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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May 04. 2024

태어난지 한달, 모유가 뭐길래.

아기와 엄마가 함께 크고 있어요. 



아기가 태어난지 한 달이 되었다. 

아기를 키우며 여러 놀라운 일들을 겪었지만, 그 중에서도 두 가지가 가장 놀랍다. 

첫째, 아기는 정말 빠르게 성장한다.

탄생 후 첫 한달을 신생아 시기라고 하는데, 한달이라고 다 같은 신생아가 아니다. 


아기는 한 달 동안 정말 빠르게 변하고 성장한다. 조리원에서 보면, 갓 태어난 아기들은 부모를 닮기보다 아기들 끼리 서로 닮아있다. 내 아기에게만 있는 얼굴이 다른 아기들의 얼굴에서도 보인다. 이런 것을 보면, 신생아는 자연인에 가깝다는 말이 와닿는다. 


갓 태어난 신생아는 '사람'이라기 보단, 자연인이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 그래서일까, 신생아는 루틴이랄게 없다.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잔다. 싸기도 하고. 밤낮 구분도 없다. 초첨도 맞출 줄 모르고 그냥 자연 그대로의 모습일 뿐이다. 


자연인에 가까운 신생아는 한 달간, 먹고 싸고 자며 점차 사람이 되어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모두가 같은 얼굴이었던 신생아들은 각자의 개성을 찾아간다. 그래서일까, 신생아는 엄청 먹고 엄청 잔다. 그리고 엄청 운다. 



가장 놀랐던 두번째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먹는다. 

임신 때는 생각도 않했던 모유수유를 하게 되었다. 아기를 낳자마자 당연하게 젖을 물렸고, 앞으로도 모유수유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출산 전에 브레짜도 받고, 젖병도 많이 준비해놨는데, 아이를 낳자마자 자연스럽게 모유를 주고 있었다. 


왜인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제왕절개로 낳았으니 모유라도 듬뿍 주어야겠다는 생각인걸까, 막연히 모유가 좋으니까 주고 싶은 마음인걸까. 아마도 둘 다겠지. 그런데 아무 준비 없이 모유를 주려고 보니 막막한 순간들을 자주 마주한다. 


신생아는 루틴이 없다.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잔다. 그 말은 시도 때도 없이 젖을 물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분유는 2-3시간 텀이 있고, 모유는 1시간 30분에서 2시간의 텀이 있다고 한다. 그래도.. 내겐 그 텀에 30초 처럼 느껴진다. 심지어 신생아는 빠는 힘이 약해서 젖을 물면 5분만에 잠들기 일쑤다. 잠든 아기를 갖가지 방법을 써서 깨우고 먹이느라 3-40분을 씨름하고 나면, 숨 돌릴 틈도 없이 아기가 배고프다고 보챈다. 


조리원에서는 하다가 지치면 아기를 맡기고 숨을 돌릴 수 있었는데, 집에 오니 맡길 곳이 없다. 배고프면 먹이는 수밖에 없었다. 조리원에서 돌아온 첫 주가 지금까지 중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왜 나만 이렇게 모유수유 텀이 안 맞춰질까, 내 젖 양이 부족한걸까, 아기가 빠는 힘이 약해서 그런 걸까..... 수만가지 생각을 하며 여기저기 인터넷을 뒤졌다. 


서울시에서 지원해주는 모유수유 전문가가 내방했을 때도, 도저히 힘들어서 못하겠다며 온갖 하소연을 쏟아냈다. 전문가는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 할거라며, 분명 나아지는 순간이 있다며 힘을 내라고 다독여줬다. 


주변 아기 엄마들한테도 물어보며, 텀이 왜 도저히 안 맞느냐고 물으며 꾸역 꾸역 한달을 보냈다. 어느날엔 3시간을 자는 날도 찾아왔다. 어느날엔 30분만에 또 달라고 보채는 날도 있었다. 여전히 모유수유는 어렵지만, 조금씩 아기도 나도 서로의 합을 맞춰가는 느낌이다. 


'요즘 분유 좋은 것도 많은데, 왜 굳이 모유수유를 고집하나요?'라고 묻는 사람도 있다. 

맞다. 분유 좋은 것 엄청 많다. 나도 집에 분유 한 통 사 두고 정말 힘들 때는 분유를 주기도 한다. 그러나 모유수유를 놓을 수 없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나는 제왕절개로 아기를 낳았다. 자연분만을 하면 아기가 엄마의 산도를 빠져 나오는 동안 면역력을 키우는 유익균을 먹고 나온다고 한다. 나는 자연분만이 아니니, 모유로라도 조금 더 좋은 양분을 주고 싶다. 


그리고 이게 가장 큰 이유인데, 아기와 합을 맞춰나가는 일이 무척 힘들지만, 무척 즐겁다. 아기도 젖 빠는 일이 처음이고, 나도 젖을 주는 일이 처음이다. 둘 다 처음이라 서툴고 우왕좌왕하지만, 조금씩 합을 맞춰나간다. 어느날엔 먹는 시간이 짧아지고, 텀이 길어져 환호하기도 하고, 어느날엔 도루묵이기도 하지만 둘 다 아주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아기가 점점 젖을 빠는게 익숙해지면, 맛있게 먹는 소리도 내고, 손으로 탐험도 하며 엄마의 젖을 먹는 모습이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이 모습을 더 오래 계속 기억하고 싶어서라도 모유수유를 놓칠 수가 없다. 그럼에도 지금은 죽을만큼 힘들다. 조금 있으면 나아진다고들 하는데, 도대체 그게 언제쯤인거야??


비록 지금은 끝이 보이진 않지만, 힘든 순간들도 모두 지나가겠지, 아기가 점점 더 오래 잠을 자겠지. 조금씩 익숙해지겠지. 그리고 또 새로운 세계를 마주하기도 하겠지. 그러니 그저 지금, 이 순간을 온 마음을 열고 즐기자. 순간에 오롯이 머물러 보자. 


특히나 모유수유로 힘들어하는 엄마들, 내 젖양이 부족한것 아닌가, 나만 이렇게 수유텀이 짧은건가 고민하는 엄마들이 너무 자책하지 않고 즐겁게 모유수유기를 보내기를 바란다. 아마 대부분은 젖양이 부족한게 아닐 거다. 아기가 성장급등기라 배가 고픈 것일테지. 그리고 아기는 조금씩, 시나브로 자신만의 흐름을 찾아갈거다. 나도 조금씩 성장해 있겠지. 지나갈테니, 다신 못 올 지금 이 순간을 함께 즐겨보아요. 응원의 마음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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