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나를 돌아보게 되는,
2월 25일, 생일이었다.
'주는 것에 인색하지 않되, 바라지는 말자.' 다짐하지만 자꾸만 기대할 수밖에 없게 되는 날, 생일. 카카오선물하기가 생긴 이후로 생일에 선물을 보내는 것이 하나의 문화처럼 되어버린 것 같다. 생일선물을 받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전에는 생일 때 치킨이 선물함에 많이 쌓였던 것 같은데, 이번 생일에는 치킨이 하나도 없었다.
받은 선물을 살펴보며 넓고 얕은 인간관계에서 깊고 좁은 인간관계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치킨은 선물하기에 부담스럽지 않아서 가볍게 주기에 좋은 선물이다.(물론 요즘은 치킨 값이 올라서 또 모르겠지만) 나 또한 그렇게 친하지는 않지만 모른척하기도 애매한 친구들에게 주로 치킨을 선물했던 것 같다. 이러면 나한테 치킨 선물 받은 사람들이 서운하려나; 아무튼. 이번에 받은 선물들은 개수는 많지 않았어도 물건 하나하나 생각하고 골라서 보내준 선물들이었던 것 같다.
세심하지 못한 나는,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데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또.. 타인에게 무언가를 바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마음으로 내가 가끔 못 챙겨줘도 '무슨 사정이 있겠거니.' 하며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했다. 재정상태가 별로라서 생일선물을 못 줄 것 같은 날에는 알면서도 선물을 못 보내는 게 미안해서 생일축하한다고 연락도 하지 못했다.
어느 날 친구가 다른 친구가 내가 생일에 아무것도 안 챙겨줬다고 서운해하더라고 전해준 적이 있다. 그때 그 말을 듣고 '살짝 피곤하다. 나라면 그냥 그러려니 할 텐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생일에 생각이 바뀌었다.
정말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생일이 다 지나도록 연락이 없었다. 선물은 둘째치고 생일축하한다고 연락해 줄 법도 한데.. 하며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는데, 이때 깨달았다.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에 대한 기대는 생길 수밖에 없다는 걸.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니 생일을 챙겨주지 못해서 나에게 서운하다고 말했던 친구에게 문득 미안해졌다.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의 크기가 달랐던 것 같다. 생각해 보면 그 친구에게 항상 받은 게 더 컸던 것 같은데.. 내가 너무 소홀했던 것 같다.
다음에 또 누군가가 나에게 서운하다고 한다면, 그 사람이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구나 생각하고 더욱 잘 챙겨줘야겠다.
마지막으로 가지고 싶다고 했던 선글라스를 서프라이즈로 선물해 준 남자친구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이 글을 마무리해야겠다. 남자친구 이야기는 내년쯤에.. 풀어봐야지!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