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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리모 Mar 09. 2024

[그림책Q] 내 안의 '너', 불안

 중년을 위한 그림책 --- ① 조미자 글/그림 『불안』



그것은 '어지럽게 하고, 무섭게 하는 것'이고, '가득 차기도 하다가 없어지도 다시 나타나기'도 한다.  


도대체 뭐가 나를 힘들게 하는지, 나는 불편한 마음의 끈 한쪽을 잡고서 조금씩 조금씩 잡아끌어보았다. 악! 다른 쪽 끝의 끈에 묶여있는 무시무시한 '너'를 발견했다. '너'는 나보다 몇 배가 크고, 빨간 부리, 노란색 눈동자와 오만 색의 깃털들을 가진 기괴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너'는 나를 무작정 쫓아다니기 시작했다.

『불안』의 나는 도망 다니는 것을 그만두고 다시 문제의 끈을 살짝 당겨본다. 조금씩 조금씩 짧아지는 끈의 끝에서 어느새 작아진 '너'를 다시 만났다. 더 이상 무섭지 않았지만 여전히 나를 쫓아다녔다. 



가끔씩 예전의 무시무시한 모습으로 변하기도 했지만, 이제 나는 '너'를 내 옆의 친구처럼 생각하로 했다. 무서운 밤 서로 "괜찮니?" "응, 괜찮아"하고 안부를 물으면서..  


『불안』이라는 제목 말고는 책 안에서는 '불안'이라는 단어가 한 번도 나타나지 않는다. 대신 '너'라는 2인칭을 쓰고 있다. 불안이 '너'처럼 가까운 존재하는 것을 강조한 듯하다. 그림책은 표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모두 진한 원색들의 과감한 대비로 묘사되어 있다. '불안'의 모습이 커다랗고 무시무시할 때도 그리고 작아졌을 때도, 한 순간도 불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듯이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그림책은 다행히 '너'인 불안과 내가 결론적으로 그럭저럭 잘 지낼 수 있게 된다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그런데 저자는 어떻게 불안과 편하게 동거할 수 있게 되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불안과 친해지는 방법은 독자들 각자의 몫으로 남겨둔 듯싶다.




(상황 1)건강검진을 끝내고 병원 문을 나오기 전부터 내 심장은 평상시보다 빨리 뛰기 시작했다. 정기적으로 치르는 것임에도 검진결과에 대해 늘 최악의 시나리오를 만들고 머릿속에서 이것을 무한 반복한다. 매일 한 움큼의 약을 먹는 모습이나 광대뼈가 드러난 암 환자의 모습까지... 실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검진 결과가 도착하기까지 1주가량은 전화벨 소리에도 놀라고 숟가락을 들다 가다도 손에 힘이 빠진다. 


(상황 2)"하락세에도 철옹성인 OOO 아파트, 엄지 척!" 이런 기사를 보는 순간, 신경이 곤두선다. 입 맛도 싹 가시는 듯하다. '월급쟁이로 성공하지 못했지만 인생 두 번째 라운지는 좀 달라져야지...'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앉은 자리에서 손해보는 느낌으로 초조하다. 


이런 나를 정말 한심하고 소심한 속물 같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단연코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  


불안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불안을 없앨 수는 없을까?


알랑 드 보통은『불안』에서 개인적 측면뿐만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측면을 망라하고 인류사를 꿰뚫면서, 불안의 원인과 대처방법에 대해 말하고 있다. 마치 불안을 정복한 사람처럼, 그의 논리와 전개는 아주 명료하고 깔끔하다.  


보통이 말한 5가지 불안의 원인(사랑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은 결국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요약할 수 있다. 자기 자신의 몸과 마음을 정상으로 유지하고 일상 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두려움(지속가능성 실패)과 계획했던 것을 달성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발전가능성 실패)이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불안을 다루는 방식은 불안감에 갖혀있거나 성급하게 행동하거나 두 가지이다. 현실적으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는 불안의 대부분은 내가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것 또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것들이다. 그럼에도 온통 그것에 메어서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소비한다. 그러다가 정작 행동해야될 때에는 맥이 빠져 의욕도, 용기도, 희망도 붙잡기 어려워진다.


치솟는 아파트 값을 보면서 불안한 마음에 여기저기서 돈을 끌어다 무리해서 투자를 했는데상황이 바뀌어 가격이 떨어진다면? 불안감은 점점 더 커지는데 마땅한 대책은 없다. 조금 손해보더라도 팔아야 할까? 불안은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고 '일단' 행동하게 만든다. 원래 계획도 목표도 없었던 것이 갑자기 대책없이 감당해야 하는 큰 짐이 되어 버린다.


