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같은 집
다사다난했던 인테리어 공사가 마무리될 때쯤
우리는 한창 입주 청소 업체를 알아보고 있었다.
사골을 우려낸 곰탕같이 뽀얗게 분진이 앉아있는
집을 청소할 엄두가 나지 않았던 우리는
일찌감치 업체에 청소를 맡기기로 했었다.
입주 청소 업체를 찾아보니 생각보다 꽤나 많았다.
이렇게 많은 청소 업체가 있다니 놀라웠다.
숨고라는 플랫폼에 정보를 등록해 두니
여러 업체에서 앞다투어 연락이 왔다.
업체 별로 후기도 꼼꼼히 살펴보고 담당자와
직접 통화를 해서 견적도 자세히 문의했다.
그렇게 열심히 비교한 끝에 가격면으로나
상담 내용으로나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업체를 찾아
계약을 진행했다.
청소 업체가 오기로 한 날, 괜스레 마음이 두근거렸다. 먼지 투성이었던 우리 집이 어떻게 변할까 설레는
마음이 가장 컸다. 오후부터 시작된 청소는
늦은 밤까지 계속되었다. 생각보다 집 상태가 더 좋지 않아 추가 비용도 발생되었다.
타일 공사를 두 번이나 다시 하느라 집 전체에
내려앉은 분진가루와 곳곳에 펴 발려진 도배풀이
그 원인이었다. 그분과 내가 청소하기엔 별 다섯 개의 엄청난 난이도인 상태였던 거다.
우리는 업체에 맡기길 잘했다며 청소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밤 9시가 한참 넘은 시간, 드디어 연락이 왔다.
저녁 내내 내린 눈으로 인해 질퍽해진 도로를 달려
도착한 우리 집은 아주 다른 얼굴로 우리를 마주하고 있었다.
센과 치히로의 오물신이 깨끗하게 변한 모습을
실제로 본 느낌이 이런 느낌일까?
깔끔하게 윤이 나는 마룻바닥을 신발을 벗은 맨발로 거닐다니 감격스러웠다. 먼지 때문에 뿌옇게 보였던 우리 집의 맨살은 이런 모습이었구나. 새로웠다.
이제 이 공간을 아기자기하게 채울 일만 남았다.
텅 빈 집을 바라보며 그분과 집을 어떻게 꾸밀지
밑그림을 그려보았다. 이 방은 서재방을 하고
침대 배치는 이렇게 하자며 기대가 가득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우리는 인테리어 공사가 마무리되기 전부터 가전과
가구를 열심히 알아보고 있었다. 가전은 여러 곳에서 견적을 받아보는 게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리점과 백화점 등등 발품을 팔며 꼼꼼하게 알아보았다. 몇 주 동안 그분과 나의 주말을 가전, 가구를
알아보는데 오롯이 바쳤다.
여러 군데를 둘러본 결과 새로 오픈한 동네의 대리점이 가장 좋은 조건이었다. 여기저기 멀리 다녔는데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계약을 하게 될 줄이야.
정말 등잔 밑이 어두웠구나. 그래도 좋은 대리점을
찾아서 만족스러웠다. 기분 좋게 계약을 끝낸 우리는 드디어 가전을 졸업했다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이제 남은 것은 가구였다. 우선 백화점을 돌아다니며 소파와 침대를 살펴봤다. 한 곳에 다 모여있으니
여기저기 갈 필요가 없어서 편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비싼 가격과 카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에 우리는
백화점을 나와 직영점으로 향했고 훨씬 좋은 가격에
침대를 구매할 수 있었다.
소파는 이미 눈여겨본 브랜드가 있었다. 디자인과
촉감 등등 모든 게 만족스러웠는데 단 하나, 가격이
걱정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 떡인가!
모 백화점의 인터넷 몰에서 신년 행사로 정말 좋은
가격에 해당 소파를 판매하고 있었다.
덕분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파 구매도 마쳤다.
나머지 가구들은 오늘의 집이라는 아주 좋은 사이트에서 구매했다. 거실장과 거실 탁자, 식탁은
비싼 거보단 가성비 있게 사길 원했기에 딱 좋은
선택지였다. 정성스럽게 쓴 후기도 많아서 가구를
고르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가전과 가구를 모두 구매하고 자잘한 살림살이도
함께 구매했다. 젓가락, 숟가락부터 수납장까지
하나하나 같이 살펴보고 우리 집에 어울릴만한 것으로 골랐다. 전반적으로 통일성 있게 디자인을 골라서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드디어 가전이 오는 날이 되었다.
눈이 펑펑 쏟아져서 에어컨 기사님은 못 오셨지만
다행히 다른 가전들은 무사히 도착했다.
맞벌이를 하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3대 이모님도 모셨다.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 음식물 처리기가 모두
구비되니 살림 어벤저스가 모인 것 마냥 든든했다.
가구는 지정된 날에 하나씩 배송되었기에
엄마의 도움이 필요했다. 1시간이 조금 넘는 곳에
계시는 엄마께서 왔다 갔다 하시면서 에어컨과 소파, 침대 기사님을 맞이해 주셨다. 엄마가 아니었음 반차를 쓴다고 이래저래 신경 쓰였을 텐데 정말 감사했다.
엄마는 딸을 위한 건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셨다. 엄마의 무한한 사랑과 따뜻한 마음은
나를 눈물짓게 했다. 내가 자식을 낳게 되면 엄마처럼 이렇게 헌신적으로 위해 줄 수 있을까?
감히 장담할 수 없었다. 그만큼 엄마의 사랑은
위대하고 감사하고 감동이었다.
가전 가구가 하나씩 채워지고 집에 온기가 넘쳐나자 드디어 집다운 모습이 되었다. 통일성 있는 가구들 덕분에 집 분위기가 아늑하고 편안해졌다. 우리가
원했던 느낌이 구현된 것이다. 이 모든 건 집을
마련해 주신 시부모님과 먼 길을 오가며 가전, 가구를 받아주신 엄마 덕분이었다.
결혼 준비를 하면서 부모님의 존재가 얼마나 힘이
되고 감사한 것인지 몸소 느꼈다. 그분과 나 혼자서는 이 모든 것을 마련하기 힘들었을 텐데
양가 부모님의 사랑과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세상 그 누구보다 우리의 행복을 바라고,
우리를 위해 애써주시는 양가 부모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우리가 행복하게 알콩달콩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가장 큰 보답이 아닐까?
초원 위의 그림 같은 집보다 더 멋진 우리 집에서
그분과 함께 흥이 나게 잘 살아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