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린 lin Jul 31. 2024

일상 속 불안감

매일 불안감과 맞서 싸우는 법

인간이라면 누구나 저마다 갖가지의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내가 느껴온 불안감의 대상은 줄곧 나의 가족들이었다. 어린아이가 부모님과 떨어질 때 분리불안을 느끼는 것처럼 나도 어렸을 적 부모님이 집에 늦게 들어오시면 도착할 때까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다 도어록이 눌리는 소리가 들리면 그제야 발 뻗고 자는 등 겉으로는 티 내지 않아도 항상 마음속 한편에는 가족의 안위에 대한 걱정과 불안감이 자리 잡혀 있었다.


그러던 나도 이젠 어엿한 어른이 되어 부모의 품을 떠나 1인가구의 길로 들어서다 보니 자연스레 그 불안감의 화살은 고스란히 나에게로 꽂혔다.




나의 안위에 대한 불안


1년마다 찾아오는 건강검진,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중요성을 그다지 느끼지 못했다. ’아직 젊은데 뭐 문제가 있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에 검진 자체를 미룰 대로 미루다 받곤 했지만 이제는 얘기가 달라졌다. 몸에 아무 이상이 없음을 알고 있음에도 결과지를 받을 때면 혹시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무언가가 튀어나올까 괜스레 긴장된다. 또 근래 찾아온 두드러진 변화 중 한 가지는 아플 때 참지 않는 것이다. 당장 직장 근처에 위치한 병원들만 해도 웬만한 진료과목은 다 커버하고 있기에 아프면 언제라도 달려가 진찰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의료혜택을 누릴 수 있음에 감사하고 또 감사한다.


젊음의 패기로 가득했던 20대 초중반, 밤거리를 돌아다니는 게 전혀 무섭지 않았다. 물론 그 시절에도 이런저런 사건사고는 어디에선가 끊임없이 일어났지만 그런 소식을 접해도 그 무게가 그렇게 와닿지 않았다. 나에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 때문이었는지, 그런 위험에 노출될 수 있음을 알아도 놀고자 하는 욕구가 더 강했는지는 몰라도 참 겁 없이 다녔던 그때를 생각하면 아찔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불안감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요소 중 하나는 알코올이다. 내일이 없을 것처럼 달리는 날도, 언제 어디서든 택시를 타고 귀가할 수 있다는 사실에 밤늦게까지 음주를 즐기던 날도 모두 끝났다. 귀갓길 걱정에 술을 입에 대는 순간부터 불안해지고 택시에 타더라도 펴니 발 뻗고 가기보단 집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긴장의 끈이 팽팽해져 있는 기분이다. 더불어 술을 마신 다음날에도 심장 두근거림, 원인 모를 불안감이 잔잔히 지속된다. 회복하는 데에도 전보다 시간이 더 걸리며 숙취 때문에 업무의 효율성이 극도로 떨어지고 좀처럼 한 가지에 집중하기가 힘들어져 생산성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혼자 가는 해외여행은 언제나 나를 설레게 했다. 일행과 일일이 일정을 맞추고 끊임없는 의견충돌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해방감이 혼자여행의 가장 큰 묘미였다. 하지만 이젠 해외여행을 계획하다 보면 갖가지 최악의 시나리오를 떠올리느라 불안감부터 앞선다. 예를 들어 비교적 가장 안전하다고 알려진 비행기도 근래 들어 잦은 사고 소식을 접하게 되며 마냥 마음 놓고 탈 수만은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밖의 소매치기, 인종차별, 총기사고 등 절대 예상할 수 없는 위험요소까지 걱정하다 보면 전처럼 선뜻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뉴스미디어가 심어주는 불안


하루가 멀다 하고 끊임없이 안 좋은 뉴스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렇게 내 바운더리를 벗어나 세상의 문제까지 들여다보게 되면 그 불안감은 더욱 증폭된다.


사람은 부정적인 뉴스에 더 끌리게 되어있다.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일단 당장 앱을 켜기만 해도 메인 페이지에는 각종 비극적인 사고, 비리 등 온통 부정적인 소식들로만 도배되어 있는 탓에 마치 선택권이 빼앗긴 기분이 든다. 원하던 원치 않던 자극적인 기사제목에 나도 모르게 손가락이 향하고 그렇게 한 개, 두 개씩 보다 보면 어느새 릴레이처럼 끊임없이 부정적인 뉴스만 골라보며 알고리즘에 점령당하기 마련이다. 물론 누군가는 그런 알고리즘에 휩쓸리지 않고 딱 본인이 원하는 정보만 쏙쏙 빼낸 뒤 화면을 끄고 돌아서겠지만 모든 사람이 그런 강한 통제력을 지닐 순 없다.


