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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식 May 14. 2023

삶의 문제를 직면하라

자신의 스토리를 찾기 위해서


제가 살아오는 동안 '창작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확 좁혀진 때가 몇 번 있습니다. 열심히 찾아 헤매었을 때는 정작 찾지 못했던 저의 테마는, 전혀 다른 곳에서 나타났지요.



하나는 종교적 백그라운드에서 벗어나 이를 선언한 이후였고, (저는 모태신앙이고 당시 온 집안, 인간관계가 크리스천이었기 때문에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특정 종교 자체를 나쁘게 얘기할 의도는 없습니다. 다만 그게 저에겐 필연적 여정이었다는 것입니다.) 하나는 가족들과 나 사이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던 이후였습니다.





그 둘은 그냥 제 개인사였을 뿐 창작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창작을 어려워하는 상황 중에도, 그런 사적인 일들은 별개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그 문제들에 대해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그리고 그로부터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었을 때, 창작에서 기존에 있었던 문제도 함께 해소되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제가 ‘이에 대해 뭔가를 해야겠다’라고 마음먹음으로써, 제 초점이 그리로 좁혀졌기 때문이라 생각이 됩니다. 나머지를 버릴 수 있게 된 것이고요.



어쨌거나 그것들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인간관계와 그나마의 안락함, 안전함을 포기해야 하는 일이어서 당시엔 꼭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심정이었죠. 그러나 그걸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고 뭔가 했을 때 제가 해야만 하는 경험을 했고, 처음엔 좀 고통스러웠지만 제 삶도 다음 레벨로 올라섰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저의 여정이 생겨났고, 그간의 경험이 무엇이었는지 연결되었으며 제 관심사와 연결시켜서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필요한 경험을 통과할수록 더 고유하고 날카로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요. 나에게 어떤 문제가 주어졌는데 그것이 두렵다고 회피한다면 그런 삶에선 모든 것이 흩어져 있을 뿐이며 스토리로 응축되지 않겠다는 것이요.



창작이란 결국 저는 삶의 부산물 같은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삶을 사는가에서 뗄 수 없습니다. 삶을 내버려 둔 채 창작에만 몰두한다면 그건 어떤 조형미가 있을 수는 있지만, 피상적인 것에 그치고 마는 것이 아닐까요. 피상적인 것은 감각적이고 기술적이고 신선할 수 있지만, 오래가지는 못합니다.


아무것에나 이것저것 뛰어들라는 소리가 아닙니다. 삶으로부터 내게 주어진 질문에 충실하게 대답하라는 얘기죠. 누구에게나 삶으로부터 질문을 받습니다. 그 질문은 뭔가에 대한 의구심, 어떤 느낌에 대한 갈망, 트라우마, 수치심 등 다양할 것입니다. 제가 경험했던 것과는 또 완전히 다른 것이겠죠. 자기 자신이 너무 평탄하게 살아와서 별다른 고민도 없고 강렬한 경험도 없어 그게 고민인 창작자도 종종 보는데, 어쩌면 그게 바로 그 사람에게 주어진 질문일지도 모릅니다.



대개는 먹고살기 바빠서, 또 긍정적인 생각만 해야 한다고 여겨서, 그리고 두려워서 이를 무시한 채 옆으로 치워놓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살아갑니다. 그렇습니다. 그걸 외면하고 살아도 당장은 큰 문제가 되지 않죠. 하지만 저는 이것이 나비 효과를 불러온다고 여깁니다. 여기서 제가 여러 다른 결과에 대해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저 그게 창작에도 분명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습니다.



자신이 외면하고 있던 것을 하나씩 직면하면 할수록 초점은 좁혀져 갑니다. 창작의 테마라는 건 사실상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삶을 제대로 직면하면 할 얘기는 그냥 자연스럽게 (직간접적으로) 따라 나오는 것이죠.



그러니 창작에 목적성이 없다는 느낌이 든다면 한번 질문해 보세요. 당신의 삶에 혹시 남겨 두고 온 문제가 있습니까? 표현에만 치중하느라, 먹고사는데 걱정하느라 자신을 불편하게 하는데 무시하는 문제가 있습니까? 혹은 직면할 생각만 하면 떨리고 두려운 그런 것이 있나요?



부분이야말로 어쩌면 자신을 가장 날카롭고 고유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에 대해 당장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하나의 일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그것만으로도 나를 둘러싼 공기가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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