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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Nov 07. 2023

불안과 불면증의 상관관계

임신 15주차, 불면증 해결방법



아기 천사가 찾아왔습니다. 15주차를 지내고 있어요. 

바뀐 몸에 적응하느라, 글쓰기고 뭐고 다 놓고 지냈습니다.... 는 핑계고요, 글 쓰는게 짜증이 났습니다. 달라지는 것도 없고, 매일 아침 무슨 글을 쓸까 고민하는 것도 다 귀찮더군요. 

조금씩 매주 글 쓰는 횟수가 줄기 시작하더니, 1-2주간 아예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편했어요. 늦잠도 잘 수 있고, 머리아프게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얼마나 좋아요. 



그런데 왜죠?

왜 알 수 없는 우울감이 찾아오는 걸까요?

임신을 하면 잠이 엄청 많아진다던데, 저는 몇주간 불면증에 시달렸습니다.

잠은 원래 제가 제일 자신 있는 분야였는데, 잠을 못자서 고민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밤이 길다는 걸 처음 느껴봤습니다. 

불면증에 좋다는 비싼 대추차도 시켜 먹어보고, 아로마 오일도 덕지덕지 발라봤지만 큰 효과가 없었어요.



글쓰기는 멈췄지만,  다행히 모닝페이지는 계속되었습니다.

그날 아침에도 모닝페이지를 쓰다가 문득 깨달았습니다. 

'나는 지금 불안하구나...'



지금은 다시 잠 많은 임산부로 돌아왔습니다. 

10-11시간씩 잠을 잡니다. 이래도 되나 싶지만, 임신 핑계를 좀 써먹으려고요.

불안으로 잠못들던 밤을 보내고, 어떻게 단잠을 잘 수 있게 되었는지, 제가 찾은 방법을 공유합니다. 







1. 속수무책으로 불안을 견디지 말고, 불안의 실체를 알아야해요. 



작년, 아기를 17주차에 잃었습니다. 

안정기에 들어 섰다고 모두가 말하던 그 시기에, 아기를 잃고 말았습니다.

다시 임신을 했고, 불안은 언제나 저를 따라다녔습니다. 

얼마나 불안에 대해 많이 생각했던지, 불안에게 편지도 썼습니다.

불안은 우리를 망하게 하기 위해 찾아오는게 아니라, 나를 사랑하기에, 지키고 싶기에 찾아온다는 밍구르 린포체 스님의 말씀을 마음 가득 새겼습니다. 



불안을 해결했다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습니다.

의식이 잠드는 밤이 되면, 감추어뒀던 무의식이 찾아와 불안을 꺼내들었습니다.

또다시 아기가 잘못되면 어떡하나...라는 불안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던 것입니다. 

불안하면서도, 그것이 불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불안을 받아들였다고 생각했지요. 그러나 그건 의식적인 제 노력이었을 뿐, 나의 무의식은 여전히 외치고 있던겁니다.

"나 너무 불안해요!!!!!!!!!!!!!!!!!!"



다음날 모닝페이지를 쓰다가 깨달았습니다. 

나는 여전히 불안하다는 것을...

그리고 무엇이 가장 불안한지 구체적으로 적어보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큰 불안은 역시나 '아기가 잘못되면 어떡하지?' 였어요. 

12주차에 병원에 다녀온 후 병원에 다시 가려면 한 달을 기다려야합니다.

그 한 달이 제겐 일년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사이에 아이가 잘못되면 어떡하나를 수없이 고민하게되었으니까요.

결국 가까운 동네 병원에 다녀오기로 결심합니다.







2. 불안의 실체 앞에서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찾아보세요. 


매일 밤 불안을 맞아들이는 것보다 병원 한번 다녀오는게 더 빠른 해결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이지요. 불안 앞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잖아요. 병원에 다녀오면 될 일입니다.

별다른 이유 없이, 다니는 병원이 아닌 병원을 가는게 멋쩍긴 하지만 저는 지금 그런 걸 따질 처지가 아닙니다.

당장 병원을 예약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초음파를 보고 왔습니다. 

나의 걱정과는 너무도 무색하게 아기는 이름따라 '튼튼'하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뱃속이 놀이터인냥 이리저리 자세를 바꿔가며 성장해가고 있었습니다.  

나는 지극히 불안하고 흔들리지만, 무척이나 작고 여린 이 생명은 오히려 저보다 강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초음파를 보고 오는 일이었습니다. 

그 외의 일들은 모두 제가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아이가 잘못되는 일은 제 능력 밖입니다. 

제가 할 수 없는 일은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이 필요했습니다. 

받아들이는 마음을 갖기 위해선 마음에 여백이 필요합니다. 

매일 아침 명상과 렉시오디비나(일종의 묵상)를 하며 나를 비우는 시간을 갖습니다.

아무리 내가 애쓰고 노력해도,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진리 앞에 섭니다. 

처음엔 무척이나 무서웠는데, 지금은 조금씩 마음에 여백이 생기는 느낌이 듭니다.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최선을 다하고, 내 능력 밖의 일은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우리의 전부입니다. 

가까운 지인이 불안을 호소하며 몇주째 불면증에 시달린다는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저는 우선 글부터 써보라고 이야기해주었습니다. 

불안은 실체가 없을수록 더욱 강해집니다. 막연하기에, 추상적이기에 더욱 불안하지요.

불안에게 형체를 만들면 만들수록 불안은 오히려 작아집니다. 

불안의 실체를 안 이후부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생깁니다.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 자체로 불안의 크기는 줄어듭니다. 



물론 불안은 계속 찾아올겁니다. 

소중한게 생길수록 불안은 더 자주 찾아오겠지요.

그러나 괜찮습니다. 불안은 우리를 망하게 하기 위해 찾아오는게 아닙니다.

나를 사랑하기에, 너무도 지키고 싶기에 찾아옵니다. 

불안이 찾아오면, 외면하거나 회피하지 말고 맞이하려고합니다.

'어서와, 또 왔구나. 이번엔 뭐가 그리 불안해서 왔니?'

불안의 실체를 파악하고,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별해 하나씩 차근히 해가다보면,

언제 그랬냐는듯 불안은 흘러가고 없습니다. 불안은 내가 아니라, 수만가지 내 감정들 중 하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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