경험이 많다는 이야기에 계약을 진행했는데
문제는 공사 첫째 날부터 시작되었다.
원래는 두 분이 오시기로 했는데 한 분이 전날
술을 많이 드셔서 펑크를 냈다는 것이다.
심지어 우리는 그 사실을 오후 늦게야 알았다.
퇴근 후 공사 중인 집에 가보니 한 분만 계셔서
그때 알게 된 것이다.
어이가 없었지만 그래도 그분이라도 오셔서
공사가 진행되어 감사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그런 마음이 든 것이 무색하게도
시공이 아주 엉망으로 되어있었다.
타일의 수평이 맞지 않아 선이 삐뚤빼뚤하고
단면도 고르지 않아서 울퉁불퉁했다.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상담을 진행했던 업체 대리에게 전화해서
이야기를 하니까 어이없는 말들을 늘어놓았다.
원래 그렇게밖에 공사가 안 되는 곳이라며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했다. 그런 부분까지
깔끔하고 섬세하게 마무리해 줘야지 기술자가
아닌가? 그리고 그러기엔 면적이 너무 넓었다.
이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변명이었다.
그리하여 우리와 업체 대리와의 타일 전쟁이
시작되었다.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공사 일정만 서둘러 진행하고자 하는 대리와
잘못을 인정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공을 해달라는
우리의 의견 대립은 치열했다.
결혼 준비 한다고 신경 쓸게 많은 상황에서
욕실 공사까지 문제가 생기니 너무 힘들었다.
회사에서도 업체 대리와 연락을 했고
퇴근 후에는 통화로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여러 번의 설전 끝에 결국 업체 대리가 두 손 두 발을
들었고 시공을 다시 해주기로 했다. 우리는 그제야
한 시름 놓을 수 있었다. 전면에 나서서 업체 대리와
연락을 주고받은 그분에게 정말 고마웠다.
돈 몇 푼 아끼려다가 스트레스를 더 받게 된 현실에
헛웃음이 나왔지만 잘 마무리되어 다행이었다.
그분과 나는 이 또한 먼 훗날 추억 거리가 될 거라며
서로를 다독여주었다. 그리고 다음번에 욕실
리모델링을 하게 되면 그땐 좋은 곳에서 하자고
다짐했다.
욕실 재시공으로 인해 이후 예정되어 있었던
싱크대, 도배, 장판 공사는 모두 미뤄야 했다.
업체에게 일일이 연락을 해서 가능한 날짜로
다시 정해야 했다. 공사 일정 자체가 2주 정도
지체가 되어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재시공한 것도 100%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이 정도라도 어디냐 싶었다. 처음 보단 훨씬
나아진 퀄리티라 그나마 봐줄 만했다.
진작에 이렇게 하지 원망스럽기도 했다.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은 욕실 리모델링과 달리
그다음 공사는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다.
점점 환골탈태해 가는 집을 바라보며 수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인테리어를 하느라 고생했던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준비하는 동안 힘들었지만 그래도
뿌듯하고 보람찬 순간도 있었기에 즐거웠다.
새로운 곳에서 그분과 예쁜 추억을 함께 그려나갈
생각을 하니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