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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드리 Mar 07. 2024

Happy Birthday!

다시 한번 나를 돌아보게 되는,

2월 25일, 생일이었다.


'주는 것에 인색하지 않되, 바라지는 말자.' 다짐하지만 자꾸만 기대할 수밖에 없게 되는 날, 생일. 카카오선물하기가 생긴 이후로 생일에 선물을 보내는 것이 하나의 문화처럼 되어버린 것 같다. 생일선물을 받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전에는 생일 때 치킨이 선물함에 많이 쌓였던 것 같은데, 이번 생일에는 치킨이 하나도 없었다.

받은 선물을 살펴보며 넓고 얕은 인간관계에서 깊고 좁은 인간관계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치킨은 선물하기에 부담스럽지 않아서 가볍게 주기에 좋은 선물이다.(물론 요즘은 치킨 값이 올라서 또 모르겠지만) 나 또한 그렇게 친하지는 않지만 모른척하기도 애매한 친구들에게 주로 치킨을 선물했던 것 같다. 이러면 나한테 치킨 선물 받은 사람들이 서운하려나; 아무튼. 이번에 받은 선물들은 개수는 많지 않았어도 물건 하나하나 생각하고 골라서 보내준 선물들이었던 것 같다.




세심하지 못한 나는,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데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또.. 타인에게 무언가를 바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마음으로 내가 가끔 못 챙겨줘도 '무슨 사정이 있겠거니.' 하며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했다. 재정상태가 별로라서 생일선물을 못 줄 것 같은 날에는 알면서도 선물을 못 보내는 게 미안해서 생일축하한다고 연락도 하지 못했다.


어느 날 친구가 다른 친구가 내가 생일에 아무것도 안 챙겨줬다고 서운해하더라고 전해준 적이 있다. 그때 그 말을 듣고 '살짝 피곤하다. 나라면 그냥 그러려니 할 텐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생일에 생각이 바뀌었다.


 정말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생일이 다 지나도록 연락이 없었다. 선물은 둘째치고 생일축하한다고 연락해 줄 법도 한데.. 하며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는데, 이때 깨달았다.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에 대한 기대는 생길 수밖에 없다는 걸.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니 생일을 챙겨주지 못해서 나에게 서운하다고 말했던 친구에게 문득 미안해졌다.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의 크기가 달랐던 것 같다. 생각해 보면 그 친구에게 항상 받은 게 더 컸던 것 같은데.. 내가 너무 소홀했던 것 같다.


다음에  누군가가 나에게 서운하다고 한다면,  사람이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구나 생각하고 더욱  챙겨줘야겠다.




마지막으로 가지고 싶다고 했던 선글라스를 서프라이즈로 선물해 준 남자친구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이 글을 마무리해야겠다. 남자친구 이야기는 내년쯤에.. 풀어봐야지!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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