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린 lin May 24. 2024

시간약속 안 지키는 사람의 특징

만성 지각쟁이들의 공통점

몇 주 전, 오래간만에 가진 친구들과의 모임.


다들 바쁘게 사느라 얼굴 못 보고 지낸 지 1년이 다 돼 가는 터라 서로 풀 이야기보따리가 한가득일 것이 분명했다. 따라서 집에서 모이면 대화도 편하게 나누고 좋지 않을까 싶어 1차는 우리 집에서 모이기로 했다.


하지만 문제는 오랫동안 만성 지각병으로 악명을 떨치던 내 친구 B. 이번에도 B가 지각을 할지 안 할지가 가장 큰 관건이었다. 참고로 2년 전 모임 때 장장 2시간을 늦게 나타난 전과가 있으므로 이번에도 마냥 마음을 놓을 순 없었다.


오후 8시까지 모이기로 한 우리, 7시쯤 다른 친구에게서 방금 출발했다는 연락이 왔다. 그러나 여전히 감감무소식인 친구 B.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어김없이 지각은 기정사실화 되어가는 상황에서 몇 분 뒤 카톡이 왔다.


‘20분 정도 늦을 것 같아..’


평소에 비하면 20분은 양호한 편이기에 봐주는 셈 치고 시간에 맞추어 배달음식을 시켜놓았다.


8시가 다 되어 갈 무렵, 시간에 딱 맞춰 도착한 다른 친구에 반해 20분이 지나도 30분이 지나도 도착하지 않은 B는 결국 이번에도 무려 1시간을 늦게 나타났다.


이쯤 되면 패턴이 보였다. 집에서 만나기에 조금은 늦어도 된다는 안일한 생각에 준비를 느긋느긋 하게 했을 것이고 단 둘이 만나는 약속도 아니기에 '나 하나쯤 늦어도 먼저 도착한 사람끼리 놀고 있으면 될 것'이라는 마인드가 장착되어 있기에 지각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가능성이 높다.


늦은 사람이 미안하다는 말 외에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으랴. 도착하자마자 늘 그렇듯 차 막힘을 변명으로 둘러댔지만 이내 곧 늦게 출발했음을 인정하고 하염없이 사과했다.


오랜만에 만나기도 하고 워낙 얼굴도 보기 힘든 사이라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아 최대한 이성적으로 주의를 주고 넘겼지만 앞으로 또 이 B 친구와 약속을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맨날 지각하는 사람들의 특징


1. 항상 거짓말이 포함되어 있다.


초장부터 거짓말을 내뱉고 시작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예를 들어 30분 이상 지각이 확실시된 상황에서 차마 친구들에게 “얘들아 나 30분 정도 늦을 것 같아” 이렇게 대놓고 말하긴 어렵기에 “나 한 10분 정도 늦을 것 같아” 이렇게 시간을 단축시켜 말해 놓은 후 상대방을 안심시킨다.


2. 불안감이 커진다.


평소 말이 없는 사람도 늦다 보면 가는 내내 초조해지기 때문에 급격히 말이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 내비게이션이 된 마냥 단톡방에 본인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보고하기도 하고, 단골멘트 ‘차 막힘’을 언급하며 이런저런 변명들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3. 괜히 미안한 마음에 돈으로 만회하려는 경향이 있다.


모두를 기다리게 만들었다는 것에 대한 일종의 죄책감과 미안함에 어떻게든 만회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다. 물론 다음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당장 조금이라도 분위기를 풀어보고자 밥 값이나 술 값을 내는 등 자처해서 돈을 쓰며 친구들의 기분을 풀어주려 노력한다.


4. 이성과의 약속은 절대 늦지 않는다.


우선순위의 차이일까? 친구들과의 약속은 매번 늦는 사람이 이성과의 시간약속은 칼같이 지키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5. 본인보다 더한 강적이 나타나면 그건 또 못 참는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본인보다 더 늦게 나타나는 사람이 있으면 올챙이 적 생각 못하고 꼭 한 마디씩 거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건 내 업보다’ 하며 받아들이고 거울치료 삼아 다음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




내가 지각쟁이를 탈출하게 된 계기


나도 어렸을 적 가족과 친구들 사이 한 지각하기로 유명했다. 학교나 학원은 절대 안 늦으면서 개인 약속은 꼭 10분 15분씩 늦는 버릇이 있어 부모님에게 자주 꾸중을 듣곤 했다.


안에서 새는 물은 밖에서도 새는 법. 이것이 습관처럼 몸에 배어버린다면 나중에 커서 사회생활을 할 때도 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될 것이고 이것은 곧 인간관계에 치명타를 입힐 것이 뻔히 보였다.


무엇보다 가장 피하고 싶었던 감정 중 하나는 ‘불안감’


가는 내내 차 안에서 발 동동 구르며 가는 날과 시간 맞춰 출발해 여유를 만끽하고 가는 날의 불안감은 천지차이다.


더불어 약속을 어기면 일정이 꼬이기에 그에 따르는 스트레스도 증가하고 이 스트레스는 마음 한 구석에 불편함으로 남기에 종일 좋은 기분으로 임하기가 어렵다.




시간약속 잘 지키는 법


첫 번째, 결국 늦는 건 본인 손해임을 명심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주변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나서야 땅을 치고 후회할지 조금이라도 깨달았을 때 각성하고 고쳐나갈지 본인의 의지에 따라 달려있다.


두 번째, 남의 시간을 내 시간보다 두 배는 더 소중히 여겨라. 


돈보다 시간을 더 중요시하는 사람으로서 내 시간이 조금이라도 영향받는 건 언짢아하면서 타인의 시간을 낭비시키는 것은 다소 위선적인 행동이다. 시간 약속을 지키는 것은 상대방의 시간을 존중한다는 의미와 같다. 예의를 지키는 모습을 먼저 보여줌으로써 상대방도 자신의 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게 끔 해주어야 상호 간의 두터운 신뢰가 쌓인다.


세 번째, 미리미리 준비하자


지각을 일삼는 원인이 무엇인지 먼저 파악해야 한다. 늦잠이 원인이라면 미리 알람을 맞춰놓고 제시간에 일어나거나 꾸물거림이 원인이라면 전날밤 미리 입을 옷이나 가방에 소지품을 챙겨두는 등 1분이라도 시간을 단축시킬 방법을 고안해내야 한다.




우리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돈에 관한 신용에는 민감해 하지만 막상 시간약속은 다소 관대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기본 중에 기본이라 그 중요성을 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기본일수록 더욱더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시간약속은 개인적 및 사회적 관계를 원활하게 해 줄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기에.

작가의 이전글 멧 갈라(Met gala) 202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