한편 불안은 삶에 원의가 표출된 것일 수 있다. '난 요즘 마음이 너무 편해, 걱정이 없어' 혹시 이런 사람이 부럽다면, (6070대 노인이 아니라면) 정상이 아닐 수 있다.  


성격이 낙천적인 사람들이 불안감을 다루는 데 능숙하다. 매사에 부정적이고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가진 '나' 같은 사람이 불안감에 늘 OK당한다. 


그래서 준비했다. 아래는 나를 위한 불안 길들이기 방법들이다.

 

첫째, 내가 결과를 바꿀 수 있다면, 바로 행동하는 것이 불안을 다루는 정석이다. 용기와 노력이 필요할지도 모르지만 불안할 때는 후딱 해버려 불안의 싹을 잘라버리는 것이 최상책이다. 그렇지만 머리 속이 복잡하고 마음에 폭풍이 일때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폭풍 속에서는 생각이 오직 '나중에는 어떻게 될더라도 일단 살아남자' 이것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둘째, 중국 춘추시대 기(杞) 나라 하늘과 땅이 무너지고 가라앉으면 어디 갈 곳도 없다며 잠도 이루지 못하고 밥도 먹지 못하던 사람이 있었다. 기인우천(杞人憂天, 기우)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왔다는데, 사실 내 걱정 대부분이 하늘이 무너질 것을 걱정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불안감이 느껴질 때는 잠시 생각을 멈추고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인지, 단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인지 따져봐야 한다.


셋째, 불안돈목(佛眼豚目)은 부처의 눈과 돼지의 눈이라는 뜻이다. 부처의 눈으로 보면 모든 것이 부처로 보이고 돼지의 눈으로 보면 모든 것이 돼지로 보인다는 뜻이다. 나의 불안과 걱정은 내 마음이 어디에 가 있는지, 내 눈과 귀는 무엇을 보고 들으려고 하는지에 달려있다. 굳이 돼지의 눈을 달고 나 스스로가 불행을 키울 필요는 없다.


넷째, 여전히 마음을 잡을 수 없을 때는 모든 것을 창조주인 신께 맡긴다. 아무리 불안해하고 걱정한고 해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알랑 드 보통은 불안의 해결책 하나로 기독교를 제시했다. 나는 꼭 기독교만이 답이라고는 고집하지는 않는다. 내가 믿는 신은 내가 불안과 걱정에 파묻혀 사는 것을 절대로 원하지 않으신다. 내가 할 일은 그저 모든 것을 신께 맡기고 모든 것을 선(善)과 사랑으로 이끄신다는 것을 믿는 것 뿐이다. 이것만으로도 나는 평화를 느낀다. 


다섯째, 이것도 저것도 안 통하고 불안감으로 일상이 엉망이 된다면, 즉시 병원으로~




< 읽을거리 >

☞『불안』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번역, 은행나무

☞『걱정 상자』조미자 글/그림 

☞ 참을 수 없는 불안에 대처하는 법

  (출처: 국민건강보험  https://www.nhis.or.kr/static/alim/paper/oldpaper/202207/sub/13.html)

신뢰하는 사람과 대화한다. -- 신뢰하는 사람과의 대화는 불안을 낮춘다. 누군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불안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지나친 걱정과 염려를 조절하기 위해 노력한다. -- 걱정하기 위한 시간을 따로 정한다. 알람을 설정해 정해진 시간에 걱정하고 나머지 시간은 다른 일들을 위해 사용한다. 걱정거리를 적어두고 특정 장소에 보관하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  

신체적 건강을 위해 노력한다. --  불안이나 염려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신체적 건강을 위한 활동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충분한 수면, 양질의 식사를 하려고 노력하자. 꾸준한 운동도 도움이 된다.  

호흡법을 연습한다. -- 호흡법은 불안에 대처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아래와 같이 평소 연습하고 불안감이 들 때 적용해 보자.                    

    ① 숨을 코로 들이마신다.             

    ② 입으로 후 하며 천천히 내쉰다.

    ③ 폐에서 숨이 다 빠져나가는 것고 느껴본다고 생각하고, 긴장감이 숨과 함께 빠져나간다고 상상한다.

    ④ 위의 순서를 3회 1세트로 3세트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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