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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더

가족으로 다가가다

by 수에르떼 Mar 17. 2025

흔히들 알고 있는 결혼 준비 순서는 이렇다.

양가 가족분들을 모시고 상견례를 진행한 뒤,

길일을 받고 예식장을 정한다.

하지만 우리는 정 반대로 결혼 준비를 시작했다.


그분과 내가 결혼을 결심하고 양가 부모님께

뜻을 전달드렸을 때 우리 집은 상견례 날짜를 잡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몇 달 전부터 급격하게 몸이

안 좋아지신 외할아버지께서 사경을 헤매고 계셨기에

상견례 날짜를 확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부득이 상견례를 뒤로 미루고

길일을 먼저 받기로 했다. 그분과 함께 동네 철학관을 방문하여 궁합을 보고 3,4월 각각 두 날짜로 길일을

받아왔다. 본격적인 결혼 준비의 시작이었다.




그렇게 한창 결혼 준비를 하던 도중,

외할아버지께서 하늘의 별이 되셨다.

병원에 가서 찾아뵙고 그동안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눈물의 인사를 드린 몇 주 후였다.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닦아내며 서둘러 본가로

내려갔다. 간단하게 짐을 챙긴 뒤 동생과 함께

장례식장으로 갔다. 영정사진을 허망하게 바라보며

눈물의 3일을 보냈다. 그분은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연차를 쓰고 와주었다.


슬픔에 젖어있던 내게 그분의 존재는 더 크게 다가왔다. 그분의 진심이 담긴 위로는 나와 우리 가족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 그분이 옆에 계셔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슬픔을

추스르고 우리는 다시 결혼 준비를 이어나갔다.




해는 바뀌어 2025년이 되었고 상견례를 해야 할

시기가 다가왔다. 상견례 장소를 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위치뿐만 아니라 음식 맛과

분위기 또한 중요했다. 결혼 카페와 블로그 등등

여러 후기들을 눈이 빠지게 읽어 내려갔다.


다행히 좋은 곳을 발견하여 예약을 마치고 상견례

선물을 골라보기로 했다. 백화점에 가봤지만 마음에 드는 선물은 없었다. 그러다가 초록창에서 발견한

수제다과가 눈에 들어왔다. 보자기에 곱게 포장도

해주어 만족스러웠다.


이제는 상견례룩을 정해야 했다. 우리는 니트와

슬랙스, 코트로 깔끔하게 입기로 결정했다.

드디어 다가온 상견례날, 긴장이 몰려왔다. 두근두근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한옥의 고즈넉함 속에서

양가 가족들의 첫 만남이 성사되었다.




우리 아빠와 그분의 아버지께서는 정말 우연하게도

비슷한 점이 매우 많았다. 두 분 다 직업도 똑같고

공수부대 출신인 것도 똑같았다.

아빠는 독수리 부대였고 아버님은 황금박쥐 부대였다.

공통점이 많아서 그런가 두 분의 대화는 끊이지

않았고 덕분에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음식들도 정갈하고 깔끔하게 잘 나왔다.

플레이팅도 고급스러웠고 엄청 긴장한 상태였는데도

음식이 맛있게 느껴졌으니 말 다한 셈이다.

동생도 엄청 맛있다며 나에게 귀여운 눈인사를 했다.


맛있는 음식과 훈훈한 대화 속에서 상견례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상견례를 하다가 안 좋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해서

이래저래 걱정이 많았는데 아빠와 아버님 덕분에

좋게 잘 마무리되어서 감사했다.


두 가족이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눈 뜻깊은 날,

그분과 나는 고생 많았다며 서로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우리는 그렇게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한 걸음 더 가족으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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