보고 듣는 것이 결국 내가 되듯 이렇게 끊임없이 부정적인 뉴스에 노출되다 보면 내가 속한 세상까지 부정하게 되는 경향이 생긴다. ‘세상엔 나쁜 사람들 밖에 없구나.’, ‘ 세상은 죄다 악이구나.’ 등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검게 물들어 갈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런 뉴스에 감춰져 드러나지 않는 것뿐이지 이 세상엔 좋은 사람도 많고 좋은 일도 많이 일어나고 있다. 간간히 접하는 선행 기사, 시민들이 시민을 구조하거나 주저 없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소식을 접하다 보면 세상은 아직 살만하는 게 느껴진다.


불안감을 이겨내는 법


첫 번째, 정면돌파하기


불안을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연습부터 시작하자. 불안을 오직 부정적으로만 여기고 나에게 문제가 있다고 치부하기보단, 그럴 수 있다, 누구나 이런저런 불안감을 안고 살아간다고 여기며 그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보자. 그다음엔 내가 느끼는 불안의 대상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것에 대한 정보를 파보자. 예를 들어 건강에 대한 염려라면 내가 지켜야 할 식습관에는 무엇이 있는지 책이나 미디어를 통해 자료를 살펴본다던가 보안과 관련된 부분이라면 내가 당장 취할 수 있는 조치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는 등의 움직임 또한 불안과 맞서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두 번째, 하루하루 감사하기


우리가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불안은 걱정에서 오는 경우가 다반사다. 우리가 하는 걱정의 80%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남은 20% 가지 싸잡아 걱정하며 애써 불안감을 만들어낼 필요도 없다. 내가 어젯밤 이런저런 불안을 가득 안고 잠들었다 하더라도 다음날 아무 일 없이 눈을 떴다면 그 사실에 감사하며 주어진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면 된다.

        

세 번째, 위험요소가 강한 활동은 자제하기


위험요소가 강한 액티비티는 되도록 자제하는 것과 더불어 일상에서 지킬 수 있는 작은 행동부터 바꾸어 나가는 것이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는 것이 나를 지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초록불 바뀌고 나서 몇 초 정도 주위를 둘러보고 건너거나 길거리는 다닐 땐 휴대폰을 쳐다보지 않는 등 사소하지만 기본적인 습관부터 바꾸어보자. 최근 공사장 적재물 추락, 간판 추락 등 각종 사고 관련 기사 댓글을 보다 보면 이젠 위까지 쳐다보며 다닌다는 글을 간혹 접할 때가 있는데 차마 공감을 하지 않고는 넘어갈 수가 없었다. 이제는 좌우뿐만 아니라 상하좌우 골고루 살피며 다녀야 될 것 같다. 그만큼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기분이 들게 하는 사례가 많다. 물론 사고엔 내가 막을 수 있는 것과 없는 부분으로 나뉘지만 내가 조심해서 예방할 수 있는 부분이라면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네 번째, 뉴스미디어 적절히 소비하기


뉴스를 평생 안 보고 살 수 없다. 세상 돌아가는 소식에 평생 눈 닫고 귀 닫고 살 수는 없지만 그 적정선만큼은 본인의 의지로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 주요 뉴스 혹은 본이 찾고자 하는 정보가 포함된 미디어는 찾아 보되 시간을 정해놓고 보거나 어떤 정보를 얻고 싶은지 대충 머릿속에 그려놓은 후 그것들을 다 흡수했다면 지체 없이 컴퓨터를 끄는 등 어느 정도 자기 통제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다섯 번째, 비슷한 사례 찾아보기


전문가의 조언을 참고하거나 그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불안감을 치유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자기 자신을 보호하고자 갖는 적당한 불안감은 위기 상황을 대처하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지나친 불안감, 걱정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비극적인 소식을 접할 때면 인생이 참 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사는 건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게 사람 인생이라지만 이래도 되는 건지, 때로는 무자비하게 느껴진다. 누구나 세상을 떠날 땐 후회를 하기 마련이다. 100살까지 잘 살다 간다 해도 눈감을 때 후회가 없을까? 이래나 저래나 후회는 반드시 남는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섣부른 걱정과 불안감에 휩싸여 아무 도전도 못하고 간다면 그것 또한 후회로 남을 것이다.


소중한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 하고, 애정표현도 하고, 곁에 있을 때 잘해주고 도전해보고 싶은 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도전해 보는 등 어느 정도는 실천해 가면서 사는 게 삶과 불안감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맞춰가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작가의 이전글 인스타가 떡락하고 있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