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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린 lin Apr 24. 2024

직장인 vs 자영업자

월급쟁이? 나쁘지 만은 않아


소셜미디어의 등장 이후로 직업의 형태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나이, 스펙제한 없이 누구나 1인 기업가가 될 수 있으며 비교적 큰 자본 없이 뛰어들 수 있기에 진입장벽이 그리 높지 않다. 덤으로 '크리에이터', '인플루언서', '개인 사업가'라는 타이틀까지 획득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많은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듯하다.


그와 동시에 매일 9시부터 6시까지, 주 5일을 사무실에 갇혀 일하는 직장인은 직업 그 자체로서의 매력보단 그저 생계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점에서 자영업자와 큰 차이를 보인다.


나 또한 자영업자, 그 직업의 본질을 깊게 이해하기 전에 위와 같은 타이틀에 현혹되어 한 때 1인 사업가가 되고자 했다. 일반적으로 보이는 것은 직장인보다 더 자유롭고 업무 강도도 낮으며,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한 갈망이 컸다.


그렇다면 회사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의 보스가 되는 것이 정말 이상적인 삶일까? 왜 월급쟁이는 다소 과소평가되며 자영업자는 성공한 사람으로 비치는 현상이 발생할까? 이에 대한 나의 견해를 살펴보고자 한다.



월급쟁이라는 타이틀을 꺼려하는 이유


첫 번째, 누군가의 밑에서 일한다는 사실에 대한 불만족 때문에


남의 일을 도맡아 하며 남이 주는 월급을 받고 아파도 참고 일하며 휴가도 내 맘대로 가기 힘들다는 사실이 마치 내 인생의 주도권이 빼앗긴 느낌이 들게 할 때가 있다. 누구나 내 삶의 주체가 되어 내 일정을 유연하게 짜고 상사 눈치에서 벗어나 쉬엄쉬엄 일하는 환경을 꿈꾸지만 현실은 그저 퇴사만을 바라보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하루살이와 별반 다를 게 없다고 느끼게 된다.



두 번째, 직장은 그저 추후 새로운 도전을 위한 발판일 뿐이라는 생각에 그치지 않는다. "이 회사는 그저 시작일 뿐이야." "사람이 어떻게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겠어? 하기 싫은 일을 견뎌내야 하고 싶은 일을 하지."라는 생각. 다들 한 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선 일단 무언가를 배우고 구상할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그렇게 꿈의 직장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참고 다닐만한 직장을 차선책으로 선택하게 된다. 이런 사람들에게 직장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들은 업무 역량 강화나 승진 등 회사 내에서 입지를 다지는 것보다는 외부에서의 성취, 즉 개인의 꿈을 이루는 데 더 주력하고 있다.


자영업자의 이면


1. 9 to 5를 관두는 순간 24h을 일하게 된다.


한 마디로 중간이 없다. 오늘 계획한 할당량을 다 끝마쳤다 하더라도 "아직 잘 시간이 아닌데 좀만 더 하다 잘까?" 하며 계획에도 없던 일을 추가시키며 졸음이 밀려올 때까지 손에서 일을 놓지 않는다. 반대로 스케줄을 유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을 앞세워할 일이 있어도 미루고 미루다 밤에 처리하는 등 시간표에 어긋난 업무 패턴을 가지기 쉽다.


2. 수입이 불안정하다.


출근만 해도 일일 임금이 확정되었던 월급쟁이의 신분을 벗어나 이제부터 나의 소득은 온전히 내 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매달 수익이 예측하기 어려운 변동과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이번 달에 좋은 소득을 얻었다고 해도 다음 달에도 그럴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24시간 일하는 형태로 노력하지 않는다면 일정한 소득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3. 숫자에 집착하게 된다.


인플루언서라면 좋아요와 팔로워 수, 유튜버라면 조회수,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이라면 매출과 순이익, 직원들의 봉급 등 매일 변동하는 숫자에 민감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에 더해 창작물이나 서비스에 대한 비판도 감수해야 한다. 회사에서는 실수를 저지르거나 업무를 소홀히 하면 주로 상사로부터 질책을 받는데 그치지만, 소위 고객이나 구독자가 나의 상사와도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수많은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비판은 직장에서 경험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며 결국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초래할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자영업자의 장점은 한정된 수익을 얻으며, 종속적인 위치에 있는 직장인에 비해 더 많은 자유와 의사 결정 권한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내 손끝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지기에 삶을 좀 더 능동적이고 진취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지 않을까 싶다.


월급쟁이의 장단점


1. 일과 내 삶의 구분이 확실하다.


나는 이 부분이 가장 큰 메리트라고 생각한다. 6시 땡치면 모든 업무는 셧다운이다. 지금부터 잠들기 전까진 업무에 관한 모든 것은 다 잊고 오직 나를 위한 시간을 즐기면 된다. 헬스장에 가던, 집에 돌아와 저녁을 만들던, 친구와 술 한잔을 기울이던, 독서를 하던 나의 자유시간이 확실하게 보장되는 것만큼 짜릿한 일탈은 없을 것이다. 또 오히려 이 점이 일을 더 열심히 하게 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결국 내가 일하지 않으면 이 시간 또한 사라지기에.


2.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유지할 수 있다.


직장인에겐 매일매일이 미라클모닝이다. 뜻하지 않게 아침형 생활을 하게 되는데, 이는 고통스러운 면이 있지만 생체 리듬 조절에는 확실한 도움이 된다. 나는 적어도 잠이 안 와서 뒤척이는 날이 거의 없어졌다는 사실만으로 꽤나 큰 만족감을 얻는다. 일찍 일어나는 것을 고려하다 보면 저녁 활동을 줄이고 빨리 잠자리에 들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규칙적인 수면 패턴 형성이 가능해진다.


3. 수입의 안정성


고정수입은 정신 건강에 상당한 안정감을 준다. 불안정하고 변동적인 수익이 주는 막대한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는 자영업과는 달리, 월급을 받는 사람은 매달 일정한 금액을 수령한다. 이는 재정 상태를 예측하고 관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되며 보다 안정적인 생활을 가능하게 해 준다.



직장인들이 직면하는 단점은 대부분 인간관계에서 발생한다. 원치 않더라도 동료들과의 협업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이 속에서 종종 의견이 충돌할 수 있다. 또한 상사로부터 자신의 업무 처리 방식이나 능력에 대한 비판도 감수해야 한다. 이런 비판을 통해 성장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역량을 지속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일 잘하고 성격도 좋으며 센스 있는 직원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기에 어쩌면 직장인도 자영업자와 다름없이 다방면에서의 능력이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겠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법이라고, 한 때는 나도 자영업의 삶을 동경하며 끊임없이 나 자신의 처지와 비교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살아보니 세상에 완벽한 직업이란 없더라. 그저 겉으로는 편안해 보이던 직업이 막상 내가 해보면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되니 어떤 직업이건 힘든 정도를 척도로 삼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따라서 보이는 모습에 이끌려 막연한 동경심을 품는 대신 각 직업의 장단점을 신중히 살펴보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지를 먼저 따져보는 것이 이상적인 직업을 찾아나가는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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