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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드리 Apr 29. 2024

서울에서 떠날 준비

할 일이 휘몰아친다

벚꽃이 펴서 아주 잠깐 들떴었다.


벚꽃이 피고 따뜻해졌다는 건, 이제 정말 이사해야 할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뜻이다. 지금 이곳에서 살면서 소소하게 기쁜 일들도 많이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굵직굵직한 회색빛깔의 기억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마음 한편으로는 이 동네를 완전히 벗어나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엄두가 나질 않아서 되도록 지금 사는 동네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생각했었다. 같은 동네의 집을 몇 개 보다 보니 4년 사이 (소형아파트) 전셋값이 많이 올랐다는 것이 느껴졌다. 전세금 삼천만 원을 더 올려도 지금 사는 집보다 깨끗한 집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에 서울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여러모로 조건에 맞는 매물을 발견했다. 그러고는 '한번 보기나 하자.'라는 마음으로 갔던 그 동네에 한눈에 반해버렸다. 서울보다 가격도 저렴한 데다가 평수도 넓고 깨끗했고, 동네 분위기도 훨씬 활기찼다.


그렇게 나의 두 번째 이사가 시작되었다. 무슨 일이든 미리미리 해치워버려야 속이 시원한 나는, 두 달 전부터 집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실제로 보러 다닌 건 두 달 전이지만 인터넷으로 서칭 하기 시작한 건 6개월 전부터다.) 이사가 엄청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이유 중 하나는 시간을 여유롭게 잡고 준비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마음 같아서는 이사하기 삼 개월 전에 '대출, 이삿짐센터, 청소' 등 준비해야 하는 모든 것을 미리 세팅해 두고 싶은데, 부동산에 빨리 가면 매물이 없을뿐더러 물건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대출도 마찬가지다. 청년버팀목전세자금 대출로 갈아타려고 하는데 이 대출은 심사를 잔금일로부터 한 달 전에 시작한다. 하나라도 계획에서 벗어나면 짧은 시간 안에 정신줄 잡고 다시 일을 진행할 자신이 없다. 어디서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모르니 이사하고 대출이 실행되기 전까지 쭉~ 조마조마한 상태로 지내야 하는 것이다.


이 와중에 요즘 회사 업무는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복잡한 일만 들어오고 있고, 거기에 더해 이직하고 싶었던 회사의 공채가 시작되었다. 머릿속이 온통 해결해야 할 일들로 꽉 차기 시작했다. 퇴근하면 필라테스도 가야 하고, 이력서도 작성해야 하고 포트폴리오 수정하고.. 이삿짐센터에서는 견적 내러 방문한다고 하고.. 그리고 머릿속에서 도저히 지울 수 없는 대출이 될지 안될지에 대한 걱정! 사실 대출이 안 나올 이유도 딱히 없지만, 사서 걱정하는 성격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이렇게 정신없는 와중에도 다행인  날씨가 따뜻할  이사 한다는 것이다. 지긋지긋했던 서울을 떠나서 새로운 , 새로운 환경으로 이사한다는 설렘과 동시에 지금 살던 동네에서 떠난다는 사실이 시원섭섭하다. 나를 기어코 서울에서 버티게 만든  집과 애증의 동네, 그리고 힘들  나를 많이 위로해 주었던 한강. 어떻게 표현할  없는 복잡한 감정 느끼게 했던 사건들을 뒤로하고  다른 새로운 일들이 시작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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